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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이너 2020.12.18 보도

방배동에 살던 60대 김 씨의 죽음이 지난 14일 한국일보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김 씨는 사망한 지 최소 5개월이 지난 것으로 추정된다. 30대 발달장애인 아들은 어머니가 사망한 후 지하철역 인근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암시하는 종이푯말을 내걸고 노숙생활을 했다. 이를 한 사회복지사가 발견하면서 방배동 모자의 비극적인 상황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에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등 4개 시민사회단체는 18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배동에서 숨진 김 씨의 명복을 빌었다. 또한 부양의무자기준을 비롯해 복지 사각지대를 양산하는 주범인 신청주의 복지, 생계형 건강보험 체납자 등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촉구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방배동 모자 사건은 한부모가정, 장애인가족, 빈곤층, 체납 건강보험,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 발굴 안 된 빈곤층, 이주대책 없는 재개발사업 등 우리 이웃의 어려운 현실을 함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라며 “가난한 사람들의 계속된 죽음에 정부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관계단절된 가족에게 부양책임 묻는 부양의무자기준, 김 씨도 예외 아니었다

김 씨는 주거급여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된 2018년, 그해 10월부터 주거급여를 받았다. 그러나 부양의무자기준 탓에 생계·의료급여는 받을 수 없었다. 부양의무자인 이혼한 전 남편에게 자신의 상황이 전해지는 것이 두려워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발달장애아들과 살면서 김 씨의 수입은 공공일자리 급여뿐이었다. 공공일자리가 끊기면, 모자는 20만 원 남짓한 주거급여로 살아가야 했다.

부양의무자기준이 두려워 수급을 아예 포기하는 일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박승민 동자동사랑방 활동가는 “한 쪽방 주민은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을 받을 수 없었고, 지금도 수급자가 아니다. 수급신청을 했을 당시 주민센터 자료를 보니, 전화를 받은 며느리가 ‘우리 어머니가 그러실 리(수급 신청)가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는 이유였다”라며 “가족이 있어도 오랫동안 관계단절이 되었고 어떤 지원조차 받을 수 없는데 그런 가족에게 부양책임을 묻는 것은 가혹하다. 이 사건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했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은 73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중에서 김 씨처럼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주거급여는 받지만 생계·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람은 5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윤영 사무국장은 “부양의무자가 있더라도 지방생활보장위원회를 통해 지자체 차원에서 수급을 보장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연간 10만 명의 수급이 보장되고 있음에도 이런 제도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라며 “정부는 방배동 모자가 주거급여는 받으면서 왜 생계·의료급여는 받지 못했는지 조사할 책임이 있다. 주거급여 받았다고 복지 사각지대가 아니었다는 말은 황망하기 그지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급여 비수급자, 건강보험 장기체납자는 의료공백에 속수무책

정부도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공약을 내세웠고, 당선 후 국정과제에도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담았다. 그러나 제2차 기초생활보장 기본계획(2021~2023)에는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 단계적 폐지 계획만 담고 있을 뿐, 의료급여는 폐지 계획조차 담지 않았다. 의료급여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대안으로 내놨을 뿐이다. 김 씨의 죽음은 정부의 대안이 얼마나 기만적인지를 보여준다. 

김 씨는 국민건강보험 생계형 장기체납자였다. 지난 2005년 뇌출혈 수술을 받았지만, 2008년부터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해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경우 병원 이용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장기체납, 압류통보를 수시로 받는다. 병원을 이용할 경우에는 부당이득금 환수조치를 받게 된다. 이처럼 생계형 장기체납자들은 스스로 위축돼 병원 이용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들의 장애진단도 받을 수 없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양영실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올해 건보공단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5만 원 미만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한 가구는 113만 가구이고, 이 중 80만 가구가 생계형 장기체납자이다. 고인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랫동안 지속된 건강보험료 연체, 주거취약, 금융연체 등의 위기 상황을 정부시스템에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해, 비극적 상황을 초래하게 됐다”며 “건강보험을 다시 이용하려면 체납액 분납 방법밖에 없어 가난한 사람들은 의료공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의료급여는 의료공백의 최소한의 장치다. 정부는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로, 가난한 사람들이 아프면 병원에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김없이 노출된 ‘신청주의 복지’, 죽어야 드러나는 빈곤의 얼굴

정부는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망 사건을 계기로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로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가난을 이유로 목숨을 잃는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인천 계양구의 네 가족 사망 사건, 관악구 탈북민 가족 사망 사건은 복지 사각지대의 넓이를 가늠하게 한다. 

오진방 한국한부모연합 사무국장은 “현장방문,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이웃살핌이, 주민복지플래너 등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던 제도와 예산은 도대체 어디에 쓰였나. 여전히 우리나라가 신청주의 복지제도를 벗어나지 못했다”라고 비판했다. 

유검우 노동도시연대 대표는 “서초구는 서울에서도 부촌으로 꼽힌다. 복지부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서초구의 기초생활보장 일반 수급자는 4030명으로 전체 주민의 0.93%에 해당한다. 서울 전체 수급자 비율 3.15%에 비해 빈곤인구가 적은 편이다. 그러나 숫자가 적다고 빈곤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4000여 명의 수급자에 대해서 동주민센터에서 전수조사만 했더라도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페이스북에 ‘장성한 아들에게 장애가 있고, 부모가 밝히기를 원치 않는 2인 가구도 돌봄 대상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글을 게시했다. 유검우 대표는 “방배동 모자가 살았던 곳은 10년 가까이 재건축 계획이 있던 곳이지만, 이주대책은 없었다”라며 “서초구는 김 씨의 죽음에는 뒤늦은 땜질식 대책으로 책임을 회피하면서, 구 차원에서는 재건축 정보포털을 준비해 부동산 개발 이익 정보 제공을 면밀히 준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씨의 아들은 발달장애인이었지만 장애인등록을 하지 않아 장애인복지 대상자도 될 수 없었다. 김종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회장은 “남아 있는 아들이 우리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방배동 모자 사건은 발달장애인 가족의 현실이다”라며 “정부는 발달장애인 가족의 전수조사를 시행해,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삶에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후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공약 의지와 계획, 복지부장관과 복지부장관 후보자에게는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의지와 계획 △사각지대 발굴 내용과 기준 공개 △주거급여 수급자 중 생계·의료급여 선정기준 이하 소득자들의 규모 등에 대해 공개 질의서를 전달했다.  

*링크 :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0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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