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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기고

[회원기고] 내 삶 속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문제에 대하여 – 22년 2월호

By 2022년 02월 28일10월 11th, 2022No Comments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우는 선거의 계절이지만, 사실 요즘 뉴스를 보기 민망하고, 거리를 두고 싶은 분들도 있으실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거날 투표하는 것 정도를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양한 생활 현장에서 주민의 이름으로, 직장의 노동자로, 공동체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보람을 느끼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참여가 우리들 피부에 와닿는 ‘민주주의’를 만드는게 아닐까 하는데요. 이번호에는 본인이 속해있는 자리에서 여러 거버넌스(협치) 활동에 참여하셨던 임상원 회원님의 이야기와 고민을 담습니다.


강남구청년네트워크에 참여하다


나는 2020년에 새로 만들어진 거버넌스기구 ‘강남구청년네트워크’에서 활동했고, 2021년 여름에는 노무현재단 장학생들과 함께 「주간 장학생」이라는 자체 소식지를 만드는 활동을 했다. 이 두 활동을 글로 한데 묶어 소개한다면, 단연 소외되기 쉬운 삶 속에서의 저항이라 하겠다.


부연설명을 해보겠다. 20202월에는 글을 쓰고 있는 현재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됐다. 당시 나는 막 지방에서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하고, 내 숙원 중 하나였던 대학 편입에 운좋게 성공하여 막 3학년을 다니게 되었다


혼란의 연속이었다. 편입을 하고 나름 유수의 대학에 오고 나니 그 다음이 안 느껴졌다. 미래는 급격히 불안해지고,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통에 사람과의 사소한 교감조차 크게 제약받았다. 학교 밖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겨우겨우 학점을 채우는 공부를 하며 하루하루를 살았다.


그렇게 딱히 잡히는 게 없는 일상 속에 거버넌스 활동을 SNS로 접하고 흥미가 동했다. 강남구 수서동에 살면서 지역에 대해서는 잘 몰랐고, 또 지금 다니는 학교에 친구도 마땅히 없었지만, 거버넌스 홍보글을 보고 이 지역에 새롭게 친구를 사귈 수 있겠구나하는 마음에 신청서를 썼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거버넌스 활동은 의외로 빠듯했다. 다음해의 청년활동 계획서를 제한 시간 내에 고민해야 했고, 계획서 작성을 읍소하던 담당부처가 어렵사리 제안된 정책을 세세히 검사하며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오묘함을 경험했다. 그 사이에 각자가 분출되는 욕구도 참여동력에 영향을 줬다. 구청에서는 예산이 보장된 사업성과를 위해, 급조하여 거버넌스를 만든 듯 했다


참여자들 역시 각자 활동하고 싶은 목표가 친목에서 명예욕까지 매우 다양했다. 그나마 몇 동료들과 담당자가 선량한 의도를 가지고, 거버넌스의 한 축을 담당해줬기에 심한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았던 것 같다.


재밌어서 온라인소식지 함께 했는데…그 다음은?


2021년에는 1년간 학교를 휴학하기로 마음 먹으면서, 나는 비록 학교에서도 만나지 못했던 교류의 욕구를 같은 정체성을 띄고 있던, ‘노무현장학생’ 동료들과 풀고 싶었다. 활동의 매개는 독서였고, 이런 활동이 점차 발전하여 마침내 재단에서 예산 지원을 받는 프로젝트 사업으로서 「주간 장학생」이라는 소식지를 발간하기에 이르렀다


▲ 임상원 회원이 필진으로 참여한 온라인 소식지 「주간 장학생」 


하지만 여기에도 고민이 없지 않다. 코로나 시기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 자발적으로 모인 장학생들이 만든 몇가지 주제별 소모임은 생각보다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험이 차츰 안정되어가고 학생 신분으로서 미래를 걱정하게 될 때, 결정적으로 풀뿌리 조직은 크게 위축됐다.


아마 위의 두 이야기에서 가장 큰 문제의식은, 호기심 혹은 일상 속 결여감을 위해 참여한 공동체 활동은 대개 일정 수준에서 한계에 다다른다는 것이다. 그건 애시당초 참여의 성격이 매우 제한적으로 규정되어 있거나, 약간의 고도화를 이루기엔 해당 공동체를 다루는 관료조직의 힘은 강한데 비해, 시민 참여자는 매우 약한 것이다. 그리고 끝이다. 저항을 하기에는 다들 너무 바쁘거나, 무력해지거나, 귀찮아지기 쉽다


* 주간장학생 시즌1, https://bit.ly/주간장학생S01

주간장학생 시즌2, https://bit.ly/주간장학생S02


불안정한 생존사회, 민주주의 없는 일상이 더 불안하다


불안정노동자가 많아지는 시대에, 당장의 노동 혹은 학업에도 큰 파열음을 겪는 사람에게, 조직화된 관료사회와의 긴장관계 혹은 고도화된 시민사회 형성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최근 책<논쟁으로서의 민주주의>(최장집 공저)를 읽고 있다. 한 구절이 계속 내 가슴을 쿡쿡 찌른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지식인전문가의 참여 확대는) 정책의 투입측면을 확대하는 것이라기보다, ‘산출측면의 효과와 생산성을 증대하는 데 더 부응하는 참여라고 할 수 있다


권위주의와 민주주의의 차이는 전자가 정책 산출의 효과와 가치를 중시한다면, 후자는 투입 측면에 더 큰 무게 중심을 두고, 그 가치를 중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가 일상에서 실현되지 못할 때, 나는 불안정한 경제적 삶 그리고 소비만 되는 공동체 생활 속에 갇히게 되는 걸 매우 경계하게 된다. 뭐라도 해야할텐데, 역설적으로 무엇이든 다 막힌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필명 아무도아니, 9년째 경제학을 공부하며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대학원생은 아니다. 군대를 다녀오고, 편입을 하고, 학사경고를 받고, 휴학을 하다보니 시간이 너무도 빨리 지나갔다. 평범함이 빼앗긴 시대에서 평범한 직장생활을 찾는 노력이 영 마뜩치 않아, MBTI‘I’로 시작함에도 사람들을 만나 자극을 받고, 인생의 어떤 깨달음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2020년 강남구청년네트워크 1기 대표를 했고, 지금은 노동도시연대 회원이다


수서동에 거주한 임상원 회원님은 대학생으로 청년정책, 시민거버넌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2021 강남구 젠더거버넌스 참여, 서울시동남권NPO지원센터 ‘2030 NPO학교 – 젠더, 거버넌스, 청년시민참여’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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