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초는 본격적인 도시개발이 시작되기 전부터 저지대 상습침수지였고 1990년 9월 수도권 대홍수로 인해 대치•일원•수서•세곡동, 반포•방배동 일대에 막대한 인명•재산피해가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 7월 27일, 강남역 일대를 포함해 많은 곳이 물에 잠기고 특히 우면산 산사태로 18명의 희생자가 나오면서 강남•서초 지역 수해의 발생원인, 해결방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는데요. 작년 8월 강남역 사거리 침수로 또다시 논란이 붉어졌죠. 현대해상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여년간 서울시 차량 침수사고의 46% 가량이 서초구, 강남구 차량이었다고 할만큼 수해는 우리 지역의 고질적 재난입니다.
감사원의 <도시지역 침수예방 및 복구사업 추진실태 감사결과>(2012년 5월)를 보면 강남역 일대 침수 원인은 크게 2가지였습니다. 우선 이 부근에 모인 빗물은 하수관을 통해 반포천 쪽으로 흘려보내야 합니다. 그런데 서울시와 서초구가 ▲물 방류에 대한 검토가 부족한 상황에서 건설업자들 계산에만 맡긴 빗물펌프장 ‘묻지마’ 증설 계획으로 오히려 피해를 키웠고(반포•서초•사평펌프장) ▲도시개발 과정에서 하수관을 부적절하게 변형시키고, 이를 행정이 허가해줬다는 점(신분당선, 삼성사옥 건설 당시 하수관 확충 불량 및 부적절한 설계 변형)입니다. 이후 2015년 서울시는 ‘강남역 침수대책’을 발표하며 2021년까지 위 문제들을 바로잡겠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하수관을 고쳐야 할 지역이 많고 개발을 위해 빗물저류지 건설이 늦어져 지연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5월말, 수년간 공사중인 반포천 유역분리터널의 임시개방이 결정되었는데요. 과연 올해는 강남역 일대가 물에 잠길 걱정을 접어도 괜찮을까요?
위 사례가 잘못된 개발 행정으로 시민안전이 위협받은 경우라면, ‘기피시설’이라는 이유로 주민들이 반대해 조치가 늦어진 경우도 있는데요. 신사동, 대치동 일대 침수방지를 위한 빗물펌프장(잠원2, 도곡) 건설 중단 사례입니다. 강남구가 2011년 이후 해마다 수백억을 들여 해당 지역 하수관 개선 공사를 진행중이지만, 펌프장이 부족해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음에도 ‘아파트값’을 염려한 집단행동에 밀려 한차례 철회 후 지연됐는데요. 더이상 행정편의, 그리고 돈 때문에 지역주민•노동자들의 안전이 흔들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019년 대법원은 우면산 산사태와 관련해 대피명령을 제때 내리지 않은 서초구청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는데요. 예로부터 물난리는 천재지변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기술의 발전과 행정 조치를 통해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을 안 하거나,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아 발생되는 재난은 ‘사회적 재난’이죠.
수해를 막기 위해서는 지역주민 안전을 위해 최일선에 서있는 지자체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합니다. 강남구(치수과)와 서초구(물관리과)는 수해 방지를 위해 매년 예방사업 시행계획 및 발주계획, 수방시설 운영계획, 취약지대 점검 및 정비계획, 여름철 안전관리계획 및 결과보고를 작성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정보들은 정보공개청구를 하기 전 비공개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앞으로 재난 대비 행정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진다면, 수해로부터 안전한 강남•서초를 만드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요?
도시지역 침수예방 및 복구사업 추진실태 감사결과보고서(감사원, 2012년 5월)
반포천 유역분리터널 건설공사 강남역일대 수해예방을 위한 임시통수계획(서울시 하천관리과, 20210614)
강남구 치수과-2021년 수해예방사업 등 사업별 발주계획
강남구 치수과-2021년 풍수해대비 수방시설 및 수해취약지역 일제점검·정비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