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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기고

[회원기고] 2011년 7월, 물난리 속 출근길 – 뉴스레터 21년 6월호

By 2021년 07월 06일10월 11th, 2022No Comments

 

20117월 27일, 강남·서초가 잠겼던 그 당시에 나는 대치동 청실아파트에 살았었다그 날의 출근길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써보려고 한다.

 

아침부터 비가 무섭게 쏟아져 내렸었다. 여름철 장맛비 정도로 생각하고 출근길에 나섰다. 아파트에서 밖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빗물이 반쯤 잠겨 있었다. ‘신발이 젖겠구나하고 계단에 내려갔는데 잠긴 빗물은 종아리까지 찰랑거렸다.

 

종아리가 잠긴 채 지하철을 타기 위해 대치역으로 갔었다. 하지만 지하철은 이미 통제가 되어 탈 수 없었다. 빗물이 들어오지 않게 철문이 올라와 있었다철문으로 막힌 지하철을 보고, 길거리에 잠긴 버스를 보다 걸어가는 방법밖에 없구나하고 다리가 잠긴 채 걸어가기 시작했다.


험난한 출근길이 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비가 너무 많이 와서 길이 좀 잠겼네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다. 홍수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 때는 지금처럼 재난문자가 오는 것도 아니고, 아침에 뉴스를 보는 것도 아니라서 매일 가는 출근길에 비가 많이 오는 하루 정도로 생각했다.


빗물이 다리까지 잠겼지만 별 일 아니겠지 무심하게 대치역부터 양재역까지 걸어갔다.

 

폭우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매봉역을 지날 때 실감했다하수구 구멍에서 물이 역류하고, 역류된 물이 다시 하수구 구멍으로 들어가면서 잠겨있던 버스와 자동차들이 물과 같이 빨려 들어갔었다. 그 물살에 하수구가 있는 방향 따라 줄줄이 접촉사고가 났었다.


비가 더욱 거세게 내려오고 물결의 파동이 거칠어지면서 걷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기도 어려웠었다.

 

간신히 무언가 하나 붙들고 차즘차츰 걸어가 겨우 출근을 했었다. 온몸이 젖고 몸에 무언가에 쓸린 상처들이 있었지만 사고 없이 출근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운이었다.

 

그렇게 재해를 겪고 폭우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작년에도 폭우로 인해 오래된 아파트 내 방에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벽지는 다 젖고 마를 때 즈음 여름이 끝났었다올해는 봄부터 비가 많이 오고 6월에 장마처럼 소나기가 많이 내리곤 했는데… 무사히 여름이 지나가길 빌어본다.


“사진을 보면 차들이 마치 물속에 잠겨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물살을 따라 계속 휩쓸리며 움직이고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런 상황에서 출근을 했던게 믿겨지지 않는데, 저 당시엔 직장 다닌지 얼마 안된 때여서 그랬는지 그냥 회사에 도착해서 다행이라고만 생각했죠. 하지만 그날 얼마나 많은 분들에게 큰 일이 있었는지…” 


* 박재희 회원님은 오랫동안 대치동, 방배동 일대에서 거주해오셨으며, 현재는 서초구마을생태계지원단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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