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초구건강가정다문화지원센터에 대한 충격적인 언론보도가 있었다. 건강한 가정생활 영위와 일‧가정 양립정책 실현을 위해 여성가족부가 업무를 위탁하는 센터의 A모 센터장이 수년간 주민과 직원들 앞에서 여성 비하‧성차별적 발언, 장애인 등 소수자 비하 발언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초구는 다양한 여성친화정책 수립과 생활밀착형 사업으로 내외의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여성가족부 ‘여성친화도시’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구청장은 여성의 권익과 지위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우수 단체장상을 받기도 하였다. 또한 자치구 최초로 성평등활동센터가 운영 중인 구이기도 하다.
그러한 서초구의 여성 관련 민간위탁기관장이 ‘남자는 산책용, 잠자리용, 가정용 3명의 여자를 거느려야 한다’거나 ‘브런치는 할 일 없는 엄마들이 밥하기 귀찮아서 먹는 것’, ‘피임하고 싶으면 남편을 멀리하라’, ‘남성공무원에게 애교 부려서 표를 더 많이 받아와라’는 등의 발언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행해왔다는 보도 내용을 접하며 우리는 참담한 심정을 가릴 수 없다.
또한 문제가 된 A모 센터장이 재임한 3년 8개월간 54명의 퇴사자가 발생하고 이중 75%인 40명이 근속기간 1년을 채우지 못했으며, 30건의 인사이동으로 인해 3년차 직원의 담당업무가 9번이나 바뀌는 등 부당한 인사권 남용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이밖에도 A모 센터장의 지위를 이용한 직장 내 괴롭힘과 직원들에 대한 일상적인 인권침해 사례가 폭로되면서 서초구건강가정다문화지원센터의 노동권과 근로환경은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서초구의회 행정복지위에서 ‘센터장이 사회적 물의를 빚었는데 해당 위탁법인과의 계약해지를 검토해야한다’는 질타가 나오기도 하고,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에서도 이 문제가 언급되며 직원들에 대한 2차 피해와 재발 방지대책 마련이 요구되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직원들이 서초구에 올린 민원을 살펴보면, A모 센터장에게 제기된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18년 2월 열린 전직원 긴급회의에서 A모 센터장은 리더쉽 문제에 책임을 지고 퇴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용기 내어 목소리 낸 직원들을 인사 조치했다는 증언이 있다.
또한 올해 1월 전직원이 위탁법인과 서초구에 진정서를 제출한 이후에도, A모 센터장은 직원들에게 이를 추궁하며 진정인 대표에 대한 업무배제와 인사발령뿐 아니라 ‘명예훼손 고소’ 운운으로 언론 제보를 막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는 공익신고자, 내부고발자에 대하여 징계 등 신분상 불이익과 근무조건상 차별을 금지하는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 제3조 5항, 이를 근거로 제정된 서울시 조례 제6조 1항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것이다.
서초구건강가정다문화지원센터 운영비의 약 40%는 국비와 서울시 예산이다. 관계당국은 물론, 서울시는 위 조례 제6조 2항에 따라 이에 대한 진상규명과 후속조치에 즉각 나서야 한다. 나머지 약 60%의 운영비는 서초구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운영상 관리감독의 책임은 1차적으로 서초구에 있다. 현재 A모 센터장은 법인에 의해 대기발령 중이고 서초구는 노무법인을 수임해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한다.
우리는 묻고 싶다.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 과연 서초구는 A모 센터장의 전횡과 직원들의 고통에 대하여 전혀 모르고 있었는가? 알고 있었다면 3년이 넘도록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해명하고, 책임 있는 조처를 해야 한다. 그리고 A모 센터장의 성차별적 발언과 서비스 저하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또한 이번 사태가 지자체 민간위탁기관에서 일어난 것임을 짚어볼 때, 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와 감시활동이 같은 불상사를 막을 수 있는 큰 힘이 된다는 점이 자명하다. 현재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는 성평등 정책 실현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젠더거버넌스가 운영중이나 실질적인 권한이나 활동보장은 미미한 수준이다. 최소한 성인지적이거나 성평등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지자체 사업에 대해 시민들이 제대로 경과를 살펴보고 권고를 할 정도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서울시와 서초구는 서초구건강가정다문화지원센터 내 인권침해, 부당인사 정황에 대해 철저히 진상규명하고 조사결과와 후속조치 사항을 공개하라!
2. 서울시와 서초구는 직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각종 지원책을 조속히 마련하라!
3. 서울시와 서초구는 서초구건강가정다문화지원센터 직원들의 근로환경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 노력에 적극 나서라!
4. 서울시와 서초구는 다시는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 발표하라!
5. 서울시와 서초구는 젠더거버넌스 등 시민참여기구를 통하여 여성‧성평등 관련 사업에 대한 실질적 참여와 모니터링을 보장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라!
2021. 3. 10
서초구건강가정다문화지원센터 내 인권침해, 부당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후속조치를 요구하는 여성‧시민사회 일동
민주주의학습모임 <교육과 시민>, 경상남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 노동도시연대, 사회복지노동조합, (사)언론인권센터, 여성의당, 한국여성의전화
고은광순, 권영인, 김빛나, 김성금, 김승현, 김연정, 김정덕, 김정희, 김주희, 김지란, 김해영, 김혜영, 남영주, 문춘희, 민연희, 박미라, 박선영, 박선주, 박은희, 박재희, 박현주, 방영미, 배진경, 백재희, 서정순, 송숙경, 신세영, 안김정애, 안문현, 안숙현, 안진희, 안태훈, 양남진, 여순주, 유경선, 유상석, 유숙열, 윤정선, 윤지현, 이건영, 이경옥, 이경희, 이소미, 이솔, 이영옥, 이혜경, 임소현, 임애리, 전보배, 정덕희, 정명자, 정아인, 정회진, 조영숙, 지해옥, 최문주, 최영범, 최혜정, 한설아, 한성희, 한슬기, 한혜영, 황경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