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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일 발생한 ‘청담동 언북초 스쿨존 어린이교통사고’ 이후, 지난 6일 노동도시연대가 언북초등학교 후문 앞을 방문했습니다.

사고 현장 앞 담벼락과 학교 후문 앞에는 세상을 떠난 故 이동원 군(9)을 추모하는 학생, 학부모, 인근 주민과 시민들의 메시지, 국화꽃, 조문 물품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는데요.

이번 사고는 1차적으로 음주상태에서 운전을 한 뒤, 사고 직후에는 현장을 이탈했다가 뒤늦게 온 가해자 A씨(30대)에게 모든 책임이 있습니다. 강남경찰서는 최초에 가해자 A씨에 대해 ‘사고를 늦게 인지했고 바로 현장으로 돌아와 확인했기 때문에 뺑소니(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는 무혐의’라고 밝혔으나, 숨진 이동원 군의 부모와 주민들의 탄원이 이어진 후에야 뺑소니 혐의를 추가해 구속 송치해 논란이 일었는데요.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선 사고 발생 즉시 구호조치를 하는 것이 철칙이라는,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검토가 있었다고 합니다.

언북초 후문,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어린이, 주민들 오가는 길 험한 언북초 후문 일대

위 사진들을 보면 사고가 발생한 언북초 후문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의 보행환경을 살펴보실 수 있는데요. 우선 후문 앞 교차로의 북쪽에서 남쪽까지, 보행로가 조성되어 있지만 그 폭이 약 90cm 가량으로 굉장히 좁아 성인 2명도 쉽게 교행 할 수 없는 구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 후문 남쪽에서 북쪽 방향으로는 보행로가 전혀 없는 내리막 급경사에, 주택가와 인접한 이면도로가 수 개 연결되어 있습니다. 과속방지턱은 경사가 낮아 기능이 저하되어 있습니다.

언북초 후문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향하는 방향(청담병원 앞)을 살피면 도로 폭은 약 4m 가량으로 상당히 넓은 편이지만 오르막 급경사로 차량들이 가속하는 구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곳도 도중에 과속방지턱이 있으나 경사가 낮아 기능이 저하되어 있습니다. 이곳 또한 보행로가 있지만 가드레일이 없고, 일부 구간은 끊겨 있습니다. 도로 폭이 넉넉한데도 보행로를 이렇게 단절해서 설치한 이유가 무엇인지 사뭇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의 차량제한속도는 기본이 시속 30km입니다. 그런데 언북초등학교 후문 앞은 ‘2022 서울시 어린이보호구역 종합관리대책’ 대상으로, 서울시와 강남구청이 제한속도를 시속 20km로 감소시키겠다고 했으나 현장에선 이와 관련된 어떠한 표시를 볼 수가 없습니다. 후문 옆 LED속도표시 표지판에도 제한속도는 여전히 30km로 되어 있었는데요. 현장 실사 중에도 오르막 급경사를 시속 30km 이상으로 질주하는 차량들이 있었습니다.

개선방안 제시됐지만… 보행로 조성 등 제대로 실시해야

최근 언북초 보행안전 문제가 그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이유들에 대해 여러 언론보도에서 다룬바 있습니다.

「‘청담동 초등생 스쿨존 사고’ 막을 기회 2번이나 있었다」(연합뉴스, 2022.12.7.일자)

「경찰, 죽음의 스쿨존 ‘일방통행로’ 정할 수 있지만 안했다」(한겨레, 2022.12.9.일자)

강남구청은 12월 9일 뒤늦게 「스쿨존 도로 보행안전 강화를 위한 타당성 및 기본계획 용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서울시교육청은 2023년에 서울시내 모든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교통안전 전수조사 실시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12월 13일, 관계기관이 참석한 교통안전 대책회의를 통해 언북초 후문 앞 남북축의 보행로 신설, 남북축과 동서축의 일방통행로 신설, 정문 일대의 시간제통행 등 개선방안이 제시됐는데요.

「‘청담동 스쿨존 사망사고’ 의견수렴…“시간제 통행 확대”」(뉴시스, 2022.12.13.일자)

현장 실사한 것을 바탕으로 의견을 덧붙이면, 일방통행로 신설시 보행로의 폭을 넓히고 가드레일 등 안전시설 보강, 과속방지턱 정비, ‘2022 서울시 대책’의 이행 등이 관계당국에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것입니다. 노동도시연대는 추후 자치구 타당성 용역 등의 과정이 진행될 때 이러한 부분이 고려되는지 살펴보고, 부족한 점의 보완을 요구할 계획입니다.

사방이 차량통행에 포위된 학교… 언북초만 문제인가

언북초 스쿨존 보행안전 문제를 도시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구조적인 문제가 보입니다. 언북초 인근 이면도로는 평소 자동차가 굉장히 많이 지나다니는 곳입니다. 이곳은 학동로(남)와 도산대로(북), 삼성로(동)와 선릉로(서)가 교차하는 주요 사거리 4곳이 접해있는 주거지역 블록의 정중앙에 위치해있습니다. 언북초등학교는 말 그대로 사방이 차량통행에 포위되어 있는 학교입니다. 이 학교 동측에는 220여대 규모의 공영주차장도 있어 필연적으로 자동차가 많이 다닐수 밖에 없습니다.

주로 1970년대에 형성된 강남구 테헤란로 이북 주택가에 위치한 초등학교들에서 이와 유사한 입지를 많이 확인할 수 있는데요. 압구정동 압구정초, 신사동 신구초, 논현1동 논현초, 삼성2동 삼릉초가 그러한데, 이미 보행안전 개선사업이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언북초와 교통환경이 가장 비슷한 곳은 논현2동 학동초등학교입니다. 주거지역 블록 정중앙, 급경사의 좁은 이면도로로 둘러싸여있는 이곳 또한 사고예방을 위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런 문제가 비단 강남구만의 문제도 아닐 것입니다.

그럼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요. 우선 점진적으로 학교 인근부터 주변 교통 흐름을 고려해 일방통행을 설계하고 시간제통행을 늘려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동차 통행’ 위주로 교통의 흐름을 생각할 때는 차량이 주택가에서 대로로 최대한 빠르게 진출하는 것을 우선으로 여기게 되어, 이러한 방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그러므로 과감히 자동차의 수와 통행량을 줄여나가는 정책이 도입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러한 시도에 만만찮은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겠지만, 도시가 환경을 미처 갖추기 전에 자동차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입니다. 또한 보행자 우선의 교통법규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올해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보도‧차도 구분 없는 이면도로에서 보행자에게 통행우선권이 부여된 바 있는데요. 아직 적극적인 홍보와 계도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오늘도 무사히’, 길 위를 걷는 어린이들이 안전하고 목숨을 잃지 않는 세상을 간절히 바랍니다. 12월 2일 언북초등학교 후문 앞에서 세상을 떠난 故 이동원 군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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