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이 되면 고용조건과 근로계약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슬며시 불안감이 밀려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인데요. 2년전 관련 법들을 개정해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처우를 바꾸기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아직도 3개월 초단기 근로계약, 실제로 쉴 수 없는 휴게시간과 애매한 업무범위, 입주민의 ‘갑질’ 뉴스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체 주택 중 아파트 비중 상위권인 강남•서초 주민의 거주 환경을 책임지는 필수노동자, 경비노동자들의 현실이 개선되기 위해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이번 호에는 그 해법이 노동조합이라는 박현수 회원님의 기고를 담았습니다.
매해 1월은 경비노동자에게 잔인한 해이다. 최저임금은 매해 인상되지만, 휴게시간을 늘림으로 인해서 실질임금은 인상은커녕 오히려 후퇴되고 있는 것이 몇 년째 반복되는 불편한 진실이다. 이런 식으로 일방적인 휴게시간 확대와 실질임금 삭감은 불법이다. 근로기준법 제92조에 따르면 근로조건의 저하는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득하거나 노동자 과반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아마 지금 이 시간에도 일방적인 근로조건 저하를 감내하고 있는 경비노동자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경비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이외에도 ‘감시‧단속근로자’ 문제, 고용불안 등 많은 문제를 겪고 있다. 2021년에 지자체노동센터가 중심이 되어 정치권 및 주무부처, 이해당사자들과 사회적 대화를 통해 고용문제를 풀려고 했던 적이 있다. 당사자가 빠진 채 진행되었던 사회적 대화는 공동주택 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이어졌다. 상생협약에는 공동주택 노동자 고용문제의 해결에 대해 노력하자고 하였으나 결과에 대해서는 현장당사자인 경비노동자들은 쓴 소리를 내고 있다. 오히려 불법이었던 업무들이 합법화된 채, 고용문제는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 경비노동자들의 솔직한 평가다.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2014년에 이만수 열사가 분신했던 신사동 신현대아파트까지 언급할 것도 없다. 이미 고용문제와 최저임금 무력화에 맞서서 노원구에 소재한 상계주공 14단지 경비원들은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사업주의 상습적인 임금체불을 못 견뎌 작년 9월에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노조탄압을 자행했던 경비용역회사의 사과를 받아내기도 했다. 새해가 되자마자 근로시간을 40분 줄여 최저임금 인상분을 무력화시키려는 경비용역회사에 맞서 근로조건의 정상화를 걸고 투쟁을 하고 있다. 이에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위탁업체)를 움직이게 만들어 곧 정상화를 내다보고 있는 중이다. 당사자가 주역이 되어 현장에 변화의 바람을 불게 만들고 있다.
민주노조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주역이 되어 조직한 자주적인 단체다. 당사자의 문제는 당사자가 가장 잘 알고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노동운동의 지론이다. 강남‧서초는 서울시에서 가장 공동주택이 밀집한 지역이다. 그렇다면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노동문제는 곧 강남‧서초 노동문제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경비노동자들은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 비정규직 노동자이기도 하다. 강남‧서초의 노동문제는 곧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문제라고 과언을 아닐 것이다. 이제는 공동주택 경비노동자 당사자들을 주역으로 조직하고 투쟁하고 활동하는 것이 우리 노동운동의 과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고용문제는 정치권과의 협의가 아니라 현장에서 활동으로 당사자 주체를 강화하고 사업장의 한계를 극복해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본다.
당사자의 문제는 당사자가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다. 바로 민주노조로 단결한 노동자가 문제해결의 당사자다. 그렇기 때문에 아파트 경비노동자에게는 투쟁하는 민주노조가 필요하다.
* 박현수 회원은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본부 조직부장을 맡고 있으며, 최근 노동도시연대와 함께 반포1동 아파트 경비원 고용문제 상담을 진행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