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9일,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구의 철거 건물 붕괴로 인해 9명의 무고한 시민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은 참사는 정상적인 과정을 거쳤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명백한 ‘인재’임이 각종 조사와 수사기관에 의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리에겐 2019년 7월 2일, 잠원동 19-8 상가건물이 철거 과정에서 무너져 시민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던 참사의 악몽이 아직 생생하다. 더구나 광주 참사 직후인 지난 6월 11일 새벽, 반포4동 쉐라톤호텔 개조 현장에서 제대로 결속되지 않았던 비계가 붕괴하는 사고가 일어나 대형건물 철거현장이 많은 강남·서초 지역 주민, 노동자들은 생활공간 주변에서 언제 무엇이 무너져내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노출되어 있다.
이번 광주 붕괴참사는 비용절감을 위해 공사 순서를 지키지 않고 필요한 안전조치를 무시하거나 황당할 정도로 눈속임해온 점, 현장 안전통제 배치가 없었던 점, 철거 과정을 감독해야 할 감리가 제 역할을 않고 현장에 없었던 점, 무엇보다 제출된 계획서대로 공사가 진행되는지 확인하는 지자체 현장점검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 잠원동 참사 때와 똑같은 문제들이 반복되었다.
잠원동 참사 이후 개정되어 작년 5월부터 시행중인 건축물관리법은 일정 규모 이상 건물 철거시 지자체의 허가와 감리 지정을 받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지자체에는 허가를 받기 위한 해체계획서의 내용을 전문적으로 검증하거나, 감리가 현장에 상주해 제대로 업무를 보는지 확인하거나, 업체가 계획서대로 철거하는지 확인할 의무는 없다.
실제로 이번 참사 직후 관할인 광주 동구청은 안전을 염려한 주민들의 신고에도 현장에 ‘주의’ 공문만 내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잠원동 참사 당시에도 관리감독 소홀을 근거로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에 의해 고발된 서초구청 관계자들은 철거현장을 관리할 법적 의무가 없어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바 있으며 현재도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수익을 위해 공사하는 민간업체가 마음만 먹으면 자율권을 넘어선 불법 행위를 서슴치 않고 저질러 수많은 시민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는데, 공사 허가권자인 지자체에 철거공사 관리감독 의무가 주어지지 않고 오히려 이런 사항을 면피 도구로 삼을 수도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마침 어제 국회 국토위에서 철거공사 감리자 상주, 지자체 착공신고절차를 의무화한 건축물관리법 개정안이 법안 심사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와 국회는 건축물관리법 제30조의2를 개정하여 철거 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의 현장점검을 의무화하고, 이로 인해 필요한 예산·인력 편성에 나서야한다.
또한 이번 광주 붕괴참사의 책임자인 철거공사 원·하청기업, 감리자, 인허가권자인 광주 동구청에 대해 의심이 될 부분을 면밀히 수사하여 책임자들을 강력 처벌해야 한다. 2년전 잠원동 참사를 일으킨 당시 철거업체의 대표, 감리담당자, 굴삭기기사 등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대해 작년 7월 2심에서 감형 받아 각각 징역 2년부터 금고형, 집행유예 등을 선고받았으며 법인은 ‘고작’ 벌금 1,000만원 형에 처해진 전례가 있다.
이러한 부조리가 더이상 이어지지 않기 위해 생명·안전권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시공책임자 뿐 아니라 공사 현장 인명사고에 대해 모든 관계자를 처벌할 수 있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내년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을 손질하여 ‘시민재해’의 범주를 늘리고 발주처, 원하청, 허가권자, 공무원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마땅히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각종 산업재해와 재난참사로 인해 수많은 시민들이 목숨을 잃어가고 있는데 정부와 국회는 어째서 행정 행위 최전선에 있는 지자체에 의무를 부여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공무원들의 해명을 듣게 만드는가?
이에 우리는 정부와 국회에 요구한다.
1. 관계당국은 광주 붕괴참사 책임자들을 강력처벌하라!
2. 정부와 국회는 철거공사 지자체 관리감독, 현장점검을 의무화하고 예산을 편성하라!
2021년 6월 16일
백만노동자의 도시 강남, 노동도시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