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약탈적 근로계약을 끊자! 주민생활지원, 고령자 친화적 일자리로 전환하자!
이른바 취약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비극적인 사건·사고로 촉발되는 경우가 많다. 2014년 11월 분신 자결한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故) 이만수 님, 2020년 5월 투신 자결한 고(故) 최희석 님의 경우에도 사회적 공분이 끓어올랐고 정부는 이런저런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공동주택이라는 노동 현장의 사정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그 결과 또다시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겨비노동자가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경우 고령의 남성 노동자가 주를 이루며, 이중삼중의 간접고용에다가 단기계약으로 노동기본권 보호가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공동주택의 일반관리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비업법의 적용을 받는 경비원이라 하여 감시적 근로자 승인을 관행적으로 내주어 근로기준법을 온전히 적용받지도 못하고 있다. 불필요하게 24시간 격일제 근무방식을 유지하면서 인건비 절감을 위해선 무급휴게 시간을 늘려왔지만, 정작 제대로 된 휴게실이 없어 휴게시간이 근무의 연장인 경우도 다반사로 보인다. 상황이 이러하니 정상적인 직장인으로서가 아니라 누구나 아무 때나 심부름을 시킬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는 환경이 되어 ‘갑질 피해’는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는 2020년 7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동주택 경비원 근무환경 개선대책’을 발표했고, 10월엔 ‘공동주택관리법’을 개정하여 경비원에게 관리업무 허용, 경비원 등 근로자에 대한 위법한 지시·명령 금지, 관리사무소장 업무 부당간섭 금지 구체화를 담았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을 개정하고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 판단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오늘의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현실은 어떤가? 법으로 금지했던 아파트의 일반관리업무가 허용된 것을 제외하면 앞서 열거한 노동 현실은 개선되지 않았다. 고인의 경우에도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에 3개월짜리 초단기계약을 맺었다. 24시간 격일제 근무에 9.5시간의 무급휴게시간이 있었고 급여는 최저임금이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정상업무가 아닌 부당한 지시나 휴게시간을 침해받았을 때도 본인이 책임을 지도록 각종 ‘자술서’, ‘동의서’를 강요받았다. 결국 고인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책임져야 한다’는 호소문을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받았던 것이다.
이 안타깝고 공분을 불러오는 죽음에 주무당국인 고용노동부와 서울시는 마땅한 책무를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서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법률 위반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아파트 관리규약은 적정했는지, 관리체계는 어떠했는지, 부당한 대우에 관한 조치는 적정하게 이루어졌는지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부정의한 관행을 바꾸고 정상적인 일터가 되도록 개선해야 한다.
우선 3개월 초단기계약을 근절하자. 공동주택의 일반관리업무와 주민 생활 서비스업무가 허용된 마당에 일용직이나 마찬가지인 3개월 초단기계약은 공정과 정의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주민 생활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없다.
둘째 공동주택 관리법 개정으로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일이 경비업무뿐만 아니라, 아파트 일반관리업무까지 허용되었으므로 이제 더는 ‘감시적 근로’일 수가 없다. 인건비 절감을 위한 편법적이고 무의미한 무급휴게시간을 계속 늘릴 것이 아니라 주민 생활 지원에 집중할 수 있는 주간 근무를 중심으로 교대근무 방식을 개선하자.
셋째 주민생활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아파트경비노동자 직무교육을 ‘경비교육’에서 ‘생활지원교육’으로 바꾸자. 또한 경비용역업체를 통한 아파트 경비노동자 공급은 무의미하다.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 정책에 맞게 직접고용으로 전환하자.
2023년 3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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