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차별금지법있는나라만들기 유세단이 강남·서초 지역 캠페인 일정을 진행하였고 노동도시연대도 공동주최로 참여하였는데요.
성별, 성적지향, 나이, 혼인·출산, 장애, 병력, 학력, 출신지, 인종, 빈곤, 고용형태 때문에 억울하고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게끔 하자는 포괄적인 내용의 차별금지법 제정안이 국회에 올라가있지만, 거대정당들의 무관심과 홀대 속에 벌써 15년째 유예되어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있는나라만들기 유세단은 남부터미널역, 교대역, 신사역, 삼성역, 선릉역, 강남역 앞에서 시민들에게 오늘날 혐오와 차별에 가로막힌 우리 사회 현실이 어떠한지, 모두에게 기본적인 평등이 보장되기 위하여 차별금지법이 왜 필요한지를 널리 알렸는데요.
‘집없는 자’ 차별 계속… 공공임대 차별 해소돼야
노동도시연대 남궁정 사무국장은 교대역 앞 연설에서 “우리나라 무주택 가구가 전체 44%, 서울시와 강남·서초구 평균도 50% 안팎인데, 공공주택은 전체의 8%이고 나머지는 민간에 맡겨져 있다”며 공공임대주택이 늘어나야 할 필요성을 이야기했는데요.
그러면서 “공공임대를 늘리기 위해 먼저 해결되어야 할 것은 임대주택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실제 차별이다”라며 지자체와 인근 주민이 공공임대를 기피하거나 반대하는 문제를 짚었습니다.
어린이·청소년들이 LH 임대주택에 사는 친구를 ‘휴먼시아 거지’, ‘휴거’라 부르며 괴롭히는 문제, 임대주택 어린이 입학서류를 따로 받거나 배정을 따로 해달라는 요구, 임대주택 어린이의 놀이터 이용을 막는 차별 행위뿐 아니라 LH공사마저 분양주택과 임대주택 시설에 차이를 두는 등 다양한 차별 사례를 지적했는데요.
민간임대의 경우에도 집주인의 전세자금대출 거부, 장애인이거나 종교, 직업, 어린이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임차를 거부당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남궁정 사무국장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통해 이런 피해를 막을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뉴저지주는 차별금지법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주거차별을 법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당당하고 떳떳하게, ‘나답게’ 살기위해, 차별금지법
유세단에 참가한 노동도시연대 김정현 회원은 “다양한 차별이 만연해도 보호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서, 차별금지법은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더이상 ‘합의’할 필요없이 시급히 제정되어야 할 법”이라고 이야기했는데요.
코로나19 선별진료소가 자리한 삼성역과 강남역 앞 연설에서 김정현 회원은 “질병에 걸리는 것은 사람이 통제할 수 없고 죄도, 부주의로 인한 잘못도 아닌데 감염이 되었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여러가지 차별을 받는 현실이 있다”며 과거 HIV/AIDS(에이즈) 보균자들이 부당한 처우를 당했던 사례를 짚었습니다.
김정현 회원은 “제작년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이후 성소수자들을 비난하는 말들이 쏟아졌는데, 바이러스가 사람을 가리며 다니는 것이 아니건만, 급속하게 혐오의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만약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쉽게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소수자들에게 이런 혐오발언들로 상처를 줄 수 있었겠는가”라고 꼬집었습니다.
‘선릉역 사고’ 기사에 쏟아진 혐오 댓글…배달노동자 차별 STOP
강남·서초 지역에는 1만여명 이상의 배달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이날 유세단이 선릉역 앞을 지날 때 서비스일반노조 배달플랫폼지부 이성희 배민부지회장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강남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에는 분명 ‘보행자 출입금지’ 표시가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저희 배달노동자는 오토바이로 그 주차장 진입을 할 수가 없어서, 사람이 걸어다니지 않는 그 통로를 통해서 배달을 가야합니다. 또 다른 오피스텔은 저희들에게 지갑, 신분증, 오토바이키를 맡길 것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갑질’에 대해 저희가 작년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10개월이 지나서야 돌아온 답변은 ‘사유지에 대해 간섭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사유지이기 때문에, 어느 누군가의 인권이 유린되고 배제되는 것은 도대체 어느 나라 법도인가요”
작년 8월, 이곳에서 한 배달노동자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는데요. 안타까운 사고를 추모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한쪽에선 배달노동자에 대한 혐오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고인의 유가족은 다시 한번 가슴 찢는 고통을 겪을수밖에 없었다고 하는데요.
이성희 부지회장은 “이 사고의 본질적 문제,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문제가 분명히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직 혐오와 배제의 시선만 난무했다”며 “코로나 판데믹으로 현재 자가격리자가 15만명에 육박하는데, 우리는 이분들의 배고픔을 해결하는 우리 사회 해결사이자 필수노동자다. 차별과 혐오와 배제의 노동환경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선을 앞둔 지금 정치인들은 ‘아직은 때가 아니다’, ‘국민에게 물어보겠다’고 하는데, 차별이 존재하는 현실은 세계인권선언과 헌법 정신에도 위배되는 것 아닌가. 15년 동안 방치되고 있는데 왜 급하지 않은가”라며 “배달노동자를 비롯해 인권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존엄, 평등이 실현될 수 있도록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추운 날씨였지만 강남·서초 곳곳에서 울려퍼진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 사람과 사람 사이 너무나 당연한 평등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하루 빨리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기를 강력히 요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