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도시연대가 올해 7월부터 활동을 시작한지 5개월 정도 지났지만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강남·서초 주민의 노동권·도시권이 성장하는 2020년을 기대하며, 올해 활동과 지역 이슈 10가지를 정리해보았습니다.
1. 강남·서초·송파 성인지예산 분석 세미나
‘마을벽화 갯수 늘리기’가 성평등 위한 사업’ ?! ‘독거노인 돌봄엔 여성의 보살핌이 필요함’ ?! 지자체가 매년 사업에 대한 성별영향분석평가와 함께 필수 작성해야 하는 성인지예산안의 내용은 쇼킹 그 자체였습니다.
8월 20일부터 9월 24일까지 성평등한 지역 정책수립과 집행을 목적으로 도입한 성인지예산 제도, 우리가 살고 일하는 강남·서초구, 이웃한 송파구의 성인지예산서를 입수해 참가자들과 함께 시민의 눈으로 개선방향을 찾고, 지역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나누는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2. 서초구의회 업무추진비 공개 조례 부결
9월 9일, 서초구의회에서 업무추진비 공계 조례안이 찬성 3표, 반대 3표로 부결되었습니다. `18년에 서울시 25개 구의회가 쓴 업무추진비는 한 구당 평균 7천만원~1억 2천만원 가량. 주민과 노동자의 예산으로 쓰는 돈인데 결코 액수가 적지 않습니다.
서초구청의 경우 이미 업무추진비를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도시연대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매월 서초구의장단 업무추진비를 온라인에 공개했고, 지역언론에서도 이를 보도했습니다.
3. 「강남구의회 주민 모니터링단」 활동참여, 주민참여활동 성장과 한계
강남구와 서초구는 그동안 지역주민의 지방자치단체 감시나 참여활동이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못했으나 최근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주민의 손으로 뽑은 의회 의정활동과 행정·예산감시의 필요성에 동감하신 주민분들과 함께 ‘강남구의회 주민 모니터링단’ 활동을 기획하여 11월 강남구의회 행정사무감사 현장을 방청했습니다.
강남구의회에선 비록 감사장에 칸막이(!)가 놓여졌으나 행감 상임위 사상 최초로 주민방청이 이루어졌고, 특히 동주민센터 감사장에 주민들이 들어간 것은 강남구 개청 이래 전무후무한 사례가 되었습니다.
한편 2012년 서울시가 도입한 주민참여예산제가 확대되는 추세이고 서초구의 경우 2020년도에 약 50억원 가량 최대규모로 편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지역을 막론하고 사업심의, 운영 측면에서 주민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행정 입맛대로 진행되어 자율성이 침해되는 한계점들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노동도시연대는 10월 강남구 주민참여예산 학습모임에 참가하였고, 특히 ‘실종’됐던 주민참여예산위원회의 `17~18년도 회의록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아냈습니다. 향후에도 구의정, 예산 분야 주민참여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준비 중입니다.
4.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 잇따른 부동산 이슈와 대형 도시개발 계획 승인
최근 1년 사이 폭등한 강남·서초 부동산 가격. 정부는 최근에도 12.16 대책 등을 통해 이를 잡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데요.
민간주택 분양가격 액수를 제한하는 상한제가 11월부터 실시되었습니다. 서초구엔 2만 가구 이상이 재건축을 추진중인데 조합원들은 일반분양분 수익이 줄어들어 시행사(건설사)들이 가구당 추가분담금을 늘릴까봐 불안해했습니다.
8월 29일 서초구청이 개최한 분양가상한제 토론회에 500여명의 시민과 취재진이 몰렸는데, 부동산 규제 정책에 대한 보수정치인들의 반대 선전이 이어졌으나 정작 주민들은 찬반 양론을 차분하게 듣는 분위기였습니다.
언론은 ‘분노한 주민들이 정부 정책을 성토한 자리’라는 식의 왜곡보도를 일삼았고, 노동도시연대는 이것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렸습니다. 또한 분양가상한제가 꼭 ‘정당한 재산권 행사’까지 간섭하는 제도가 아님을 주장했습니다.
지난 11월말 일반분양분을 통째로 매각하려던 서초구 소재 재건축조합이 정부의 강력한 불허 방침으로 인해 결국 매각 소송을 포기했습니다. 또한 며칠전 개발이익 3천만원 초과시 재건축조합에 부과하는 초과이익환수제도 헌재에서 합헌 판결을 받았습니다.
한편 강남 집값 상승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던 GTX 건설, 영동대로 GBC 개발사업, 수서역세권 개발사업 등 초대형 개발사업들이 줄줄이 관계당국의 승인을 받고 진행중입니다.
이 과정에서 최근 공기업인 LH공사가 수서역세권에 지을 신혼희망주택 분양가를 적정가격의 2배로 뻥튀기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노동도시연대는 주민·노동자의 생활여건을 뒤흔들고 투기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부동산 정책 변화, 도시개발·계획에 대해 새해에도 지속적인 감시, 정책연구활동을 펼칠 예정입니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住, living) 것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강남·서초의 가치가 되는 날을 고대합니다.
5. 「7.2 잠원동 붕괴사고」와 화재, 시민안전
작년 연말 붕괴조짐을 보여 긴급퇴거조치가 내려진 삼성동 대종빌딩 사건, 7월 2일에는 잠원동 대로변의 철거중인 건물이 붕괴해 1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지역 내 시민안전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한층 높아진 해입니다.
잠원동 붕괴사고의 경우 안전관리감독에 대한 법률 미비로 인해 재발 방지를 보장할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슬픈 현실입니다.
사건 이후 서초구와 이웃한 강남구는 ‘신축 및 철거공사장 일제점검'(7.17~8.2)을 진행했고, 노동도시연대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이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또한 10월에 인허가완료 강남·서초 철거공사장 현황을 매핑했습니다.
한편 서초구에선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들이 이어졌습니다. 7월 14일 방배동 아파트화재 사고로 주민 1명이 숨졌고, 10월 13일 방배본동 남부종합시장 화재로 시장 직원 1명이 사망했습니다. 11월 15일 서초4동 진흥종합상가에 대형화재가 발생했지만 천만다행으로 사망자는 없었습니다.
서초구가 2020년도 예산안에 안전 분야 예산을 크게 확충했지만, 행정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끌어내는 원동력은 시민의 지속적인 감시와 참여입니다.
6. 도시공원 일몰제 관련 정보공개청구
`20년 7월 시행되는 ‘도시공원 일몰제’, 공원 부지로 지정 후 장기미집행된 부지를 해제하는 제도입니다. 강남·서초구는 원래 도시공원법 시행규칙 제4조, 도시공원법 제2조 3호에 의해 법적으로는 각각 324만㎡, 258만㎡의 시가지 내 도시공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계산해보면 강남구 약 50만㎡, 서초구 약 90만㎡의 공원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노동도시연대는 7월 23일, 강남·서초구청(10만㎡ 미만 관할)에 「일몰제 대상 부지 매입보상집행률, 주무부서 회의자료」를 정보공개청구하였고 이의신청 등을 거쳐 9월초에 최종결과를 받았습니다. 매입보상률에 대한 정보를 매핑하여 9월 10일 공개했고, 지역 내 환경단체들과 소통하여 향후 대응책 마련과 연대활동을 구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놀랍게도 강남구는 구 관할 도시공원 부지 확충에 대한 심의·회의자료가 부존재했고, 서울시 보상절차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일절 논의된 바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서초구는 심의·회의자료를 비공개하였으며, 마찬가지로 어린이공원을 제외한 근린공원 부지 확보에 대해 시 절차에 따라 진행하려고 한다는 답변을 하였습니다.
가뜩이나 녹지가 부족한 강남·서초 지역에서 공원 확보를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소극적이었다는 사실이 여지 없이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강남구의회는 12월 4일, `19년도 3차 추경안을 통과시켜 77억원 규모의 세곡동 돌산근린공원 부지 매입 및 공원조성예산을 편성하였습니다.
7. 삼성해고자 김용희 님 강남역 고공농성 및 지역 내 노동문제
노조 설립을 준비했다는 이유로 삼성으로부터 갖은 고초를 겪었던 김용희 님이 삼성의 사과와 보상, 복직을 요구하며 6월 2일 강남역 앞 CCTV철탑 고공농성을 시작한지 200일을 넘겼습니다.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시민들의 지지방문과 집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19년 한해 강남·서초 지역의 노동문제도 다양하게 드러났습니다. 우선 ‘플랫폼노동’의 대표격,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이 두드러졌습니다. 배달앱과 대행업체들은 본사들이 강남·서초구에 소재해 있고, 종사자 수도 이 지역에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플랫폼 배달노동자들의 열악한 실태는 이미 많은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데요.
5월 1일 배달노동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이 대치4동 ‘부릉’ 본사 앞에서 출범식을 열었고, 8월 27일엔 서초3동 ‘요기요’ 본사 앞에서 계약내용 일방변경 항의집회, 11월 6일엔 고용청의 근로자성 인정 판결에 대해 ‘요기요’ 측 후속대책요구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지역에 많은 아파트 관련 노동자들의 처우현실도 눈에 띄었는데요. 8월 22일 청담동 아파트에서 도색작업중인 노동자가 추락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파트 관련 도급·용역은 작업안전관리 책임주체와 작업시 관리감독 책임자가 명시되어 있지 않아 노동자들의 안전이 벼랑 끝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 드러났습니다.
9월 29일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경비원이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한 해고무효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입대의 결정사항이라도 근로기준법 상 해고 요건을 엄격히 준수해야 하며, 특히 ‘절반 가까운 입주민이 경비업무 위탁 전환에 반대했다’는 점을 재판부가 언급하였습니다.
지자체에 속한 노동자들의 이슈도 있었습니다. 강남구는 2019년 생활임금 적용대상에 지방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 노동자들이 제외되어 있습니다. 11월 22일, 강남구도시관리공단 행정사무감사에서 2년간 수익이 30억 가량 감소됐음에도 이사장과 본부장 연봉이 전년 대비 8~15% 인상된 점이 지적됐습니다. 강남구의회 허주연 행정재경위원장은 “공단 직원들은 생활임금 혜택도 못받는데 임원들의 높은 연봉인상은 말이 안된다”고 질타했습니다.
노동도시연대가 「강남구도시관리공단 직원인건비 지급내역」을 입수해 살펴보니 상용직·무기계약직 기본급은 1인당 월 평균 189만원 선. 2019년도 강남구 생활임금 월 208만원에 한창 못미치는 수준이었습니다.
앞서 9월 23일, 강남구의회 행정재경위 의원들에게 생활임금 조례 개정(적용대상 확대)에 대해 공문을 보냈을 때 아무런 답변을 들을수 없었는데, 이제야 조례 개정의 여지가 생긴걸까요?
12월 30일에는 강남구 청소용역업체 청소노동자 100여명이 강남구청 앞에서 ▲용역업체별 계약내용과 인건비 현황 공개 ▲용역업체별 근로조건 일원화 ▲차등 없는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고, 현재 3자대면 개최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상황입니다.
8. 공유전동킥보드 안전문제 제기
`19년 봄, 공유전동킥보드 업체들의 서비스가 강남·서초 지역을 중심으로 개시되었고 이용객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새로운 개인이동수단의 등장으로 편리해진 점도 있지만, 인도주행으로 인한 보행안전 침해, 교통사고, 무보험 위험, 무분별한 방치, 면허도용과 각종 탈법행위 또한 끊이지 않았습니다.
8월 5일 한남대교 ‘킥보드 뺑소니’ 사건 이후엔 강남경찰서·강남구청과 공유업체들이 안전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강남구의회에서도 킥보드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는데, 9월 25일 본회의에서 김세준 의원이 “이용실태조사를 정부에 요청해달라” 발언하였고 11월 21일 이재진 의원은 교통행정과 감사 중 “경찰과 합동으로 인도 주행을 단속하고, 방치된 킥보드 수거에 기간제근로자를 활용할 방법은 없나”를 질의하기도 했습니다.
노동도시연대는 7월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조례 제정 등의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10월 16일에는 시승 후기와 문제점을 SNS에 게시했습니다.
9. 강남·서초구 각각 1인가구 지원센터 설립, 서초구청년네트워크 참여
3월에 서초구1인가구지원센터, 12월에 강남구1인가구커뮤니티센터가 각각 개소했습니다. ‘18년 기준 강남구 1인가구 비율은 14%, 서초구는 무려 31%에 달합니다. 센터의 설립으로 1인가구 대상 사회안전망 확충, 복지서비스 연계는 물론, 1인가구에 대한 인식 제고와 사회활동 지원이 잘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노동도시연대는 강남·서초구의 1인가구 현황과 정책(입법근거, 실태조사, 사업·예산, 지원기구) 자료를 확보하고 있으며, 2020년 1월 강남·서초지역 청년들과 함께 1인가구 정책 발전방향에 대한 세미나를 기획중입니다.
한편 9월 16일에 서초구 청년기본조례를 통해 설치된 서초구청년네트워크가 발족했습니다. 서초구 거주 및 소재직장에 근무하는 만 19~39세 청년을 대상으로 모집된 네트워크에 노동도시연대도 활동위원으로 위촉되었고, 한달에 평균 2~3회 이상 분과회의에 참석해 12월 18일 「2019 서초구 청년정책 모니터링 발표」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10. 서리풀페스티벌·강남페스티벌 최대 규모 개최,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집회
9월 21일에 8일간 열린 제5회 서리풀페스티벌은 23개 프로그램, 250여개 공연에 총 방문객 27만여 명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되었습니다. 강남구에서 9월 26일부터 10일간 열린 제8회 강남페스티벌 또한 사상 최초로 영동대로 구간을 통제하고 진행된 전례를 남겼습니다.
양대 페스티벌은 규모와 내용면에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서초3동 예술의전당과 클래식음악계 등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서초구, 삼성1동과 청담동을 중심으로 K-POP 한류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강남구는 매년 지자체 역량을 총동원하고 대기업의 후원을 받으며 축제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예산이 투여되는만큼 기획 단계부터 지역주민의 주체적인 참여 보장 여부, 지역 정체성 부각과 문화적 성과 구축에 대한 문제의식 또한 커지고 있으며, 일회성 예산 규모를 늘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강남구의 경우 2020년도 예산안에 강남페스티벌 예산을 무려 100억 이상 책정했습니다.
향후 주민들의 참여가 활성화되고, 내실있는 시민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강남·서초 주민들의 적극적 관심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한편 9월 28일부터 서초3동 검찰청사 앞에서 매주말 열린 검찰개혁 촛불집회엔 수십만의 인파가 모여 사법부 개혁과 공수처 도입을 요구했습니다. 강남·서초 지역에서 시민집회가 이렇게 대규모로 진행된 사례는 유래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2020년을 맞이하여 정리해 본 작년의 노동도시연대 활동과 지역이슈! 새해에도 강남·서초 주민과 노동자의 노동권, 도시권 증진을 위한 노동도시연대의 활동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