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2023.12.14 보도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에서 경비노동자가 관리소장 갑질을 호소하며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해당 아파트에서 추모 현수막이 주민들 항의로 철거되고, 진상규명을 요구한 고인의 동료들이 해고 위기에 처해 공분을 샀다.
강남구의 다른 아파트 경비노동자 처지도 다르지 않다는 설문조사가 나왔다. 초단기 계약에 해고 위험을 안고, 관리주체의 갑질에 시달리고 있었다. 10명 중 1명은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동남권 서울시노동자종합지원센터·노동도시연대는 13일 이런 내용이 담긴 ‘강남구 아파트 경비노동자 근로환경 모니터링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은 강남구 관내 72개 단지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노동자 300명을 대상으로 지난 4~5월 두 달간 진행했다.
강남구 아파트 경비노동자는 주로 인근 거주 남성 은퇴자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60대는 48.7%, 70대는 41.2%였다. 서울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 거주자는 39%, 경기 남부 거주자는 15%로 절반 이상인 54%가 직주 근접 지역 일자리였다.
대부분이 단기 간접고용자로 고용불안을 일상적으로 경험했다. 경비용역회사 소속이 75.5%, 입주자대표회의 직고용이 18.7%였다. 6개월 이하 단기 근로계약은 50.3%, 12개월 이하 단기 근로계약은 41.3%로 나타났다. 계약 만료는 곧 해고다. 10명 중 3명(27%)이 근로계약 갱신시 자발적 의사에 반해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답했다.
갑질에 시달린다는 응답도 나왔다. 입주자대표회의·관리사무소·용역업체 등 관리주체로부터 부당대우를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13.6%였다. 주요 내용은 ‘불분명한 일에 대한 심한 질책’ ‘경례·복명복창 강요’ ‘과잉의전·암기강요’ 등이다. 입주민으로부터 부당대우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34%였다. ‘폐가구 몰래 버려 비용 지불’ ‘주차 문제 시비’ ‘반말·비하·인격적 무시’ 등이 주요 내용이다.
우울증에 노출된 이들도 있었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우울증상 자가 진단을 사용해 조사한 결과(300명 중 무응답 36명 제외), 우울은 정상 89.02%, 위험 10.98%로 나타났다. 위험 수준을 구체적으로 보면 주의관찰이 필요한 경미가 7.95%, 임상적 관리가 필요한 중등도가 1.52%, 임상적 개입이 필요한 중증 이상의 심각이 1.52%로 나타났다.
동남권센터 관계자는 “경비노동자 대부분 65세 이상으로 심리적 스트레스가 심혈관 질환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악성민원 등 부당한 대우를 참아 병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노인철 동남권센터장은 “경비노동자가 겪는 갑질을 비롯한 문제는 단기 근로계약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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