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초 주민, 노동자뿐 아니라 수도권 남부로 자동차 이동을 하는 분들은 양재I.C 부근의 악명 높은 교통정체에 익숙하실텐데요. 이 부근은 화물터미널, 물류단지, 대형마트가 밀집해 있고 강남순환도로, 양재대로 등 큰 도로들이 만나는 지점일 뿐 아니라 지금도 택지개발로 인구가 계속 증가하면서 자동차 통행량이 포화상태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교통량 분산을 꾀한다며 양재1동(우면동)과 내곡동(신원동), 성남시 금토동 10.7km 구간을 잇는 ‘경부고속도로 지선’ 민자건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 직후부터 주민들은 소음•분진•미관 등 생활환경 저해, 공사 기간 더욱 심각해질 교통체증을 우려하며 반발에 나섰고, 서초구도 지역에 이익이 없는 사업이라며 반대하는 중입니다.
이 지역 교통문제는 정교한 계획보다 속도와 개발 이익을 중시하며 도시를 급팽창시키고, 장거리 자동차 이동 위주 교통체계를 꾸려왔기에 발생된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유명한 도시공학 이론 중, 새로운 도로를 만들면 그만큼 교통량이 늘어난다는 ‘루이스-모그리지 법칙’이 있는데요. 과연 이곳에 새 고속도로를 만들면 만사 OK일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도 효성중공업에 30년간 운영권이 주어지는 이 계획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10월 13일, 주민공청회가 열린 양재1동주민센터. 고속도로 건설은 국토부 소관으로, 노선이 지날 예정인 지자체를 통해 주민들에게 ‘전략환경영향평가’ 내용이 공람되면 공청회를 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날 씁쓸한 장면을 많이 보았습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권력자들에 의해 주민 의사나 생존권, 생태, 공동체, 공공성에 대한 고려 없이 국책사업을 추진해온 역사가 깊습니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말을 자르거나 고함을 질러 항의하는 주민들의 모습, “이 자리에 찬성하는 사람 있으면 손들어보라”며 분위기를 띄우는 구의회 부의장, 날카롭고 극단적인 표현으로 도배된 현수막 등 합리적인 논의나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애초에 불가능해 보였던 공청회 현장은 지역 민주주의가 갈 길이 아직 멀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이날 공청회 공람 자료인 <경부지선 고속도로 지선(성남~서초) 민간투자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요약문(2021.4, 국토교통부)> 자료를 공유합니다.
국토교통부 공고 제2021-1010호 – 경부지선(성남-서초) 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 공람 및 설명회 개최 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