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곡동 놀이터 정기검사 결과가 왜?
「강남·서초 놀이터안전산책단」 이야기 1
노동도시연대는 (재)숲과나눔의 2021 ‘풀씨’사업의 지원을 받아 ‘강남·서초 놀이터 안전산책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사)한국생활안전연합 놀이터안전센터 이주영 팀장의 강의를 듣고 우리가 평소에 모르고 있었던 어린이 놀이시설에 대한 관리 허점, 부실한 안전 실태에 대해 알게 돼 많이 놀랐는데요. 이번 월요일(19일), 강남구 세곡동으로 첫 안전 모니터링을 다녀왔습니다.
기억해야 할 것 4가지…법, 안전관리 매뉴얼, 검사게시대, KC인증서
우리가 흔히 놀이터라고 하는 ‘어린이놀이시설’은 보통 설치된 장소에 따라 관리 주체가 다른데요. 이번엔 지자체, 즉 강남구에 관리책임이 있는 ‘도시공원’에 설치된 놀이터 3곳을 살피기로 하였습니다. 세곡천공원, 세곡해오름근린공원, 대왕공원인데요.
우선 어린이놀이시설은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그리고 행정안전부의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 매뉴얼>, <어린이놀이시설의 시설기준 및 기술기준>을 준수하여야 합니다. 저희는 이 2개의 자료를 토대로 모니터링을 진행하였는데요.
우선 모든 어린이놀이시설은 기본적으로 설치검사와 정기검사(법률에 정해진 기간)이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안전관리자 지정 및 교육 이수, 사고배상책임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야 합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제12조 제4항에 따라 “관리주체는 설치검사 및 정기시설검사에 합격된 어린이놀이시설에 대해서는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설치검사 및 정기시설검사에 합격되었음을 나타내는 표시를 하여야 한다”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데요.
아래 사진과 같은 게시대가 놀이터에 설치되어 있어야 합니다.
한가지 더, 어린이놀이시설에 설치된 놀이기구는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 제19조에 따라 ‘KC인증서’가 부착되어 있어야하며, 아래 사진과 같은 내용이 표기되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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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놀이기구에 부착되어야 하는 KC인증서 견본 (출처 : (사)한국생활안전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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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C인증서’ 부착과 표기의 예 |
사실 이 KC인증서는 굉장히 중요한 표기이지만, 놀이터마다 소홀한 관리로 제대로 부착·표기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관리 인력과 예산의 한계 문제도 있겠지만, 잘 지켜지지 않을 법이라면 처음부터 만들 필요가 없는거겠지요. 어린이 안전을 지키기 위해, 놀이기구에 KC인증서가 제대로 부착·표기되어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4월 19일에 ‘정기안전검사’가 완료되었다고?
행정안전부에서 관리하는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시스템> (https://www.cpf.go.kr/)이라는 웹사이트가 있습니다. 전국의 어린이놀이시설 현황과 점검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행안부 등록정보에 따르면 이날 살펴본 곳 중 세곡천공원, 세곡해오름근린공원 정기안전검사일이 4월 19일로 저희가 살펴본 당일로 되어있고, 검사결과도 ‘합격’으로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실제 검사 진행 여부는 저희가 이후에 확인해 볼 예정입니다.
어린이놀이기구 크게 13종류… 기구마다 ‘점검항목’ 존재해
우선 어린이놀이기구는 행정안전부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 매뉴얼>에 ‘일반놀이기구’와 ‘물이용 놀이기구’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놀이터의 ‘일반놀이기구’는 13종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또한 놀이기구마다 알맞는 ‘점검항목’이 있습니다.
①그네 : 하중 지지대에 매달려 있는 좌석받침판이 앞뒤좌우 등으로 움직이도록 설계될 것 (세부 분류 5종 예시)
②미끄럼틀 : 경사면을 가진 구조물로서 이용자가 규정된 트랙내에서 미끄러져 내려갈 수 있도록 설계될 것 (세부 분류 2종 예시)
③정글짐 : 통나무, 파이프, 타이어 등으로 구성된 육면체, 둥근 지붕 또는 탑 모양의 구조물로서 자유롭게 매달릴 수 있도록 설계될 것 (세부 분류 3종 예시)
④공중놀이기구 : 손잡이를 잡고 매달리거나 공중에 매달려 있는 좌석에 앉아서 케이블을 따라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될 것 (세부 분류 4종 예시)
⑤흔들놀이기구 : 아랫부분의 구성체가 좌석이나 자리를 지지하는 형태로서 이용자가 그 좌석이나 자리에서 그 놀이기구를 직접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될 것 (세부 분류 9종 예시)
⑥오르는 기구 : 봉, 로프, 그물 등으로 이루어진 구조물로서 손으로 붙잡고 오르내리도록 설계될 것 (세부 분류 6종 예시)
⑦회전놀이기구 : 한 개 이상의 좌석, 받침판, 손잡이가 설치되어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거나 트랙을 따라 회전하도록 설계될 것 (세부 분류 5종 예시)
⑧건너는 기구 : 일어서거나 기거나 매달려서 앞뒤, 좌우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될 것 (세부 분류 3종 예시)
⑨조합놀이대 : ①부터 ⑧까지의 놀이기구 중 두 가지 이상의 놀이기구가 결합된 형태일 것 (최근 놀이터에 가장 많이 설치되어 있음)
⑩스페이스네트 : 유연한 요소(예 : 로프, 체인 등)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기하학적 3차원 등반 구조물
⑪폐쇄형 놀이기구 : 지정 출입구가 있는 3차원 폐쇄형태의 놀이기구 및 구조물 (세부 분류 3종 예시)
⑫기타놀이기구 : ①부터 ⑪까지의 놀이기구 외에 어린이의 신체발달, 정서 함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구 또는 조합물 (모래집, 소리전달기, 자가발전놀이, 물놀이대, 모래놀이기구, 기차놀이대, 점프볼, 원반놀이기구, 돌림판, 물이용형 등)
⑬충격흡수용표면재 : 어린이가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재료가 사용될 것 (도포-우레탄, 고무, 모래)
이제 몸소 놀이터를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지난번에 교육을 듣고 난 이후에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많아졌는데요.
이날 돌아본 놀이터들은 전반적으로 놀이공간 바닥의 ‘충격흡수용표면재(도포-우레탄)’ 갈라짐과 터짐이 꽤 심했고, 놀이기구들마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부분의 부식도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조합놀이대’의 ‘오르는 기구’, ‘건너는 기구’에서는 금속 결합 부위를 감싸는 보호캡의 예비부품이 없어서인지 검은 절연테이프로 감아놓은 경우도 많았는데, 이런 경우 결합 강도를 확인할 수 없어 풀림에 대한 예방이 될 수 있는지 불안했습니다. 심지어 보호캡이 유실되어 금속 볼트가 그대로 노출된 부분도 발견되었는데요, 이런 부분은 사고가 날 때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수 있어 빠른 조치가 필요합니다. 그 밖에도 결합 부위 약화로 인한 돌출, 떨어짐도 발견되었습니다.
위 사진은 세곡천공원에 있는 ‘조합놀이대’의 미끄럼틀 지붕입니다. 목재로 제작되었는데 나무가 부식되고 갈라져 떨어져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조치를 해놓지 않은 상태인데요. 자칫 부서져서 이용 중인 어린이 머리 위로 떨어진다면 머리에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겠지요.
이것은 대왕공원에 설치되어있는 ‘조합놀이대’의 지붕입니다. 위 사진에 있는 세곡천공원과 비교했을 때 아크릴판으로 지붕을 보수해 훨씬 안전해보입니다.
대왕공원 놀이터의 경우 공원 관리사무소가 설치되어 있고 상주 관리원이 계셔서 그런지 다른 두 곳에 비해 관리가 잘 되어있었습니다. 역시 우리 주변 시설의 안전은 자주 살펴보고 조치하는 것이 최선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여기서는 의아하게도 의무설치되어 있어야 하는 정기시설검사 게시대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이렇게 실시한 모니터링 결과는 추후 종합하여 데이터 지도로 만들 예정입니다. 다음달 까지 매주 1회 모니터링을 실시할 예정이니, 놀이터 안전에 관심 있으신 강남·서초 주민께서는 노동도시연대로 연락을 주시면 함께하실 수 있습니다.
*문의 : 02-535-0705, office@nodo.or.kr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