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회원 여러분. 저는 경기도 성남에서 거주하고 있는 김정현 회원입니다. 단체 설립 때부터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크고 작은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데, 오늘은 이렇게 글로써 여러분과 만나는 자리를 얻게 되어 뿌듯합니다.
제가 사는 성남은 대한민국 도시개발 역사 그 자체를 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8·10 성남(광주대단지)민권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던 장소이자, 강남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설계된 위성도시 분당신도시의 개발, 코로나 시기에도 누구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IT단지 판크테크노밸리까지. 각 시대의 역사와 장단점을 오롯이 가지고 있는 제 고향의 연역을 알고 있으니,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강남서초에 관심이 가게 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강남역의 밤하늘은 항상 화려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동량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불금‘의 강남 골목은 현재 상황을 잊어버리게 할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고, 한국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아니면 국가 스스로가 그렇게 보이고 싶은)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모습 속에서 괜스레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2020년 중반 제가 지하철 2호선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던 것은 주식앱을 뚫어지라 보는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출근 시간에 유튜브·메신저·독서 등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그 ‘평범한‘ 일상 속에 주식 차트가 들어와 있는 것이 다소 놀라웠습니다. 코로나가 두려움을 넘어 일상이 된 지금, 주변을 지나가면서 쉽게 들을 수 있는 건, 곧 ‘떡상‘ 가능성 있는 종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것도 주변 20대들에게 말이죠. 몇 해 전, ‘친구들과 만나면 승진과 주식 얘기밖에 안 한다.’고 말씀하셨던 30대 직장인 분의 대화가 문득 생각나는 상황이었습니다. 인생의 팍팍함을 이전 세대보다 빨리 체감하게 된, 우리 세대의 모습을 확인한 것 같아 다소 쓸쓸하기도 하였고요. 요즘 온라인 북차트 TOP 순위권 안에 있는 책들 대부분이, 자기계발서도, 힐링물도 아닌, 주식과 관련된 것도 이와 비슷한 것이겠죠.
주식투자의 선생님으로 알려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 존 리 씨는 주식을 단순히 목돈을 모으고 투기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단타‘를 통해서 이익을 얻는 것은 장기적인 투자와 비교했을 때 수익률이 적을뿐더러,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예측하고 임하는 주식시장 그 자체 목적과도 올바르지 않다고 말이죠. 그가 주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의 핵심은 ‘노후대비‘에 있었습니다.
저는 그의 주장을 보고 놀랐습니다. ‘가치투자‘에 긍정하나 부정하나를 떠나, 맞는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에 대한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저에게는 흥미로웠습니다. 소위 ‘주식 광풍‘의 중심인물로써 사람들에게 ‘추앙‘받는 그가, 현 상황과 어느 정도 다른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허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의 진실성 여부를 떠나, 제가 느끼는 대한민국 세상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의 저서 내용 중 사람들이 듣고 따르는 것은 한 가지인 듯합니다.
‘자본가가 되자.‘
폭력과 차별, 갈등과 불복 등등 다이나믹하고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줬던, 지난 미 대선. 우리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남기고 토론의 여지 또한 많은 사건이지만,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궁금했던 것은 ‘대선 테마주는 무엇인가?’ 였습니다.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가 친환경 정책을 들고나오자, 국내 주식투자자들은 ‘반짝주‘인 바이오주(Bio株)에 몰려들었고 몇 달간 적지 않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지금 정치 분야 등과 관련하여 몇 몇 종목이 ‘OOO 테마주‘로 명명되며 큰 인기를 끄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죠.
이를 보면 참으로 씁쓸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삶의 모든 뉴스가, 결국은 주식투자와 흑자를 얻기 위한 정보일 뿐이니까요. 사회 문제점 개선을 위한 고민, 우리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발전하지 않은 채 멈춰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미 대선에는 관심을 기울이지만 왜 미얀마 민중항쟁에는 무감각한 것일까요? 이것이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면, 좀 더 다양한 층위와 깊이 있는 고민의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올해 초, 미국에서 있었던 ‘게임스톱 사태‘는 실마리를 마련하기 좋은 사례입니다.
수익률이 낮아질 것이라 예상하여 공매도를 진행한 ‘기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이에 대한 반격을 실행한 ‘개인투자자‘
개인들에게 매수를 종영하며 불을 지핀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게임스톱 매수 버튼을 임의로 삭제하여, 반시장적 정책이라 비판받은 주식앱 ‘로빈후드’
주식시장 접근성 향상에 따른 ‘개미의 승리‘로 일컬어졌던 이 사건을 통해, 사실 기관의 머니게임이었다는 일부 분석과는 별개로, 우리는 사람들의 분노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것에 분노하는가? 어떤 행태에 움직이게 되는가를 말이죠.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베르사유 조약으로 연합국에 많은 전쟁배당금 지급과 군비 감축 등의 제약을 받은 독일 내에서,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은 공산주의와 나치즘(파시즘)이었습니다. 기존의 질서가 해결하지 못한, 새로운 대안과 자존심 회복을 이 두 사상을 통해 충족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많은 이들은 ‘성공‘이라는 욕망과 자아 회복을 주식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돈 벌기 쉬운 세상이라고 합니다.
몇 푼 안 들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고, 내성적인 이들은 굳이 면대면으로 접대하지 않고도 장사를 이어가는 것이 가능하며, 유튜브를 통해 수준 높은 정보들 또한 얻을 수 있다면서요. 핸드폰으로 언제든지 주식시황 확인까지 할 수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닌 듯합니다. 개인들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맞는 말이지요.
다만, 우리가 돈을 벌려는 이유. 경제적 자유를 쟁취하는 것이, 단순히 개인들의 책임인지 사회의 책무인지를 함께 고민해보는 게 어떨까요?
대박·성공을 꿈꾸며 열심히 사는 분들, 소소한 일상을 원하는 분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살아가길 기대합니다.
*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시는 20대 청년 김정현 회원님은 아르바이트 노동, 학업, 여가생활과 교통수단 경유를 통해 강남·서초 지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