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라키움’이라는 이름이 붙은 주택•건물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생소하실겁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KAMCO)가 관리하거나 위탁개발한 자산에 붙는 ‘브랜드’인데요.
캠코는 원래 국유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된 공기업으로, 민간자산 ‘시장’이 제 기능을 못해 부실해질 경우 공공의 힘을 빌어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기능도 맡고 있습니다. 경매를 통해 넘어온 국공유자산을 팔거나 직접 개발을 맡아 수익을 내기도 하고, 입지와 활용도가 높은 건물은 아예 임대사업을 하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사업’을 할 수 있는 근거는 공익을 위해 활용되기 위해서겠죠?
우리나라 땅 중 국공유지 비율은 32%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적은 비율은 아니지만 체계적인 관리가 취약하다고 하는데, 앞으로 국공유지를 활용해 공공성을 높이고 재정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이 연구될 전망입니다. 그런데 작년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행정•복지는 물론 주거, 영업 등 시민생활과 직접 연관될 수 있는 국공유 소유의 건물은 우리나라 전체 건물 중 불과 3.1%라고 하는데요.
국민의 절반이 주거 세입자, 자영업자 절대 다수가 임차상인인 한국의 현실에서, ‘부동산 시장’이 출렁거릴 때마다 임대차 시장도 덩달아 뛰어 많은 이들이 고통 받고 있습니다. 만약 국공유자산이 지금보다 훨씬 많고, 시민 생활 안정을 위해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우리의 도시 여건은 뭔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캠코가 지난 1월 초, 논현동 18-1 ‘나라키움논현A주택’을 민간에 매각했다는 소식이 보도되었습니다.
「캠코, 국유자산 ‘100억 강남 빌딩’ 돌연 민간에 매각」(2024.2.21, 뉴데일리)
문제는 이 건물이 공공임대주택으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살고 있던 청년 세입자들이 새 주인에게 쫓겨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는 건데요. 해당 기사에선 역세권인데다 임대 가치도 높은 이곳을 팔아 버린 캠코의 결정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전문가 의견도 들어가 있습니다.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지만, ‘노른자’ 국공유자산을 무조건 민간에 파는 방식으로 실적을 내려는 캠코의 행태가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 새로운 민간 건물주만 ‘횡재’할 수 있는 일이 될테니까요. 한국재정정보원도 연구를 통해 국공유재산 매각은 일회성 수입 수단이며, 공공 소유 자원을 약화시킬 수 있으니 앞으론 ‘대여’를 활성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을 한 바 있습니다.
캠코는 2년 전, 활용가치가 아주 좋아 매각제한 대상이었던 신사동 ‘나라키움 신사빌딩’을 고의적으로 민간에 팔아버렸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는데요. 전산 오류로 매각가능 건물이 ‘제한’으로 표기되어 있었다는 해명을 했습니다.
「기재부 ‘매각제한’ 국유재산까지 매각 논란…알고보니 캠코 실수?」(2022.8.19, 비즈한국)
착잡합니다. 도시 주민•노동자 주거안정을 위해 더욱 늘려도 모자를 공공임대주택을, 다른 곳도 아닌 공기업이, 그저 단기 수익을 위해 앞장서서 팔아버리고 세입자들을 내팽개친 것과 다름 없는데요. ‘내놔라 공공임대!’뿐 아니라 ‘팔지마 공공의 집!’도 함께 외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캠코, 계속 이럴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