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강남구의 사업장에서 지속적으로 코로나 감염 사례가 발생하여 지역 주민·노동자들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 10월 15일, 압구정동에 소재한 CJ계열 고객응대업체 CJ텔레닉스 압구정센터의 상담사 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19일 현재까지 사업장 방문자, 가족·지인을 포함하여 총 23명이 감염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 회사가 있는 건물에는 200여명의 콜센터상담사가 근무하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구로구의 콜센터 집단감염 사례로 알 수 있듯이 콜센터상담사들은 감염병에 취약한 직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업장에서 방역수칙 준수, 휴식여건 보장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CJ텔레닉스 압구정센터의 경우 개인 마스크 지급 등을 제외하면 밀폐된 공간에 다닥다닥 밀집해서 근무하고 있는 사업장의 여건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순식간에 직원 간 전파가 이루어진 예견된 사태였다.
그런데 소식에 의하면 CJ텔레닉스가 사업장 내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는지 의문이 든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15일 오전, 한 상담사가 본인의 가족이 타 자치구 확진자인 것을 알고 출근을 하지 않은 채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노동조합(희망연대노동조합 CJ텔레닉스지부)에 의하면, CJ텔레닉스는 검사를 받은 상담사가 이날 저녁 7시 확진 판정을 받을 때까지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다른 상담사들을 정상 근무시켰고, 밤 9시 이후 다른 층 근무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압구정센터는 16일 오전에야 폐쇄됐다.
이는 지난 3월 1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콜센터 코로나19 대응 지침’을 따르지 않은 조치다. 고용부 지침의 ‘확진확자, 의사환자, 조사대상 유증상자 발생 시 행동 요령’을 살피면 의심 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관할 보건소 또는 질병관리본부 신고와 함께, 방문자 등을 포함하여 사업장 내에 상황을 알려야 한다. 의심환자 등과 접촉한 노동자들은 보건당국 조치 전까지 별도 격리 장소에서 대기하게 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CJ텔레닉스는 현재 자가격리되어 휴식과 안정이 필요한 상담사들에게 “음성 판정 받은 상담사들은 재택업무로 전환하라”, “하지 않으면 공가 처리하겠다” 등 압박을 통해 순번제 근무를 강요하고 있다. 감염병예방법 제41조의2에 의하면 근로자가 보건당국에 의해 자가격리되는 경우 국가가 해당 사업장에 유급휴가비를 지원하게 되어 있고, 이럴 경우 사용자가 임의로 재택근무를 시킬 수 없다.
CJ텔레닉스에 묻고 싶다. 최근의 조치들은 고용부 지침과 법을 위반한 채, 오로지 회사의 이익만을 걱정하며 콜센터상담사들의 안전과 건강권은 내팽개쳐도 괜찮다는 뜻인가?
확진된 콜센터상담사 중엔 강남구 주민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압구정센터가 위치한 곳은 인근에 영화관, 식당, 술집, 카페가 밀집해있고 다양한 업종의 회사들이 소재하여 수많은 유동인구가 지나는 길목이다. 지난 5월에는 바로 옆에 위치한 한 유명호텔 노동자가 확진되어 강남 주민과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기도 하였다.
수백명이 근무하는 대기업 콜센터가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 방역 수칙 준수 및 사업장 여건 개선, 고용노동부 지침 준수에 소홀하다면, 이는 분명 대규모 지역사회 감염의 시초가 될 수 있다. 만약 그러한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CJ텔레닉스는 강남구 주민과 사업장 노동자들로부터 쏟아지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우리는 콜센터 상담사와 강남구 주민·노동자의 안전을 위하여 CJ텔레닉스에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 CJ텔레닉스는 자가격리자 재택업무 강요 중단하고 휴식여건 보장하라!
– CJ텔레닉스는 방역지침 준수해 상담사를 보호하고 지역사회 감염예방에 최선을 다하라!
– 원청 LG헬로비전은 콜센터 방역지침 이행 똑바로 감독하고 상담사를 보호하라!
2020년 10월 19일
노동도시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