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다수의 주거 및 생활 안정을 중점에 두어야 한다. 실거주 목적이 아닌 매매거래 차익을 노리는 투기를 억제하고, 주택비소유자의 주거복지를 위한 조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한다. 2015년부터 올해 초까지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폭등했다. 특히 2017년 5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 600만원에서 8억 7,500만 원으로 44,2%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강남권 시세는 평당 2,301만원, 25평 기준 5억 1,000만 원 이상 치솟았다.
재건축 이후 초고가 시세의 대명사가 된 서초구 반포2동의 한 아파트는 7년 전 1차 분양가가 이미 평당 3,830만원이었으나, 작년 9월 9,992만원을 돌파해 ‘강남 아파트 평당 1억원 시대’를 열었다. 이는 서민‧중산층, 근로소득자가 국민의 다수인 상황을 고려할 때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일 뿐 아니라 언젠가 닥쳐올 수 있는 시장실패 위험의 징후가 될 수 있다.
부동산 광풍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지목되지만 서울 동남권, 이른바 ‘강남4구’로 불리우는 강남‧서초‧송파‧강동에서 추진되는 대규모 개발사업과 재건축 등 주택재정비 사업이 시장 과열의 불씨가 되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강남4구는 수십 년간 개발을 통한 경제적 이익과 성장 혜택을 가장 많이 누려왔으며 이곳의 부동산 시장은 늘 주목을 받아왔다. ‘강남4구의 집값 안정’이 곧 부동산 시장 안정으로 연결되므로, 정부가 수차례 내놓은 처방은 상당 부분 강남권을 대상으로 이루어졌고 마침내 종부세율 인상,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확대, 주택담보대출 요건 강화 등이 포함된 12.16 대책을 기점으로 강남권 주택가격 상승률, 매매가 변동률이 주춤해졌다. 전세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이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시장이 안착된 뒤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존재한다.
그런데 연말 대책의 영향이 채 가시기도 전, 4.15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일제히 정부의 부동산정책 기조를 무색케 하는 공약이 등장해 부동산 안정을 바라는 시민 여론에 역행하고 있다. 일각에서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감면, 고가주택 법정기준 상향, 투기지구‧투기과열지구 내 대출요건 완화뿐 아니라 이미 코로나19 여파로 7월로 연기된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 재연장, 기존 재건축 추진단지의 상한제 적용 예외 추진, 재건축 확대를 위한 각종 규제 완화조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합리적인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놓기는커녕, 다시금 투기세력과 소위 임대업자들의 ‘호재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정치권의 행보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강남4구는 흔히 부자 동네로 알려져 있다. 또 주민들은 집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바라보면서, 재산권 행사와 이권 수호에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반해 공공성 확충을 염원하는 사회적 요구에는 눈감아 온 이익집단으로 비춰져왔다. 그러나 오늘날 강남4구의 주거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녹록치 않은 형편이 보인다. 고소득자가 많이 거주하고 있으니 주택구입이 비교적 용이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2017년 연소득대비 주택구입가격 배수(PIR)를 보면 서초구 20.8배 / 강남구 18.3배로 1,2위를 차지하고 송파 11.3배 / 강동 11.7배를 기록했다. 강남권 거주자가 대출을 받더라도 사실상 집을 사기 어려운 때가 온 것이다.
2015년 기준 강남4구의 자가점유율은 강남 34.1% / 서초 40.5% / 송파 40.5% / 강동 39.5%로 서울시 평균 42.1%에 못 미친다. 특히 강남구는 월세점유율 34.4%로 자가를 앞질렀다. 물론 투기 목적의 집 있는 세입자도 상당수 존재할 수 있으나, 2018년 무주택가구 비율이 강남 51% / 서초 46.4% / 송파 50% / 강동 52%로 3년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도봉구(38.4%), 구로구(45.2%)보다 높고 강북구(50%)와 비슷한 사정이다. 아파트 자가거주비중은 강남권이 51.9%로 그 외 서울지역 평균 59.3%와 큰 차이를 보인다.
항상 ‘지역민의 숙원사업’으로 거론되지만 자가점유비중이 낮은 경향을 보이는 재건축 예정 단지들의 수치는 이보다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즉, 강남4구는 집주인이 아닌 세입자의 도시다. 또한 2019년 강남권 아파트보유자와 주택비소유자 자산 격차 평균이 17억 원임을 감안하면, 거대한 주거 불평등의 도시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정치권은 여전히 고가주택 보유자, 다주택 보유‧임대사업자, 재건축 조합원의 이익 극대화를 강남4구 주민 대부분의 염원인 것처럼 왜곡하고 주택비소유자, 4개구 총 4만여 가구에 달하는 반지하 거주자, 청년‧여성‧노인‧장애인 취약1인가구 등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주거복지 대책은 외면하고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작년 20대 국회의원들이 서울에 보유한 아파트 171채 중 강남4구에 82채가 있고 임기 내 8.6억원, 48배가 상승했다고 하니 그들이 말하는 ‘주민’은 그들 자신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오늘 우리는 정부가 이미 시행중인 부동산 안정 대책을 당장의 정치적 유불리에 연연하지말고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과, 강남4구 거주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서민‧중산층과 주택비소유자,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주거복지 대책을 하루 속히 마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앞으로도 우리는 강남4구의 주거 공공성을 훼손하고 일부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려는 정치적‧행정적 시도에 대해 감시와 견제의 노력을 함께해 나갈 것이다.
요구사항① 정부는 12.16 대책 발표 이후 실시된 각종 조치를 흔들림 없이 실시하라!
요구사항② 정부는 1주택 종부세 감면, 분양가상한제 유예, 재건축규제 완화 시도를 저지하고 보유세 강화, 주택가격 정상화 통한 세부담 완화를 유도하라!
요구사항③ 정부는 실거주목적 구입자와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
2020년 4월 13일
정부의 중단 없는 부동산대책 추진을 촉구하는 강남4구 시민사회 일동
정부의 중단 없는 부동산대책 추진을 촉구하는 강남4구 시민사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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