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5일 서초구의회에서 통과된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주택자의 재산세 25%를 감면하는 구세 조례 개정안이 통과된 뒤,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재산세는 지방세입니다. 주민·노동자가 지방자치단체에 납세한 지방세는 광역시·자치구의 예산으로 활용되는데요.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2008년부터 자치구 간 균형재정을 위해 재산세 수입분을 시와 각 구가 균등하게 나누고 있습니다.
서초구의 이번 재산세 감면 조치로 인해 63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예정인데요. 그런데 서초구는 ‘서울시 분 수입이 아닌 서초구 분 수입을 감면하는 것이므로 문제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과연 그렇게 간단한 문제일까요?
서초구의 당초 2020년도 예산은 7,636억원. 세입의 지방세 비율은 35.3%(2,696억)를 차지하고 있어 중랑구 10.8%(817억), 은평구 11.3%(954억), 금천구 17.5%(785억)에 비해 월등히 높고, 중앙정부와 서울시로부터 받는 보조금 비율은 34%(2,600억)로 중랑구 49.8%(3,754억), 은평구 52.1%(4,376억), 금천구 43.8%(2,074억)에 비해 확연히 낮은 편입니다. 재정의 자립도가 타 자치구에 비해 높다는 것을 알게 해주죠.
그런데 서초구는 올해 3차례 추경을 통해 일반·특별회계 465억원을 증액했는데요. 회계 총규모 8,792억원중 지방세 비율이 31.2%(2696억), 보조금 비율이 41%(3,612억)로 국고·서울시 보조금 비율이 7% 가량이나 늘어났습니다. 물론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정부·서울시의 대규모 추경이 반영되었겠으나, ‘부자 자치구’인 서초구가 이런 상황에서도 지방세인 재산세를 감면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요?
예를 들어 지난 5월 서초구 2회 추경으로 통과된 소상공인 공공요금 등 긴급 운영지원 예산이 60억원입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재정 확대를 꾀하고 있는 서초구가, 재산세 상당량을 감면하는 것은 모순적입니다.
이 밖에도 서초구의 재산세 감면 발표는 서초구보다 재정자립도가 낮고,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이 훨씬 많은 타 자치구 소속 시의원들의 비판과 법적·절차적 문제로 인해 서울시의 재의(재검토) 요구, 국토부의 ‘1가구 1주택자 자료’ 비협조 등 난관에 처했습니다.
그 와중에 서초구가 10월 5일 발표한 ‘청년 기본소득 도입’ 실험은 복지정책과 기본소득에 대한 논쟁을 가열시켰는데요. 총 2년간 44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부동산 불로소득 문제를 연구하는 ‘희년함께’의 이성영 팀장은 언론 기고를 통하여 서초구의 모순적인 정책을 꼬집기도 했습니다.
서초구는 코로나19 같은 재난 발생시 지자체장이 재산세를 50% 감면해줄 수 있다는 지방세법 조항을 근거로 이번 감면을 추진했는데요. 하지만 서초구의 보도자료나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지난 8월 SNS를 통해 “서초구 아파트 공시가격 3년간 60% 상승, 재산세 납부액 72% 급등”을 언급한 내용을 살피면, 코로나 때문에 재산세를 인하한다는 것은 핑계로 보입니다.
공시가격이 그렇게나 상승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바로 부동산 가격 폭등 때문입니다.
서초구는 재산세 감면에 나서기 전에 지자체 차원에서나마 집값 안정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주민 복지와 재난 극복을 위하여 세수 감소를 억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