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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6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의 강남대로 인근 건물 외벽 전광판에 성소수자 애플리케이션(어플) 홍보 영상 광고가 게재되었다가, 나흘 만에 구청에 의해 영상 송출이 중단되었다. 강남구 측은 민원이 여러 건 접수되었다고 전하며, 동성애 만남을 주선하는 어플을 홍보하는 게 불건전하다고 판단했고, 「옥외광고물법」에 근거해 이에 대한 송출 배제 요청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였다고 밝혔다. 또한 법령에 따른 민원 대응 차원일 뿐, 개인의 가치관에 대해선 중립적 입장이라고도 언급했다.

해당 광고는 성소수자 만남 주선 어플을 홍보하는 20초짜리 영상으로, 성소수자가 포옹하거나 가벼운 입맞춤을 하는 등의 일상이 담겼다. 공영방송에서 시스젠더 이성애자 커플의 입맞춤 장면이 빈번하게 나오고 옥외 광고물에서도 이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강남구의 조치는 성소수자이기에 음란하다는 인식을 여과 없이 보여준 차별적 조치이다. 강남구는 논란이 생기자 애써 성적 지향을 차별하는 게 아니라 법령에 따른 민원 대응 조치라고 해명하였지만, 성소수자 관련 광고물이 공공기관과 지자체에 의해 불허된 경험을 상기하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몇 년 전부터, 일부 종교단체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캠페인을 강남대로 인근 전광판을 통해 지속적으로 상영하였다. 강남구가 언급한 「옥외광고물법」 제5조(금지광고물등) 제2항의 제5호에 따르면, 「인종차별적 또는 성차별적 내용으로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것」의 표시를 금하고 있다.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를 노골적으로 혐오하는 광고는 충분히 제한할 수 있음에도 방치하면서, 다양성을 보여주는 광고는 이 법률에 근거해 재빨리 금지하는 건 민원을 핑계삼은 행정의 이중잣대이자, 본래 취지에 반하여 법률을 이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는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법이라는 미명하에 제약하고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공공의 행태를 보아왔다.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기 위해 옥외광고물법이 이용되는 현실에 성소수자도 예외는 아니다. 성소수자는 도시를 둘러싼 환경에 의해 차별받거나 소외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렇기에 인권 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강남은 차별 방지 및 구제를 위해 더 세밀한 행정적 결단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정부는 2011년 이후 유엔에서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 반대 결의안’에 세 차례나 꾸준히 찬성하였다. 강남구가 준법 정신을 그리 중요하게 여긴다면, 국제사회 속 일관된 우리 정부의 입장을 고려하여 지금 당장 성소수자의 안전한 삶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성소수자에게 필요한 것은 광고 금지가 아니라 차별 금지이다. 우리는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끝까지 행동하고 강남구의 이러한 행정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2024. 9. 12.

강남구의 성소수자 광고물 금지를 규탄하는 58개 인권·시민사회단체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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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일한 내용의 온라인 민원을 강남구청에 접수하였습니다

https://www.gangnam.go.kr/assign/APPMST001/80455/view.do?mid=ID03_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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