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10시, 신논현역 사거리 앞에서 <산재사망한 배달노동자 故 조병철 동지 노제>가 열렸습니다.
배달의민족 소속 배달노동자 故 조병철 님은 강남•서초 지역에서 배달플랫폼 노동자들의 권익과 죽지 않고 일할수 있는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활동에 열정적으로 임하셨으며 지난 3월 9일 저녁, 이 자리에서 불법좌회전하던 차량에 사고를 당하시고 사경을 헤메다 3월 20일 돌아가셨습니다.
2021년 산재사망으로 집계된 배달노동자는 18명입니다. 우리는 작년 8월 선릉역에서 돌아가신 배달노동자를 기억합니다. 흔히 이야기되는 바와는 다르게 실제 오토바이 사고는 가해사고보다 피해사고 비율이 더 높다고 합니다. 이는 배달노동자 사망사고가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노제에 모인 배달노동자들은 배민 등 플랫폼사들에게 ▲안전강화대책 마련을 위한 대화 마련 ▲직접 안전교육 강화 ▲안전배달제 도입 ▲배달공제조합 정부예산반영과 유상운송보험 가입 기반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배달노동자 故 조병철 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함께 배웅하며 노동도시연대도 더이상 배달노동자들이 희생되지 않는 사회와 강남•서초 지역을 위해 힘모으겠습니다. 아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플랫폼지부의 성명서를 공유합니다.
[성명서]강남교보타워사거리에서 산재사망한 故조병철 동지를 추모합니다.
또 한명의 배달노동자가 거리에서 사고사로 사망했다. 산재다.
故조병철 동지는 3월9일(수) 대선이 있던 날 저녁, 신호를 위반하고 질주한 택시에 치어 사고를 당했다. 이후 사경을 헤매다 3월20일(일) 오전 끝내 돌아가셨다. 고인은 평소 노동조합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선릉역에서 배달노동자를 추모행사를 했을 때 밤을 새워 자리를 지킬만큼, 생전에 배달노동자의 산재사고에 누구보다 마음 아파했었다. 우리는 다시 한번 배달노동자의 사고사가 남의 일이 아님을 느낀다.
건설현장에서, 지하철에서, 발전소에서 사람이 죽으면 우리는 산재로 생각한다. 특고노동자인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문제도 구조적 문제라고 인식한다. 그러나 도로에서 일하는 배달노동자의 사고사는 유독 산업재해로 바라보지 않는다. 반복되는 배달노동자의 반복되는 죽음은 단순 교통사고가 아니다. 구조적인 산재다.
배달플랫폼사는 우리를 플랫폼노동자, 자영업자로 위탁계약하면서 사고가 나도 아무런 책임을지지 않는다. 그나마 산재보험이 적용돼서 최소한의 보험료를 받을 뿐, 작년 한해 배달 수행중에 18명이 사망했음에도, 강화된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는다. 이탈리아 검찰은 배달플랫폼사의 반복되는 사망사고에 대해 배달플랫폼사를 조사하여, 배달원들은 노예가 아니라고 하며 직접고용을 제안했지만, 이 땅에서는 배달노동자가 죽으면 교통 단속만 강화된다. 사고의 원인을 배달노동자 개인에게 찾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고가 단순교통사고가 아니라 반복되는 배달플랫폼노동자의 구조적 죽음으로 인식한다. 이에 노동조합은 유가족과 협의하여, 故조병철동지의 장례를 노동조합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3월23일(수)부터 31일(목)까지 고인의 추모기간으로 설정하여, 전조합원이 추모리본을 달고, 조문과 조의금 모금에 함께할 것이다. 더불어 3월25일(금) 교보타워 사거리에서 약 300명의 배달노동자가 모여 고인을 추모하는 노제를 지낼 것이다. 이후 우리는 서울추모공원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지난 선릉역 이후 또 한번 배달의민족 소속 배달노동자가 사망했다. 배달의민족은 배달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근본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우리는 배달노동자의 안전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우아한형제들, 우아한청년들 대표를 면담을 요구한다. 더불어 배달 안전교육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직접 안전교육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을 요구한다. 더불어 배달의민족 주문을 수행하는 배달노동자에게 상해보험 가입 의무를 요구한다.
정부와 국회는 단속방식이 아니라 사고의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시간당 (적정배달건수 * 적정운임료)를 시행하는 안전배달제를 제도적으로 도입한 것을 요구한다. 더불어 현재 설립이 추진중인 배달공제조합에 정부예산을 반영하여 더 많은 배달노동자들이 유상운송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이를 배달노동자의 안전문제 해결을 일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사회적 대화를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 배달노동자들은 故조병철 동지가 가는 길에 함께할 것이다. 도로위의 약자로서 언제든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반드시 배달 사고사가 반복되는 이 구조를 바꿀 것이다.
2022년 3월 23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플랫폼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