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163개 재난·산재 참사 피해자단체, 종교·시민사회·노동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기자회견문]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 시민사회가 함께 하겠습니다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가족과 소중한 이들을 잃은 분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부상자들의 쾌유를 비롯해 참혹한 상황을 지켜봐야 했을 동료시민들의 회복을 기원합니다.
지난 25일 동안 참사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 고위 공직자들의 책임 회피를 보면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낍니다. 가장 무겁게 책임을 느껴야 할 자들 중에 책임을 인정하는 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참담합니다. 언론 보도와 댓글, 유튜브 등을 통한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의 신속한 조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유가족을 비롯한 참사 피해자들의 알권리와 치유회복의 권리, 참여권 등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습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성역없는 진상 규명, 책임 규명과 유가족, 피해자들의 기억과 애도, 치유 회복의 권리, 알 권리와 진상 규명 과정에서의 참여권의 보장을 위해 적극 나서고 함께 하고자 합니다.
첫째, 정부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요구에 응답해야 합니다.
어제 유가족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10.29 이태원 참사의 책임이 이태원을 방문한 시민들이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 경찰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모든 피해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성역없는 철저한 책임규명과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으며, 참사 피해자들의 소통 보장,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조치,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였습니다. 우리는 유가족들의 요구와 호소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며, 재난 참사 해결의 시작은 피해자들의 목소리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정부는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들의 요구에 기반한 지원체계를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하길 바랍니다.
정부는 참사 발생 이후 지금까지 유가족, 피해자들에게 참사 발생 경위, 수사진행 상황 등에 대한 정보제공 등을 전혀 하지 않았고, 의견을 개진하거나 소통할 수 있는 방법도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생존자와 당시 구조에 나섰던 시민들, 이태원 지역주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 역시 이번 참사의 명백한 피해자임에도 정부가 어떠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제공하고 있는지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참사의 피해자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정부의 지원과 지역 사회의 노력이 절실합니다.
정부는 특수본과 중대본 차원의 참사 진상조사 경과에 대해 유가족과 피해자를 비롯해 국민 앞에 정례적으로 알리고, 피해자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소통할 수 있는 체계를 즉각 마련해야 합니다. 나아가 희생자와 유가족, 구조된 시민과 목격자, 지역주민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 대책 마련을 요구합니다. 우리도 유가족과 피해자들의 애도할 권리와 알권리가 보장되고, 치유와 회복을 위해 정부의 명확한 계획과 사회적 지원을 촉구하면서 피해자와 연대하겠습니다.
둘째, 어떤 형태의 2차 가해도, 2차 피해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에서도 언론은 무분별한 SNS·인터넷 커뮤니티 사진‧영상 사용, 비극적 현장에 대한 선정적 묘사, 미확인 주장과 유언비어의 여과 없는 인용, 충분한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참사 원인을 둘러싼 공방 중계, 진상규명을 가로막는 무리한 억측, 마녀사냥식 희생양 찾기, 정부 책임 물타기 보도 등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이 같은 보도가 또 다른 2차 가해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고인과 유가족, 생존자 등에게 2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론보도와 댓글, 유튜브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모니터링 활동을 벌이고, 언론 및 포털 사이트와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의 재난보도준칙 준수를 요구할 것입니다. 또한 2차 가해로 지적된 보도, 댓글, 콘텐츠에 대한 신속한 차단 및 삭제 등 사회적 책임을 촉구할 것입니다. 심각한 가해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도 적극 검토해 피해를 줄여나가겠습니다.
셋째, 유가족과 피해자의 참여 아래, 참사 전후 재난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독립적인 조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번 참사는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운집할 것이 예상되었고 당일에도 절박한 신고가 빗발치는 등 예견된 징후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 본질입니다. 참사가 발생하게 된 구조적인 문제와 작동하지 않은 재난안전관리 시스템, 정부와 지자체, 경찰 대응의 적절성 등이 철저하게 밝혀져야 합니다. 또한 모든 수사와 조사 과정에서 유가족과 피해자, 그 대리인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꼬리자르기 셀프수사’ 비판을 자초해온 경찰 특수본이 최근 행안부 등 이른바 ‘윗선’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지만 경찰의 인사권을 갖고 있는 행안부와 행안부 장관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구심은 여전합니다.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된 독립적인 기구의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뿐만 아니라 특수본은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한 공식 브리핑도 없이, 일부 기자들 대상 백브리핑만으로 수사 관련 내용을 알리고 있어 불투명성의 문제도 심각합니다.
현재, 국회는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규명은 특수본의 수사와 형사적 책임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번 참사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기 위해 지자체와 경찰 등의 사전 안전관리 대책은 왜 없었는지, 참사 당일 재난상황 보고체계와 관련 기관 간 협조체계는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인파 통제를 위한 인력배치 등은 왜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조사해야 합니다. 당일 경찰 인력의 운용 계획과 지시 등 정책 결정의 책임 소재를 밝히고, 참사 이전부터 위험신호가 계속 있었음에도 국가는 왜 위기로 인식하지 않았는지 그 구조적 배경과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도 반드시 규명되어야 합니다. 참사 당일과 그 이후 피해자들에 대해 인권적 조치가 이루어졌는지, 은폐나 축소를 위한 시도는 없었는지 등도 철저히 조사되어야 합니다. 국정조사가 정쟁의 수단이 되지 않고 생명권 보호를 위한 국가의 책임과 과제를 밝히는 과정이 되도록 여야 모두 성실히 임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유가족과 피해자의 참여 속에 성역없는 진상규명, 책임규명, 책임자 처벌 전 과정이 흔들림없이 철저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유가족 및 피해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그들의 권리를 옹호할 것입니다. 국회 국정조사와 수사 등 진상규명의 전 과정에서 유가족 및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든든히 연대하겠습니다.
넷째, 추모의 기록, 참사 관련 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보존해야 합니다.
10.29 이태원 참사를 제대로 추모하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참사 관련 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수집∙보존하는 것입니다. 참사의 원인을 밝힐 기록과 대응, 수습 기록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추모 발언과 기록들까지 철저히 공개, 보존, 관리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용산구는 그동안 공개해온 이태원 관련 문건을 갑작스럽게 비공개 전환하고, 중대본은 시민단체들이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정보공개 청구한 회의자료에 비공개 결정을 통보해왔습니다. 용산서 정보과에서 작성한 이태원 핼러윈 축제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를 우려한 정보보고서는 이미 삭제된 상황입니다. 참사를 전후해 모든 국가기관이 생산한 참사 관련 기록의 보존과 공개는 성역없는 진상규명, 책임규명을 위해 필수입니다.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기록들이 의도적으로 생산되지 않거나, 삭제∙은폐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합니다.
한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 공간에 쌓이고 있는 추모의 기록을 현재는 자발적인 시민 자원활동가들이 관리하고 있지만 이대로 계속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서울시가 나서서 국가지정기록물 지정을 요청하는 등 추모 기록의 유실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유족과 피해자들에게 기록에 대한 접근권을 철저히 보장해야 합니다. 나아가 시민추모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것을 요구합니다.
두 번 다시 국가의 부재로 인한 억울한 죽음, 사회적 참사가 벌어지는 일이 없도록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정한 추모와 애도,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규명, 치유와 회복, 합당한 배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시민사회가 유가족과 피해자와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2022년 11월 23일
163개 재난∙산재 참사 피해단체, 종교∙시민사회∙노동단체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김용균재단, (사)제주다크투어,(사)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10.29 이태원참사 청년추모행동, 4.16 해외연대, 4.16재단,416약속지킴이 도봉모임,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가습기살균제참사 범단체 victims,가톨릭농민회,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건강한작은교회연합, 겨레하나, 경기정의평화기독교행동, 경기진보연대,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경남진보연합, 경동건설 고 정순규 유가족,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고이동우 동국제강 산재사망 해결촉구 지원모임,광명시민단체협의회, 광명YWCA, 광야에서, 광주전남 노동안전보건 지킴이 ,광주진보연대, 국민주권연대, 기독청년의료인회, 노동도시연대, 노동전선,다른세상을향한연대, 다산인권센터,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대경진보연대, 대구416연대, 대구여성노동자회, 대구청년유니온, 대전변혁실천단,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마법사단, 무지개신학교,문화연대, 민들레, 민들레교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2.0),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부산민중연대, 사월혁명회, 사회적파업연대기금,사회주의를향한전진, 새맘교회, 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생명안전 시민넷,생명평화포럼,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서울대학교병원새마을금고분회, 서울인권영화제,서울진보연대, 서울환경운동연합, 성공회 나눔의집협의회(노원·성북·인천·봉천동·수원·포천·용산·동두천·춘천),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 성소수자부모모임,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세월호를 잊지 않은 보스턴 사람들의 모임, 세월호를 잊지않는 애틀란타사람들의 모임, 손잡는교회, 수원4.16연대, 수원여성회, 수원지역목회자연대,수원청소년성인권센터, 수원환경운동센터,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여성환경연대, 예비예술인연대, 예수살기, 울산4.16기억행동,울산겨레하나,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울산시민연대, 울산진보연대,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인천자주평화연대, 인천평화복지연대, 인천환경운동연합,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연대, 자주평화통일실천연대,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 전국여성노동조합 대구지부,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전국청소년진보연대 소명, 전남시민단체연대회의,전남진보연대, 전북녹색연합,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정의평화기독인연대,정의평화인권을위한양심수후원회, 정치하는엄마들, 제주권역퀴어커뮤니티퀴여움QUTE!,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운동본부, 진보 3.0,진보네트워크센터, 진보대학생넷, 참여연대,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천주교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청어람ARMC, 촛불교회,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코리아국제평화포럼, 통일광장, 통일시대연구원,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평화와 통일을여는 보스턴 행동, 풍경세계문화협의회, 플랫폼C,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KSCF,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농인LGBT 설립준비위원회,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한국라깡임상정신분석협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민우회, 한국예수교회연대, 한국진보연대, 한국청년연대, 한국YMCA전국연맹,함께걸음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향린교회, 협동조합달팽이 학교, 협동조합 민들레학교, NCCK인권센터, New England Korea Peace Campaign (이상 163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