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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계획/생태/교통

SRT 삼성역 연장 불발, 남은 것은? –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개발계획 외 공개

By 2020년 09월 17일10월 11th, 2022No Comments

 


노동도시연대는 2020년 6월 국토부가 승인한 서울시의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개발계획(변경)’을 공개합니다. 또 이미 공개되어 있는 서울시의 ‘2030 생활권 계획 – 강남구’도 별첨합니다. 게시물의 가장 아래쪽 링크를 클릭하시면 다운로드하실수 있습니다.


‘개발 호재’ 들썩이게 한 책임은 누구에게?
교통계획 발표로 부동산 광풍을 이끄는 시대 STOP! 

최근 서울시와 강남구가 영동대로 일대에 추진 중인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개발과 관련, 국토교통부가 ‘SRT 삼성역 무정차’를 최종 결정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 

국토부는 당초 수도권광역급행 GTX-C 노선과 함께 수서역에서 삼성역을 거쳐 의정부로 가는 고속철(SRT) 연장 방안이 사업성이 낮다는 GTX-C 예비타당성조사 결과(`18년 12월)를 참조, 작년 2월 서울시의 환승센터 설계에서 SRT 정류장 제외를 요구했는데요. 올해 6월엔 변경된 설계안이 승인되었고, 이에 서울시·강남구가 반발하며 재검토를 요청했습니다. 이후 9월 8일, 국토부의 ‘제외’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는 삼성동 GBC 현대사옥 신축 계획과 함께 최근 1~2년 사이 강남발 부동산 광풍의 원인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삼성동 인근 각종 개발계획 발표와 승인이 이어지던 작년 6월께, 서울의 평균 개별 공시지가 증가율은 12.3%로 전국 최고였는데 강남구는 중구(20.4%)에 이어 두번째(18.7%)로 많이 올랐습니다. 삼성동 GBC 부지 공지지가는 2015년 ㎡당 2,560만원에서 올해 6,500만원(예상)으로 5년만에 2.5배가 올랐습니다. 

강남구뿐만 아닙니다. GTX-C 예타 통과 직전인 2018년 7월, 청량리역이 있는 동대문구 집값 상승률은 0.67%로 1년전 상승률 0.32%의 2배였습니다. 전농동의 한 17평 아파트는 분양가 3억 7,000만원에서 5년만에 시세 8억원을 넘겼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들여 추진됐던  SRT 삼성역 정차, 의정부 연장 검토는 서울 부동산 가격 폭등의 불길만 지펴놓은채 허무하게도(?) 없던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득을 챙긴 쪽은 들썩이는 부동산 시장에 ‘투자’했던 소수 인원뿐이고, 절대 다수의 시민이 허비된 세금으로 인한 손해를 떠안으며 부동산 폭등의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대중교통망 확충 계획은 국토의 균형 발전, 공공복리 증진, 시민 생활 편의를 늘리기 위한 중대한 정책 과제이고 그 과정에서 공공성을 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요. 국민의 세금을 들이는 일인만큼 중장기적인 전망과 과학적 예측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준비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혈세를 낭비하고 ‘개발 호재’만 들썩여 부동산 시장 과열을 조성, 다수 시민들에게 피해를 안겨준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요?

우선 정부는 2015년 7월, 한차례 불발됐던 GTX-C 예비타당성조사 재신청 계획을 발표하며 SRT 삼성역-의정부 연장 계획을 새로 포함시켰는데, 노선 연장을 통한 수요 증대로 경제성분석 값(B/C)을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었습니다. 국토부가 2016년 6월 발표한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신규사업에도 “GTX-C는 고속철 의정부 연장 포함 추진”이라고 언급되어 있습니다. 

애초 SRT 삼성역 정차가 핵심 계획이기보다, GTX-C 예타통과를 위한 ‘끼워팔기 아이템’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데요. 과연 예타 통과 이후 2개월도 채 안돼 중앙 부처가 손바닥 뒤집듯 서울시에 환승센터 계획 변경을 요구했으니, 민망한 노릇이 아닐까요.   

언론은 기사를 통해 ‘호재’를 거론하며, 아직 구체적 계획 없는 개발 가능성을 점치면서 ‘투자 심리’를 자극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2017년 11월 28일자 조선일보 보도 「의정부·창동·청량리역에서도 SRT 탄다」입니다. 국토부가 당일 해명 자료를 낼만큼 파장이 컸습니다. 

서울시는 이 문제의 구조적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박원순 전 시장은 집권 2기가 시작된 2014년, 그동안 표방해온 철학과 상반된 대규모 개발사업 시동을 걸면서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종합발전계획’을 발표하고, GBC 건립·동남권 교류단지 조성 인허가 절차를 성급하게 처리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했던 강남 부동산 시장이 그때를 기점으로 들끓기 시작했다는 분석은 이제 상식이 되었습니다. 이후 최근까지 ‘고속철 삼성역 정차’는 서울시 영동대로 복합개발 청사진의 알맹이 노릇을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지난 몇년간 여야를 막론하고 ‘SRT 삼성역 정차’를 강력히 요구했던 강남구 국회의원, 구청장과 지방의원들까지.

교통계획 수립을 통한 개발 수요 증대, 도시의 성장, 부동산 가치 상승은 시장경제에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지만, 계획 수립의 진정한 목적은 교통 불편 해소, 과밀 억제 등 본질적인 부분이 되어야 합니다. 

강남구 주민과 사업장 노동자, 경유자, 인접 지역 시민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광역교통계획, 생활권 계획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요? 아니 그보다 서울시와 강남구가 수년째 추진해 온 영동대로 복합개발과 강남권 환승센터 건립. 과연 꼭 필요한 사업이었을까요? 



삼성동 주민들의 생활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대규모 개발보다 장기적 안목의 교통·생활권 계획수립 우선 필요

여러분은 ‘삼성동’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무역센터나 코엑스몰 같은 곳일수도 있고 ‘강남스타일’ 조형물, 한류관광, 월드컵 거리응원 같은 것들이 떠오르실 수도 있을텐데요. 하지만 업무·상업공간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삼성동에도 45,000명(`18년 현재) 이상의 주민이 살고 있습니다. 

문득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계획같은 대규모 개발 사업이 강남구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환승센터가 건립되는 삼성동 주민들의 경우는 어떠할까요? 

서울시는 4년에 걸쳐 시민 4,400여명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하고 2018년 ‘2030 서울생활권계획’을 완료, 자치구별 계획을 공개했는데요. 강남구 삼성동의 기초현황 조사 결과는 의외의 사실들을 알려줍니다.

예를 들어 30~45세 인구 비율이 30.1%로 강남구(27%) 대비 3%가 높고, 보육시설이 필요한 9세 이하 어린이 인구도 8.7%로 강남구(7.4%) 대비 높습니다. 그런데 청소년아동복지시설은 1천명당 0.0개소로 서울시(0.33) 대비, 강남구(0.10) 대비보다 턱없이 모자랍니다. 보육시설도 5세 100명당 0.66개소로 강남구(0.87) 대비 부족합니다. 

1인당 공원 면적도 6.81㎡로 강남구(14.6㎡) 대비 절반 이하입니다. 구립도서관은 단 1곳도 존재하지 않고, 개관한지 40년 가까이 된 시립강남도서관이 동 외곽에 있습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삼성1동의 경우 10.4%로 강남구(9.3%) 대비 높은 편이나 생활권 전역이 기존 시설 400m 반경에 들지 못합니다.

반면 대중교통현황은 어떨까요? 우선 조사에는 동 전역이 역세권 400m 내 입지해있는 우수한 여건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삼성동은 9호선이 지나는 봉은사로 이북의 주택가 대부분이 해발고도 40m 이상의 구릉지입니다.

생활권 내 주민·노동자·경유자들이 단거리 이동을 위해 이용하는 지선교통(마을버스)중 삼성동 경유 노선은 4개, 2개는 삼성역 주변을 잠시 스치고, 나머지는 삼성로, 학동로 등 큰 길 위주로 다니고 있어 실질적인 접근성 증대 방안이 필요해보입니다. 

주민생활 향상을 위해 대규모 개발, 교통·상업시설 유치를 필수로 여기는 시각이 아직 지배적입니다만, 객관적 지표들을 놓고 보았을 때 삼성동에 당장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한편 2016년 5월 환승센터 계획 최초 발표 후, 삼성동 집값은 천정부지로 솟았는데요. 삼성2동 삼성힐스테이트1단지 25평형은 실거래가가 `16년 9월부터 3년간 7억원이 오른 20억 5천만원이었습니다. 9평형 월세는 보증금 5,000만원, 월세 150~170만원이라고 하네요. 

만약 서울시와 강남구가 ‘SRT 삼성역 연장’을 염원하며 투여한 자원만큼, 삼성동에 거주하고픈 사람들의 집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했다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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