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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한창입니다. 주위에서 좀처럼 흙바닥을 살펴보기 어려운 강남·서초 지역이지만, 어김 없이 옥상 상자텃밭에 심어놓은 새싹이 나는 것을 보면서 계절을 실감하는데요. 기후멸종을 이야기하는 요즘, 토종 먹거리를 중심으로 여성·공동체 활동, 지역 살리기, 토종 농사 농민과의 연대 활동을 오랫동안 진행해온 단체이자 사회적기업이 서초구 우면동(양재1동)에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이번호 뉴스레터에는 (사)가배울 상임이사인 김정희 회원님의 글을 실었습니다. 지구·지역·이웃과 나를 살리기 위해 왜 토종 살리기가 중요한지, 5% 남아있는 토종을 지키기 위해 우리 한달 밥상의 5%를 토종으로 채우자는 5·5 캠페인 이야기와 함께, 완두콩 수확시기를 맞아 제주 구좌읍의 토종 완두콩을 맛볼 수 있는 방법도 전해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토종 살리기 활동을 하고 있는 비영리 사단법인이자 사회적 기업인 가배울의 상임이사 김정희입니다. 가배울은 강진에 전국 최초의 토종 식당을 열었고 토종농산물로 만든 밀키트를 판매하는 자체 쇼핑몰(http://www.gabaewul.com)을 운영하고 있고 농촌문화답사, 살림여성주의 강좌 운영 등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아야 하고 대응이 필요한 일인데도 지나치기 십상인 도시 생활 속의 문제를 알려주고 대응해주는 노동도시연대 활동이 참 소중하다 싶어 여기 회원이기도 합니다. 가배울 활동을 여러분들에게 알릴 수 있게 되어 기쁘고 감사합니다.

 

토종 살리기는 친환경 농사 운동과도 다르답니다. 토종 살리기는 농민이 씨를 받는 농사와 이와 연루된 음식문화와 그 외 문화를 보전하고 계승해가는 일을 말합니다. 여러분이 토종을 의식적으로 찾아 먹지 않는다면 여러분이 먹는 음식은 개량종이지만 농민이 씨를 받을 수 있는 곡물류를 제외하고는 100% 다음 해에는 씨앗이 발아하지 않는 불임 씨앗 농산물로 만든 음식입니다. 한국의 경우 1980년대 초반까지도 농가에서 주로 받아썼습니다만, 이제 씨앗을 받는 농가는 5% 정도 남았다고 봅니다. 5대 글로벌 씨앗 회사가 판매하는 씨앗의 양이 전 세계 씨앗의 75%를 차지해, 1g보다 씨앗 1g이 더 비싼 시대가 되었지요. 2020년 한국의 종자 수입량은 17,681톤이고 종자 수입액은 13759,000달러입니다


*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국립종자원, 연도별 종자 수출입 물량 및 국내외 채소종자 생산량 현황


202012월 말 환율로 계산해보면 약 14217400만원입니다. 종자 수입액은 매년 증대해가고 있고요. 초초 산업화 시대이니 씨앗이 산업화되는 건 당연하지 않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요즘 지구 종말을 우려할 정도로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지속가능한 지구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환경운동과 대안적 실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요. 그 대안적 실천의 하나가 토종 농사와 이 농사가 유지되게 뒷받침해주는 도시민의 토종 음식 먹기입니다. 만년을 이어온 토종 농사가 이제는 퍼센트도 잡히지 않는 극소수 농민과 도시민의 대안 실천으로만 명맥을 유지한다니, 이 자체가 기후 위기의 증거가 되겠네요. 왜 토종을 지켜야 하는지 간단히 말씀드려볼게요.

 

첫째로 토종 농사는 지구 생태계의 종 다양성을 유지시켜 지구를 살아있게 합니다. 종 다양성이 지구 지속가능성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UN은 생물다양성 협약을 제정했고 그 8조에서 토종의 현지보전을 위해 각국이 노력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토종은 지역 생태계에 적응한 종자여서 지역마다 다 다르답니다. 1911년에 편찬된 <조선도 품종일람>에 따르면 당시 토종 벼의 종류는 무려 1451종에 이릅니다. 이제 거의 사라져가는 토종 벼를 다시 살리고자 하는 농민들이 생겨나고 있고 다 합쳐도 100여종에 불과할 겁니다. 이제 우리는 다국적 씨앗회사가 공급하는 1~3개 정도의 개량종자 농산물을 먹고 있지요. 종 다양성이 아니고 종 획일화지요


둘째로 토종 농사는 벌, 나비, 흙을 살립니다. 한 품종 위주의 개량종 농사는 그 씨앗이 그것이 심어지는 지역 생태계에 적응되지 않아 과도한 제초제와 농약의 살포를 수반한답니다. 아예 씨앗이 제초제와 농약 코팅이 되어 그 성분이 꽃가루에 남아 벌을 죽게 만들지요. 벌 전문 학자 말라 스피박은 벌을 돌아오게 하려면 토종씨앗을 심어 토종 꽃의 꿀을 벌들이 먹게 하라고 말합니다


셋째로 토종 농산물은 수확량은 개량종에 비해 30~80%에 불과하지만, 약식동원(藥食同源)의 건강한 농산물이에요. 토종은 개량종에 비해 최고 400배의 높은 영양 성분을 갖고 있지요. 개량종이 다수확을 해서 기아를 해결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달려왔지만, 먹어도 먹어도 허한 음식을 우리는 먹고 있는 겁니다. 원액 주스가 아닌 아주 묽게 희석된 주스를 먹고 있는 셈이지요. 반다나 시바 같은 인도의 토종 살리기 운동가는 전세계 기아를 해결하는 건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높은 개량종이 아니라 단위면적당 영양가가 높은 토종이라고 말하지요


마지막으로 토종 농사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강강술래’ ‘김치와 김장문화와 같은 농촌 공동체 문화예술과 함께 합니다. 우리의 혼(魂)인 전통 문화지요.

 

토종이 지니는 이러한 가치를 보며 가배울은 토종 농사 농민과 보다 적극적으로 연대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이 되었습니다. 아직은 많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5% 남은 토종을, 월 식비의 5%를 토종으로 먹으면서 지키자는 5.5캠페인을 상시적으로 합니다. 토종을 현지 보전해가는 일이지요. 지금 가배울 쇼핑몰에는 제주 구좌읍 이도동에서 81세 할머니가 그 어머니에게 받아 심어오던 완두콩을 판매하고 있어요. 이번 주까지만 주문받아요. 가배울의 카카오 채널 회원이 되면 이런 정보를 보내드려요. 5월은 감사의 달, 감사를 토종으로 표현해도 좋지요. 5.5캠페인에 함께 하면 농민, 흙과 흙의 미생물, 씨앗, 당신 몸의 세포 모두가 웃는 답니다. 가배울 블로그에 들어가 토종 완두콩 생산자님의 글입니다를 읽어보시면 저희 농부님들이 어떻게 농사를 지시는지 볼 수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가배울 김정희 상임이사 ⓒ농촌진흥청 그린매거진


우면동(양재1동) 주민이자 (사)가배울 상임이사인 김정희 회원님은 생명여성주의 학자이자 실천가로, 다양한 저술과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1991년 창립 당시 서초1동과 양재1동에 자리잡은 (사)한국성폭력상담소의 창립멤버이자, 1995년 우면동 공동육아 튼튼어린이집 및 1998년 함께크는어린이집 설립을 주도하였습니다. 2010년 이후 가배울을 통한 여성농민공동체 운동, 여성 예비사회적기업 설립을 지원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여성가족부 양성평등주간 국민포장을 수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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