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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폭우 속 도심과 반지하 주택에서, 도로와 횡단보도에서, 공사장 근처에서, 그리고 이태원… 누군가에겐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치는 시간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호에는 김선아 회원님께서 지나온 해를 돌아보며, 회원 여러분과 동료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았는데요. 어쩌면 내년을 다짐하는 노동도시연대의 의지와 정신이 이 글에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태원 참사. 얼마전 이태원 참사 49재가 지났다. 이태원이라는 곳은 내게 그저 친구가 일하는 술집이 있고, 이색적인 거리라는 정도로 다가왔다. 그 동네는 강남과 홍대처럼 할로윈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노는 곳이라 했다. 그런 곳에 ‘외국 풍습 쫓아 놀러 나갔다 사고를 당한 것 가지고 난리’라는 식의 말들이 떠돈다. 노는 것은 잘못인가? 그냥 놀러 나갔을 뿐인데, 그곳에서 그 많은 사람들이 길 위에 서서 죽어야 하는가?

세월호 참사.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고 세월호로 대통령이 바뀌고, 그 대통령이 임기를 끝내고 다른 대통령이 용산에 터 잡고 있는 지금, 사람들에게서 잊혀지려 하고 있다.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이사를, 그저 일상을 누리고자 제주 가는 배를 탔다는 이유로 죽어야 하는가? 하물며 구조도 안하고 민간인 구조 참여도 못하게 하여 일어난 그 수 많은 죽음들…… 그저 제주를 향해 여행가다 일어난 사고였다고 끝내버리면 되는 것인가?

강북구도시관리공단 무기계약직 노동자 투쟁. 지금 강북구청에서는 강북구도시관리공단의 노동자들이 ‘적정인력 배치’와 ‘안전한 일터’를 외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밥도 못먹고 일하다 죽고 싶지 않다”는 노동자들의 절절한 외침이 있다. 강북구청장은 구청 내에서 허락 안한 단식투쟁을 한다며 퇴거 공문을 보냈다. 단식 노동자 앞에서 구청장이 쓰러지며 연기를 하고, 폭행 당했다고 고소했다. 대화하자는데 대화는 하지 않고 결국엔 투쟁하는 조합원을 수갑 채워 연행했다. 단식하는 사람을 억지로 병원으로 끌고 가는 비인권적인 행위를 저질렀다. 적정인력 채용으로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 일해보자는 것이 그렇게 잘못인가? 파업 한달이 다 되가도록 대화도 안하고 공권력부터 동원해 ‘가짜 사장'(공단 이사장) 내세워 나몰라라 하는 것이, 구민의 표로 구청장이 된 자가 할 일인가?

일상의 현장,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 도시의 한 곁에서 길바닥에서 추운 겨울을 버티고, 복지 사각지대에서 국가의 보호조차 못 받고 죽어가는 많은 사람들. 국민이라고 세금 낼 때만 카운트 되거나 그마저도 삭제되는 사람들. 과연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안전을 담보하는가?

우리가 찾아야할 안전. 닮아있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는 서로 닮아있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살려달라’ 외치는 구조에 응하지 않고, 배에서 가만히 있으라 해서 구조해줄 걸로 믿고 있던 많은 생명을 죽였던 사회가 보호하지 않고,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죽음들이다. 책임지지 않는 그 힘들은 강북구청에서는 사람답게 살고 일하다 죽고 싶지 않다는 노동자들의 주장을, 사지를 들어내고 수갑을 채워 공권력으로 막았다. 계속되는 죽음들, 안전한 세상을 만들자고 주장하면 힘으로 막아버리는 이 사회에서 안전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나는 그래서 투쟁한다. 살려고. 안전하게 일하고 죽지 않으려 투쟁한다. 거창한 이유, 없다. 그저 살려고, 가진 자들의 폭력에 맞서 투쟁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께 묻고 싶다.

오늘, 우리는 안전한가? 안전하지 않다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런 우리가 움직여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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