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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의 쌈짓돈’, ‘세금으로 마음껏 쓰는 용돈’, 오래 전부터 언론과 시민사회가 불투명한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집행 실태를 꼬집어 빗대는 표현이다. 본래 업무추진비란 직무수행과 관련된 행사진행이나 격려‧위문 등 각종 경비로 쓸 수 있는 예산을 말한다. 때문에 집행 목적과 방법, 금액에 대한 세세한 규정이 있으나, 알려져 있다시피 이를 지키지 않고 생활비, 휴가비, 유흥비 등 사적인 용도로 쓰거나 낭비하는 사례가 자주 지적된다.

의회의 감독을 받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비교적 양호해졌다고 하나, 사실상 견제 기구가 미약한 지방의회야말로 더 높은 투명성이 요구된다. 물론 지방자치의 주권자인 주민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의정활동에 대한 정보들이 제대로 공개되는 것이 우선이다.

지난 2022년 1월,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으로 지방의회 의정활동에 대한 정보공개가 의무화되었다. 그해 6월 행정안전부는 「지방의회 의정활동 정보공개 지침」을 마련하고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포함한 총 23건의 정보공개 항목과 세부내용을 정하였으며 ▲의정활동 공개조례 제‧개정 ▲온라인 공개 등 접근성 향상을 권고하였다. 이전까지 각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공개하던 것에서 나아가 전반적인 지방자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조치인 것이다. 그리하여 강남구의회도 의원출석, 겸직여부, 의원연구단체 보고 현황을 상시공개 중이다.

그런데 강남구의회는 제9대 의회 출범 이후, 의장단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공개에 대해선 공식 안건으로 다룬 바 없다. 노동도시연대가 구의회 사무국에 문의한 결과, 의장단회의에선 관련 논의가 진행되어 왔으며 올 상반기 조례 제정이나 온라인공개 결정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법 개정과 정부지침 이후 2년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무 변화가 없었던 상황에 대해 강남구 주민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최근 노동도시연대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작년 10월까지의 제9대 강남구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입수한 바 있다. 일부를 제외하곤 대체로 직무수행 범위 안에서 지출된 정황을 볼 수 있었으나, 다소 의아한 내용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의장 명의의 카드에서 지난 10월 4일과 10일, 강서구 마곡동의 음식점 2곳에서 결제한 내역이 있는 것이다.

당시는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운동 기간으로, 사용처들은 여당 후보자 선거사무소 100여m 인근에 있었다. 의장단 업무추진비 대부분이 강남구 관내나 구의회 인근에서 쓰인 것과는 사뭇 다른 내역이다. 만약 이것이 지방회계법 시행규칙의 「지방의회 의장 등 업무추진비 집행대상 직무활동 범위」를 벗어나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추측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의장단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에 대한 상시적인 정보공개가 이루어지고, 그에 따라 업무추진비 집행에 대한 의원들의 합리적 판단과 자정 노력이 이어진다면 이런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은 훨씬 낮아질 것이다.

이웃한 서초구의회의 경우 지난 2020년 「업무추진비 공개 조례」를 제정한 뒤, 홈페이지에 매월 의장단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공개하고 있으며 제8대 지방선거 직전에는 무려 1,500여 회 넘는 조회 수를 통해 의정활동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남구의회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일까. 물론 서초구 사례 또한 노동도시연대와 주민 등 지역사회의 조례 제정 요구를 받아들인 후 나타난 결과다.

강남구의회는 이제라도 지방자치법 제26조에 따른 정보공개 의무와 정부지침을 준수하기 위하여 관련 제도 마련을 서두르고, 정보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온라인공개를 시행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주인공인 시민의 공익적인 알 권리 보장을 위해서도 물론이고, 전국 226개 기초의회 중 평균 의정활동비 1위를 차지하는 지방의회로써 마땅히 행해야 할 미덕이다.

2024년 1월 16일

노동도시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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