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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인권

<생각> 코로나19 이후, 도시의 변화를 이끄는 주역은

By 2020년 03월 13일10월 12th, 2022No Comments
감염병 재난으로 생계 막막해진 노동자들, 나와 우리 이웃의 현실

코로나19 여파로 발생한 갖가지 문제들로 인하여 주민·노동자의 삶이 힘겹습니다.

우선 노동권 분야를 살펴보면 최근 구로구 콜센터 사건을 통해 알려진, 감염병 예방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콜센터 사업장 근로환경·원하청 문제, 보건물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이동노동자 및 플랫폼노동자의 고충, 재난 현장 최일선에서 밤낮없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보건의료·방역 노동자와 공무원들의 고강도 장시간 노동 및 안전 문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영세사업장에 만연한 연차사용 강제, 임금삭감 강요, 휴업수당 미지급뿐 아니라, 지난 2/27 강남·서초 지역 사업장인 동원홈푸드(양재2동 소재) 사례로 알려지게 된 ‘코로나에 감염되면 징계하겠다’는 등 엄포를 놓는 부당노동행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매출에 타격을 입은 업종의 노동자들에게는 일방적인 해고나 계약해지가 줄을 잇고, 학교 휴업조치가 장기화되어 생존권에 타격을 받게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시도교육청을 상대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최초 전파 후 8주, 지금 우리 도시의 모습은 어떠한가

이것은 자연스레 도시권 분야의 이슈와도 연결됩니다. 우선 행정 영역에서 공적서비스 중단 기간이 길어지며 많은 불편이 초래되고 있습니다. 학교, 사회복지관, 공공도서관과 평생학습시설, 문화예술체육시설, 커뮤니티시설, 청소년·노인시설, 국공립어린이집의 업무 정상화가 아직 요원합니다. 재난에 대처하는 국가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시민을 위한 공공 영역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마스크 대란을 겪으며 필수 공공재가 되어버린 마스크 수급과 유통 정보 제공을 시장이 아닌 국가가 맡아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부터, 실제로 그러한 조치를 취한 대만의 모습이 보수언론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소개되는 이례적인 일도 있었습니다.

복지와 돌봄 영역에서 정부·지자체 대응력의 미흡한 부분들이 크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준비된 시스템과 예산이 없이 급하게 실시된 긴급돌봄, 종사자·이용자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요양보호와 장애인활동지원, 중증장애인이 자가격리로 인해 사실상 방치되었던 사례 등에 비추어 시급한 보완책 마련이 요구됩니다. 주로 민간단체 자선사업을 통해 진행된 노숙인 대상 무료급식들은 중단되었고 시설은 폐쇄되었습니다. 궁극적으로 취약계층의 인권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부분 임차인인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존권과 임대료 문제도 부상했습니다. 임대료를 인하해 주는 ‘착한 건물주’ 운동과 정부의 감세 혜택 발표가 있었으나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과 전문가들의 효과 예측은 다양했습니다. 그럼에도 널리 공감을 얻은 부분이 있다면, 사실상 부동산을 소유한 임대인이 무한정 휘두를 수 있는 ‘재산권 행사’에 정말 문제가 없는가 하는 것입니다.

정보공개 영역에서는 ‘확진자 동선 공개’를 둘러싸고 강남구와 서초구의 상반된 조치가 사뭇 비교되기도 했습니다. 노동도시연대가 강남구의 동선 비공개에 대해 지난 2/28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이를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만, 질병관리본부와 지자체에 정보인권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아 불필요한 정보들이 대중에 알려져 지금도 확진자들에 대한 온라인 신상노출과 비난, 혐오 발언 피해도 심각합니다.

코로나 이후, 도시의 변화를 이끄는 주역은

종합해보면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에 나타난 수많은 어려움은 사실 개별적인 사안이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일상에 잠재되어 있던 문제들이 재난을 틈타 고개를 내민게 아닐까 진단해봅니다. 함께 살아가야 할 공동체가 잘 작동되고 있는지 시험에 든 것이 아닐까요?

각자도생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이 확산되고, 이웃과의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분들이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언제 이 깜깜한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저희는 유래 없는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결국 ‘함께 살 방법’을 궁리하는 시민들, 여러분의 움직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 이 지역의 모습이 어려울 때도 모두의 존엄이 보장될 수 있고 인간다운 삶을 놓지 않을수 있는 곳으로 변했으면 합니다. 

언젠가 또 이런 재난이 닥쳤을 때를 대비하여 우리 생활의 터전인 이 도시에서 모두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공동체의 힘이 ‘사회적 방역’의 가장 큰 재료가 될 수 있는 변화를 기원합니다. 노동도시연대도 그러한 변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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