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룰과 돈 앞에서 인간의 존엄 따위는 저세상으로 보내버리는 것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세상이다. 아직 드라마를 보지 못하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잠시만 드라마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오징어게임‘ 속에는 근본적인 룰이 있다. 극중 흑막 뒤에서 게임을 조종하는 ‘프론트맨‘이 단 한번 게임에 직접 관여하게 되는데 문제를 사전유출한 부정행위자를 즉각 처벌한다. 처벌의 이유는 바로 ‘평등‘. ‘프론트맨은‘ 불평등이 난무하는 우리의 사회와는 다르게 목숨걸고 하는게임 속에서 꼭 지켜져야 할 것은 바로 평등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끔찍하게 냉혈한 오징어게임에서도 아무에게도 같은편으로 선택받지 못한 마지막 한사람은 승부에 관계없이 살려주는데, 이 사람을 ‘깍두기‘라 부른다. 게임 참여자들은 우리가 어렸을때 그랬던 것처럼 그 누구도 육체적, 사회적인 약자였던 ‘깍두기‘를 비난하거나 무시할 수 없다. 나의 생존을 위해서 아무도 그에게 게임 단짝인 ‘깐부‘를 맺는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준적이 없으니까.
올 12월에 감리회 태화복지재단에서 위탁 운영되어왔던 강남구청소년쉼터가 사라진다. 가정폭력으로부터 도망쳐 나온 청소년이나 미자립 청소년의 임시 거주처를 제공하는 청소년쉼터 사업은 최근 임대 보증금으로 9억원을 배정했지만 50평 규모 생활시설을 찾지 못했다. 이에 추경으로 예산을 늘렸지만 최근의 강남 부동산 값에는 미치지 못한 액수다. 결국 강남구는 청소년쉼터 운영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괴물이 되어버린 부동산 때문에 이런 저런 문제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누군가는 단 몇 천만원을 투자해 부동산 개발수익으로 수천억을 벌어들이기도 하고 ‘부동산 괴물’에 패배한 서민들은 점차 외곽으로 밀려나간다. 아마도 강남처럼 다른 지역에서도 청소년 쉼터를 비롯한 사회안전망 시설들이 자리를 점차적으로 잃어가게 될지도 모른다.
부동산 괴물에게 집 없는 사람들이 패배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자본주의의 룰이기 때문에 억울해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지만, 이번 사건에서 씁쓸한 지점은 현대 사회에서 약자들을 위한 제도들이 우선순위가 뒤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연간 1조원이 넘는 예산을 가진 강남구에서 미자립 청소년을 위해 사라지지 않는 임대보증금을 충분히 배정하는 것은 어쩌면 의지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자영업자들을 비롯해 모두가 힘겹게 살아나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하필 땅값 비싼 강남에 가출청소년이 얼마나 있길래 굳이 먹여살릴 필요가 있는지, 조용한 동네에 ‘불량 청소년’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와 같은 불편한 내적 논란 속에서 우리는 어떤 판단을 해야할까.
패배한 자들을 총으로 땅땅 쏴버리고 탈락시키는 ‘오징어게임‘이 우리사회와 맞닿아 있기에 드라마의 반향이 크다. 세상살이가 너무나 힘들지만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는 한 사람으로써 드라마와 같은 폭압적인 평등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뒤쳐지고 외면받은 ‘깍두기‘들에 대한 배려의 크기가 우리의 현실에서는 좀 더 커져도 괜찮지 않을까.
* “현실을 딛고 미래를 보는 그 누군가가 되려고 합니다. 작은 의지들을 모아보려 합니다. 좀 더 나은 우리의 삶을 위해”
정의당 강남구위원장인 남영일 회원님은 강남구에서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비즈니스를 운영하였으며 서울시동남권NPO지원센터의 강남구 P.M(프로젝트매니저)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