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구청은 보통 신년을 맞이해 주민들을 찾아가 한 해의 구정 목표와 사업을 설명하고, 지역주민의 의견을 듣는 구정보고회를 개최하는데요.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수년간 중단되었던 이런 보고회가 올해 다시 열렸습니다. 강남구의 경우 1월말부터 2월 중순까지, 행정동을 몇 개로 나눠 「2023 강남구 비전보고회」라는 이름으로 진행이 됐는데요.
노동도시연대는 2월 9일 오후 3시, 대치4동주민센터에서 진행된 강남구청의 대치1‧4동 신년보고회를 방청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갔을까요?
한티역 사거리부터 은마아파트 사거리까지 횡단하는 도곡로를 사이에 두고 북쪽은 대치4동, 남쪽은 대치1동입니다. 대치1동은 ‘큰 고개’(大峙, 대치) 언덕길을 내려가며 양재천변까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 아파트단지들이 있고, 대치4동은 상대적으로 평지에 단독‧다세대주택이 밀집해 있는데 선릉역과 접해있어 업무‧상업시설도 가깝습니다. 또 이곳은 10대 청소년들의 하교 시간부터 늦은 밤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대치동 학원가’로 유명한 지역이고요.
이날 자리에는 조성명 강남구청장, 행정국장‧복지생활국장‧도시환경국장‧안전교통국장, 동장들이 자리했는데요. 우선 각 국장이 강남구의 올해 정책방향을 소개하고 동장들도 중점 사업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주민들의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는데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 자리에서 주민들이 가장 해결되길 원하는 것은 교통과밀‧교통소통과 안전 문제였습니다.
대치1동 전 주민자치위원
“며칠 전 서울시가 ‘영동대로 지하도로’(영동대교 남단~대치우성사거리)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보도되었는데, 교통량 조절을 위한 대책 마련은 어떻게 할 것인지?”
대치4동 청소년지도회장
“한티역 앞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차량 진입로가 2지점 있는데 교통량이 많을 때 꼼짝할 수가 없다. 1지점이라도 일방통행 지정이나 교통통제를 할 방법은 없는지?”
대치4동 ○○통장
“동네를 산책하다보면 도곡로69길 도곡초등학교 인근 골목에서 대로변으로 나가는 쪽에 차량, 오토바이 통행량이 많아 사고위험 높은 곳이 5~6곳 정도 보인다”
대치4동 주민
“포스코사거리 안쪽 골목에서 가게를 운영하는데, 몇 년 전 바로 옆에 카센터가 입주한 뒤 폭 6m 일방통행인 이면도로에 항상 차가 막혀있어 주민들이 불편하고, 애초에 카센터가 허가나면 안 되는 것이 아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대치1동 주민자치위원
“한티역 4번 출구 앞 도로 차선이 4차선에서 갑자기 3차선으로 줄어들면서, 도곡역 방면에서 은마아파트 사거리 쪽으로 우회전하려는 차들이 항상 막히는 문제에 대해 확인이 필요하다”
대치1동 ○○통장
“대치1동 도곡로78길, 삼성아파트에서 묘동교회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에 통학하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지만 인도가 없어 위험하다. 그곳이 사유지라 공사에 제약이 있다던데 소유주 측과 협력해 해결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한다”
아무래도 평일 오후에 진행한 보고회라 그런지, 어르신들이 상당히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경로당 시설‧예산과 관련한 질의도 나왔는데요.
대치1동 롯데캐슬 경로당 봉사자
“올해 중식도우미 필요로 하는 경로당이 있지만 예산이 삭감되어 배치를 못하고 있다”
대치4동 전 자율방재단장
“대치4동 경로당은 지은 지 35년이 넘었는데 남녀화장실 구별이 안 돼 현재 남자들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화장실 공사가 시급히 해결되었으면 한다”
생태환경, 안전에 대한 문제를 질의한 주민들도 있었습니다.
대치1동 래미안2단지 경로회장
“40년 넘게 이 동네에 살았다. 대치역 앞 한티근린공원은 과거 한티산으로 불리우던 동산이었고 그때는 다니는 차도 없어 아주 한적하고 좋은 곳이었다. 현재는 이 주변에 유일하고 고마운 녹지인데 요즘 말라죽은 나무가 많아 공원녹지과에 민원을 넣어보았다. 이후 답사를 했더니 개선된 것이 없더라. 나무 식재한 업체들에게 보식을 요구하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했는데 안 된다고 하더라. 구 예산으로 공원의 나무 관리를 해야 하지 않겠는지”
대치1동 주민자치위원
“7~8년 전쯤 양재천 영동2교 근처에 직선으로 징검다리를 만든 이후, 비가 200mm 정도 내리면 그보다 하류의 수위는 보행교 밀미리다리가 찰만큼 높아지는데 해결이 필요하다”
주민들의 질의에 대해 강남구는 어떻게 답변했을까요. 우선 ‘영동대로 지하도로’와 관련해서는 만약 지하도로를 착공할 경우 대치우성사거리부터 학여울역 근처까지 교통량 집중이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고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가 타당성 용역을 진행 중(안전교통국장)이라 답했습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 진입로는 2개 지점 중 한 곳을 끊었을 때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우회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되므로 관할 수서경찰서와 개선방향을 논의(안전교통국장)하겠다고 했고요.
한티역 4번 출구 앞 차선 감소 문제는 근처 아파트 재건축을 하면서 도로를 확보하지 못해 발생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옮겨져야 확장이 가능하다(안전교통국장)고 했습니다. 앞으로 정비사업 허가를 할 때 도로 사정을 더 감안하겠다(조성명 강남구청장)고 답했습니다. 도곡로78길 묘동교회 앞 통학로는 보도 없는 구간 55m, 폭이 5.5m인데 일방통행으로 지정하기엔 양방향 교통량이 많고, 앞으로 사유지 소유주와 협의하겠다(안전교통국장)고 했습니다.
대치1동의 65세 이상 어르신 2,600여명, 대치4동 65세 이상 어르신이 2,000여명이라고 하는데요. 복지생활국장이 경로당 각종 예산 문제 관련하여 ‘화장실 분리 및 시설개선‧집기교체로 3억 6천만 원 예산 편성되어있고, 중식도우미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예산 편성을 못했으나 곧 해결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경로당 관련 사업은 자치구 조례로 입법된 것도 있지만 상위법상 문제가 있다고 해 다음 회기 때 점검하겠다(조성명 강남구청장)고 하네요.
도시환경국장은 ‘한티근린공원 청실소공원의 말라죽은 나무 문제는 아직 식재업체의 하자보수기간이 남아있는데, 봄철이 나무 심기에 적절해 그때 하고자 한다’고 답했고요. 양재천 징검다리 문제 관련하여 ‘공원녹지과, 치수과 양쪽 업무인데 둘 다 실무자 보내 내용 확인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 구청장은 ‘물 흐름이 방해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본인도 인지하고 있는데, 해당 징검다리에 디자인 요소도 있기 때문에 차후에 검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대치1‧4동의 신년 보고회 현장을 살펴보고 조금이나마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고 싶은 지역 문제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모든 주민의 생각을 대표할 수는 없겠죠. 행정이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더욱 늘어나고, 일방 홍보만이 아니라 주민들의 민주적 참여가 보장되며 공공의 가치를 전제해 문제해결 방법을 꾀할 수 있는 자치의 장으로 발전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