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 발생한 개포1동 구룡마을 8지구 화재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하루 빨리 일상의 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무허가 주거지’ 개포1동 구룡마을, 1980년대 개발로 쫓겨난 철거민들이 형성한 이 마을엔 지금도 60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5일,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공약으로 ‘수도권 추가 주택공급방안’을 밝히며 ‘구룡마을 12,000가구 주택 공급’을 발표했는데요.
기존 아파트 2,800가구 공급 계획에 더해 용적률을 최대 5배 늘리고, 청년•신혼부부 위주로 시세 반값 이하 10년분양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으로 현재 주민들에겐 입주권을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이 공약에는 큰 문제가 있습니다. 기존에 주민들이 이주할 예정인 ‘공공임대 1,100가구’ 계획을 없앤 것입니다. 입주권이 있어도 집 살 돈이 없으면 휴지조각인데 인근 래미안블레스티지 시세가 평균 20~30억원(전용면적 84㎡ 기준), 반값이라도 10억이 넘습니다. 평균 연령 70대, 대다수 기초수급자인 주민들을 사실상 쫓아내는 개발인 것입니다.
게다가 용적률 500%를 늘리면 자칫 초고층, 고밀도 난개발로 주변 생태•교통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은 물론, 구체적인 공공시설 확충이나 개발이익환수 계획 없이 막 지른 ‘묻지마 공약’이란 우려를 지울 수 없습니다.
또한 공공임대 계획을 지우는 것은, 부동산 투기 우려로 이곳을 공공개발하기로 한 원칙을 흔드는 것입니다. 지역의 주거공공성 측면에서 보면 50만명 이상의 근로자가 일하고 무주택 가구가 52%를 차지하고 있는 강남구의 현실에서, 보다 안정적인 주거여건을 보장할 수 있는 공공임대 확충을 져버리는 이번 공약은 실망감을 안깁니다.
강남구는 구룡마을에 공공임대 대신 분양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이번 발표를 환영했는데요. 지난 수년간 삼성1동 서울의료원 부지 개발과 관련해 서울시가 그 자리에 공공임대를 늘리겠다고 했을 때, 강남구가 반발하며 대체부지로 제시한 곳이 바로 구룡마을이었습니다. 그런데 2020년 6월 서울시가 ‘구룡마을 공공임대 100% 도입’을 발표했을 때 강남구는 또 반발했는데요. 결국 작년 9월 이 계획은 철회됐죠.
강남구의 죽 끓는(?) 변덕에 고통 받는 이들은 평균 70만원이 넘는 강남구 월세와 출퇴근 교통난에 시달리는 무주택 시민•노동자들입니다.
공공이 ‘깜깜이’ 분양가를 낮춰 많은 시민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것, 더 쉽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필요한 일입니다. 한국은 주거의 95% 이상이 민간시장에 내맡겨져 있고, 집을 소유하지 못하면 임차인이 되어 사회경제적으로 무권리자 신세가 되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반값 분양’ 아파트를 가진 사람들이 그 집을 팔 때쯤 가격은 올라가기 마련이고, 주변 집값은 내려가지 않으며 자연스레 전월세도 올라갑니다. 이런 구조가 반복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강남•서초 집값 평당 1억 시대인 지금, 누구나 집을 갖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공공의 역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요?
이제 구룡마을 공공임대를 놓고 이어지는 밀당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확실하게 외칩니다.
정책권자들은 구룡마을에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확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