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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2021.9.30 보도

4.7 재보선이 끝난지도 어느덧 반년, 서울시는 오세훈식 ‘적폐청산’으로 술렁이고 있다. 박원순 전임 서울시장 시절에 진행된 사업들이 잘못이라 판단하여 이를 바로잡겠다는 거다. 면밀한 판단을 통해 사업의 잘잘못을 따져 잘못을 고치고 잘한 부분은 발전시키는 거야 시장의 당연한 책무겠다.

그러나 전임자가 진행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을 줄이고 없앤다면 이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꼴이 된다. 오 시장이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의 각종 거버넌스 사업이 잘못되었노라 공표할 때도 지난 사업들에 대한 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총체적인 판단을 내릴 수도 없던 상황에서 감사내용 일부만을 이유로 들어 ‘정치적 쇼’를 벌인 것이다.

오 시장이 이런 식으로 바로잡겠다며 손을 댄 사업에는 ‘정비사업 흔적남기기’도 있다. 재건축·재개발로 급변하는 풍경 속에 과거를 엿볼 수 있는 일부 건축물을 남겨두어, 도시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사업이다. 재건축 주거단지의 경우 기존 아파트 1~2개 동을 보존함과 동시에 역사박물관 탈바꿈시켜, 과거 경제성장기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접하는 뜻깊은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지난 7월, 서울시 건축위원회는 해당 사업 대상 중 하나인 반포주공1단지의 보존동을 시민 편의를 위한 시설로 바꾸자는 의견을 냈다. 흔적남기기를 사실상 중단하겠다는 의미였다.

이러한 흔적남기기 사업은 비단 박원순 전 서울시장만의 시책이 아니다. 박 전 시장이 취임하기 훨씬 이전인 2008년부터 대전시는 흔적남기기 사업을 시행하고 있었고, 최근 전주시도 재개발 흔적남기기 제도화를 추진 중이다. 이러한 흔적남기기는 역사와 문화뿐 아니라 공익적인 측면에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도시계획안으로써 사회적 인정을 받는 중이다.

이 사업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서울시는 2012년 근대유산의 미래유산화(化) 기본구상을 바탕으로 2018년 대상지 선정과 이후 실제 시행에 이르기까지, 실로 수많은 기관의 연구와 각 부서·구청과의 협의를 거쳐왔다.

이렇듯 흔적남기기 사업은 서울시의 미래가치를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준비되어 왔고, 이제 실제 모습을 볼 날이 머지않은 참이다. 그런데 오 시장은 커튼을 열어보기도 전에 서울시가 그간 들여온 노력을 무로 돌리려는 것이다. 그간 경제지를 비롯하여 이 사업을 반대해온 이들은 옛 건물의 ‘흉물스러움’을 이유로 들었다. 이 또한 오 시장과 마찬가지로 사업의 실제를 보지도 않고서 내린 성급한 결론이라 본다.

옛 건물의 보존은 박물관 등 역사문화시설로 리모델링할 것을 전제로 결정됐다. 한참 재개발 공사가 진행중인 단계에서 보존동이 흉물스러울 거라 단정할 순 없다. 오히려 역사를 품은 재개발 단지로 그 품격을 올리는데 일조할 가능성이 더 크지 않겠는가?

제대로 된 평가와 사회적 논의 없이 어느 한쪽의 주장만을 근거로 오 시장이 ‘흔적지우기’를 강행한다면, 이는 한국 근현대 문화유산을 눈앞에서 묻어 없애는 꼴이 될 것이다. 오 시장이 지금이라도 성급한 판단을 거두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사업의 향방을 결정해주길 바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서울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흔적남기기의 취지를 지켜내야 할 것이다. 눈앞의 정치적 이득에 함몰되기보단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보전하면서 더 가치 있는 미래를 만드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링크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76881&CMPT_CD=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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