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4일, 세계 최대 규모의 공유전동킥보드 업체가 한국 서울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어느 지역일까요? 네 역시 강남‧서초구입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500대 규모로 사업을 개시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이미 강남‧서초에서는 수많은 국내업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죠. 경쟁상대인 모 국내업체의 경우에는 이미 3,000대 이상의 킥보드가 서비스 중입니다. 색색깔의 공유전동킥보드들이 양재천 북쪽 강남‧서초의 도로와 골목을 누비고 있는 광경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근 ‘한남대교 킥라니 뺑소니 사건’ 등 공유전동킥보드를 둘러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강남구는 문제의 심각성 때문에 8월 23일에 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공단, 강남구청 교통행정과와 관내 6개 업체가 간담회를 열어 ▲이용자 운전면허증 승인 확인까지 이용금지 ▲야간 반사지 스티커 추가 부착 ▲최소 시속 25km 제한 점검 ▲1개월 1회 관계자 캠페인 및 간담회 개최를 협의했습니다.
특히 9월말에는 강남구의회 김세준 의원이 5분발언을 통해 “개인이동수단 실태조사를 중앙정부에 건의해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습니다.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이륜차로 분류되어 원래 차도에서만 주행해야 하지만, 실제 위험한 차도에서 타는 이용자를 보기는 어렵습니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6월까지 주행안전기준을 마련하기로 했으나 아직 감감무소식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유전동킥보드! 이동시간을 줄여주고 편리하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이용하고 있습니다만, 과연 어떤 문제점이 있길래 개선이 필요한걸까요? 저희가 직접 시승을 해보았습니다.
※ 시승코스
강남역(서초4동) – 역삼1동주민센터 – 역삼청소년수련관(역삼2동) – 역삼노인복지센터(역삼2동) – 선릉역(대치4동) – 강남구육아종합지원센터(대치2동) – 대치동 구마을(대치2동) – 강남구의회(대치2동)
<강남서초를 장악한 전동공유킥보드 / 남의 면허증으로도 통과할 수 있는 면허인증>
1. 안전모 착용 확인? 면허증 승인? 글쎄…
공유전동킥보드 이용을 위한 가장 첫 번째 단계, 스마트폰에 업체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했습니다. 휴대폰 번호와 인증번호를 입력하면 손쉽게 가입할 수 있습니다.
안전모를 착용하라는 안내문이 뜹니다. 하지만 착용하지 않아도 서비스 업체에서 알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겠죠? (음…) 사실 공유전동킥보드 이용자를 대상으로 안전모 착용을 단속하는 모습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래도 안전을 위해 헬멧을 착용하였습니다. (한 사람만요… 또르르…☆)
다음은 운전면허증을 등록합니다. 이름과 생년월일, 면허번호, 일련번호를 입력하니 인증이 되었습니다. 너무 간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 카쉐어링이나 렌터카 업체들의 어플리케이션은 최초 이용시 면허증을 등록해도 본인 확인 절차를 기다리기 위해 평균 이틀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그에 비해 상당히 단순합니다. 면허증 도용의 위험을 철저하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일까요?
2. 보험 적용 無 ! 사고책임은 고스란히 이용자에게!
모바일로 카쉐어링이나 렌터카를 이용할 때는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에 가입하고 결제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러나 공유전동킥보드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보니 그러한 과정이 전혀 없었습니다! ㅠㅠ 아무런 보험도 적용되지 않은 채 달리다가 만약 사고가 난다면, 상대과실이 있다하더라도 나머지 법적‧의료적 책임은 온전히 이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판국입니다.
그저 본인이 조심조심 달리는 것 외에는 사고 이후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 아직까지 전무한 실정입니다.
<사진을 찍으려 하면 어느새 저 멀리 / 대로주행은 절대 금물>
3. 예상외로 빠른 속도, 자칫하면 사고로 직행
서비스업체마다 전동킥보드의 성능과 조작방법은 조금씩 다릅니다. 위에 언급했듯 지난 8월 강남경찰서 대책회의 이후 속도는 시속 25km 이하로 고정되었으나, 처음 주행버튼을 눌러본 순간……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감에 당황했어요! 이거 정말 안전모가 없이는 탑승하기 어려울 것 같네요! @.@ 자전거로 빠르게 달릴 때 비슷한 속력이 나올 수 있지만 전동킥보드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최고 속력으로 도달할 수 있기에, 감이 좋은 사람이 아니면 곧바로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대로주행 절대불가! 이면도로 위험천만! 인도주행 세상민폐!
강남역에서 역삼1동주민센터와 역삼청소년수련관을 향해 달려보았습니다. 대낮의 강남대로에서는 절대로 탈수가 없었습니다!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달려오는 자동차와 버스, 오토바이의 행렬에 결국 대로주행 포기…
역삼동 이면도로를 달릴 때도 사실 백미러나 사이드미러가 부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뒤에서 접근하는 차량들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우회전이나 좌회전을 할 때, 아차 하는 순간에 빵빵대며 경적을 울리는 차들 덕택에 위협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역삼노인복지센터에서 선릉역까지 주택가 골목과 인도를 통해 주행했습니다. 전동킥보드는 매우 조용하기 때문에 골목에서 나오는 보행자와 차량들이 놀라거나 충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여건에 따라 인도는 좁은 곳들이 많아서 사실 킥보드를 주행한다는 것은 보행자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이었습니다. 경적은 없지만 ‘따릉 따릉’ 울리는 벨소리를 듣고도 놀라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인도 병행 자전거도로로 주행해도 보행자에겐 위협 / 보도블럭과 요철이 무서워요;;>
5. 요철‧장해물 많은 주행환경, 헬멧 없으면 한순간 저세상으로…?!
보도블록과 방지턱이 조금이라도 삐져나와 있을 때마다 그 위를 달리는 킥보드가 심하게 요동쳤는데요. 만약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걸려 넘어졌다면 이용자가 튕겨져 나가 심하게 다치거나, 도로로 나뒹굴어 2차‧3차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었습니다. 특히 야간에 인도주행을 하다가 아래쪽을 잘 못 보고 사고가 발생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네요. 실제 이렇게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많습니다. 이용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안전모를 착용하셔야 합니다……
그나마 우레탄이 깔려있는 곳에서는 비교적 승차감이 편안했지만, 사실 인도주행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지나가는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는 않았습니다 ㅠ.ㅠ
그렇다면 자전거도로는 어떨까요? `19년 10월 현재, 국내에서는 경기 화성(동탄), 시흥을 제외하면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운행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도대체 공유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은 어디에서 당당하게,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걸까요…
6. 교통경찰관의 한숨, “실제 단속 어려워…법적 기준 마련됐으면”
선릉역 앞을 지나던 중, 교통 근무를 서고 있는 순찰차를 발견했습니다. 교통경찰관 님과 잠시 대화를 나눠볼 수 있었는데요. 창문을 두드리고 잠시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평소 하실 말씀이 많으셨던지 반가워하시며 직접 밖으로 나와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 최근 공유전동킥보드 이용자 급증 이후, 사건‧사고 접수나 신고량은 어떠한지?
“굉장히 늘어났다. 특히 역삼1동이나 논현1동 등 강남역 근처의 지구대에는 민원과 신고가 하루에도 수십건 내지 100여건 정도 들어올 때도 있다. 대부분 법규 위반이나 주‧정차위반(업소 앞 방치)이다. 동료 경찰관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 위반 사례는 대부분 어떤 내용인지?
“순찰을 하다보면 우리도 자주 목격하는 것이 도로변 역주행, 횡단보도 주행이다. 심지어 반대차선에서 사선으로 역주행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너무 위험해 차마 지나칠 수 없어 단속한 적 있다. 인도주행이나 안전모 미착용은 너무 많기 때문에 일일이 잡아낼 수 없다. 번호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인도 위를 휙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쫓아갈 수가 있겠나. 사실상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다”
– 법적인 안전기준 마련이나 지방조례 등이 제정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우리 관내에서는 관계기관과 업체들 간담회도 있었고… 다른 부분은 단속 공무원의 입장에서 말하기 어렵지만 하루 빨리 어떤 기준이 마련되는게 시급하다고 본다”
이날은 공휴일이었는데요. 시민의 안전을 위해 근무하는 교통경찰관 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선릉역을 지나 다음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길에 무질서하게 주차되어있는 공유킥보드들, 통행에 적지않은 방해가 된다>
7. 그밖에 아차 싶은 부분들…시승 완료
강남구육아종합지원센터가 있는 대치2동, 구마을을 지나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강남구의회에 도착했습니다.
얼마 전 이 부근에서 초등학생 어린이가 전동킥보드에 치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치역 학원가를 지나며 수많은 이용자들을 목격했습니다. 전동킥보드 1대에 2명이 탑승하고 있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어요. (이러시면 안됩니다! 정말 안돼요! ㅠㅠ) 관계기관-서비스업체 정기 간담회에서 2인 이상 탑승에 대한 단속이 논의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요즘엔 청소년들이 이용하고 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전동킥보드는 만 16세 이상, 원동기면허 이상 보유자 탑승 가능으로 청소년들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안전한 곳에서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 별도의 안전기준이 없으니 성인 이용자들도 사고가 빈번한 상황에서 불안감을 떨치기가 힘드네요.
공유전동킥보드 시승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노동도시연대는 앞으로 공유전동킥보드 이용자 및 보행자 안전기준‧대책 마련, 조례 제정 등 자치구 차원의 대책 마련 방법을 모색하고 보행자와 공유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이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 강남‧서초를 만들 수 있는 활동을 벌일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