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4일 삼성1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근무 노동자 중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후, 현재까지 직원과 방문객을 포함 누적 확진자가 150여명에 이르러 단일 유통매장 내 최대 규모의 집단감염 사례로 기록되었다. 이후에도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반포4동 신세계 강남점에서도 확진 사례가 발생해 가까운 곳이 생활권인 주민‧노동자들의 불안감이 매우 커졌다.
특히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경우, 2만여 명 이상이 진단검사를 받았으며 그 중 상당수가 강남구 주민, 사업장 노동자들이었다. 7월 중순까지 삼성동 일대 선별진료소에는 검사 대기자가 넘쳐나고 인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자가진단 키트가 동나는 일까지 일어났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맞물려 발생한 이번 백화점 집단감염으로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강남구 주민과 노동자들은 백화점 등 대형유통매장에 대한 관계당국과 업계의 미흡한 방역조치를 불신하며 한 목소리로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서울 25개 자치구중 백화점,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등 연면적 3,000㎡ 이상의 대규모점포가 각각 32개소, 28개소로 중구를 제외하고 2,3위를 차지하고 있다. 더군다나 하루 수백만 명 이상의 유동인구가 거쳐 가는 지역 특성을 고려할 때 향후 이번 사례 같은 집단감염이 빈발한다면 지역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파력이 높아질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대형유통매장 방역 현황은 강남‧서초 지역 주민, 사업장 노동자의 안전과도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지난 16일, 서울시는 전체 백화점 종사자 12만 8천여 명을 대상으로 8월말까지 코로나19 선제검사 행정명령을 내렸다. 또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그동안 업체 자율로 맡겨놓은 QR코드 등 출입명부 도입을 이달 말까지 일부 매장에서 시범 적용한 후, 관계부처와 확대를 논의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 일관된 방역대책과 대응지침이 없었던 대형유통매장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우려해온 점에 비춰보면 이번 조치는 뒤늦은 감이 있다.
특히 소규모 영세업체에도 강제됐던 QR코드 등 출입명부가 이제야 백화점 등에 도입되는 것을 두고 그동안 ‘대기업 편의 봐주기 아니었나’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이번 집단감염 사례의 검사대상자는 19만 명 정도로 추산되었는데 출입명부가 존재하지 않아 밀접접촉자 파악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이라도 시범 논의가 아닌 출입명부 전면 도입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백화점, 대형마트는 기본적으로 창문이 없어 환기가 안되는 등 감염병 예방에 취약한 환경이다. 때문에 밀집도와 감염노출 시간을 줄이기 위한 규모별 방문객 수 제한, 영업시간 제한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사회적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대형유통매장을 제외한 모든 상업공간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부분이다. ‘특혜’ 논란과 형평성 시비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반드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한편 지난 19일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고용 정규직은 행정명령에 따른 선제검사를 받기 위한 유급휴가가 부여되지만, 종사자 중 대다수인 파견‧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업체로부터 연차나 휴무일을 사용하라는 강요를 받고 있다며 점포별 순번제 임시휴점, 영업시간 단축 등을 통한 검사기회 보장을 요구했다. 그리고 백화점의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좁은 공간에 많은 인원이 몰릴 수밖에 없는 노동자 휴게공간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실제로 이번 집단감염의 경우, 그런 휴게실마저 폐쇄되어 갈 곳 없던 직원들이 계단이나 창고에서 휴식을 하던 중 감염이 확산되었다. 처음부터 일하는 사람들이 쉬는 공간에 대한 배려와 거리두기가 가능한 현실적인 방역 대책을 고려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불상사다.
중대본과 산업통상자원부, 지자체 등 관계당국과 업계는 이용객과 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하여 대형유통매장에서 일괄 적용될 종합방역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일평균 10시간 이상 근무하고 수많은 고객을 대면하여 언제든 감염과 전파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백화점‧대형마트 종사자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제대로 된 건강권, 휴식권 보장을 위해 노동조합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하루 매출이 평일 50억원, 주말에는 100억 원 대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 외 강남‧서초 지역에 위치한 대형유통매장들 또한, 코로나19 재난 속 불경기임에도 타 지점들에 비교해 상당한 이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이들 업계가 제대로 된 방역대책 마련과 준수, 안전한 근무 환경 제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소규모 영세업체들에 비해 결코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적거리두기 4단계가 실시되고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1,500명 이상 발생되는 등 방역의 고삐를 죄어야하는 엄중한 시기다. 대규모 인원이 오고가는 실내 다중이용시설인 대형유통매장의 방역대책은 굉장히 중요하다. 만약 이번에 관계당국과 업계가 매출이 줄어들 것을 염려하여 필요한 선제 조치들을 제대로 취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유사한 잡단감염 사례가 다시 일어난다면 사회적 비난을 면치 못하는 것은 물론 지역주민‧소비자‧노동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올 것이다.
2021년 7월 22일
백만노동자의 도시 강남, 노동도시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