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2023.3.17 보도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빌딩숲의 한 사무 건물에서 나흘 동안 연속해 62시간 일한 40대 경비노동자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하루 뒤인 9일에는 서울 강남구의 ㅅ아파트에서 해고 통보를 받은 지 하루 만에 70대 미화노동자가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이 아파트에서는 14일에도 70대 경비노동자가 “관리소장에게 갑질당했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달만해도 아파트·빌딩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 3명이 연이어 사망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들의 죽음은 생전 노동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8일 사망한 경비노동자의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지병이 없었고, 같이 일하던 동료들의 퇴사공백을 메우기 위해 무리하게 일했다고 한다.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분류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휴게시간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경비·보안 노동자의 노동환경이 고인을 숨지게 만들었다고 유족들은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는 빌딩, 공동주택 등에서 일하는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교대제 근무와 과로사의 연관성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16일 “공동주택관리법이 개정돼 공동주택 경비노동자의 일이 경비업무에서 아파트 일반 관리업무까지 허용됐으므로 이제 더는 감시적 근로자에 머무르지 않는다”며 “인건비 절감을 위해 무의미한 무급휴게시간을 늘릴 것이 아니라 주간 근무를 중심으로 교대근무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14일 사망한 경비노동자의 경우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관리소장과 업체 소속이 달랐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아파트 관리 및 경비원 관리를 위탁한 회사와 경비용역업무를 맡은 회사가 다른 것이다. 따라서 동일한 사업장에서 사용자와 근로자 관계를 맺은 자들을 적용 대상으로 보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즉 근로기준법은 이 경우 적용되기가 어렵다.
경비노동자들이 1개월, 3개월 단위의 짧은 근로계약을 맺기 때문에 노동 3권이 온전히 보장받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남궁정 노동도시연대 사무국장은 “1개월짜리 근로계약을 맺는 경비노동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노동자 중 하나”라며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한 근로형태, 근로조건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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