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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인권

26년전 봄 서초구청, 장애인노점상 최정환

By 2021년 03월 31일10월 12th, 2022No Comments

 

199538일 밤 945, 아직은 쌀쌀한 10도 가량의 날씨에 곧 축축한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이었습니다. 밤늦게 서초구청 상황실을 방문한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이름은 최정환, 37. 척수장애와 교통사고 장애로 평생 휠체어를 타고 있었던 1급 장애인이자 노점상이었습니다. 보육원에서 자라 성인이 된 후 서류상으로 존재한 부친에게 거부당하고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생활보호대상자도 되지 못한 그가 생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노점상 뿐이었습니다. 방배역, 강남역, 양재역 앞에서 껌, 수세미, 카세트테이프를 팔던 그의 노점에서 자주 흘러나온 노래는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넉넉치 않았지만 주변의 장애인 동료들에게 먼저 양보하고 도움을 주는 따뜻한 마음씨의 소유자였던 최정환 열사는 이날 단속반에 의해 빼앗긴 물건을 돌려 달라고 호소하다 구청 앞에서 시너를 붓고 분신, 321일 끝내 숨졌습니다

장애인들은 1990년대 초반 끈질긴 싸움을 통해 장애인복지법, 고용촉진법, 교육기본법을 제정했지만 최정환 열사가 숨진 시기, 대부분의 장애인에겐 노점상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또한 노점상은 경제개발시기 서울로 몰려든 도시빈민들의 생계 수단이었기에 급증할 수밖에 없었고, 현재도 크게 달라진 바가 없습니다. 국가는 지난 30여년간 단 한번도 중앙정부 차원의 노점 대책을 내놓은 적이 없습니다. 노점영업은 여전히 불법으로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지적과 함께 지자체의 단속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늘 폭력이 동원됩니다

그중 부자동네강남서초는 이들 노점상을 가장 심하게 옥죄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서초구는 1990년부터 노점 없는 서초거리를 내세웠고 2010년대까지도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졌습니다. 사정이 비슷했던 강남구는 올해 1월에도 ‘365일 가로정비 특별반을 편성해 생계형 노점까지 단속하겠다는 엄포를 놓았습니다. 최정환 열사가 분신한지 26년이 지난 오늘,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소외 받는 이들에게 강남서초는 어떤 지역이 되어야 할까요.

노동도시연대는 앞으로 매년 3월 최정환 열사의 이야기를 기억하며 그때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지역주민들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획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최정환을 기억합니다. 생존을 위해 존재를 드러내고, 살아갈 권리를 주장하는 장애인과 노점상 곁에서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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