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아침 8시경, 방배3동 동덕여고 근처에 있는 신성주택 재건축 현장에서 철거 도중 외벽이 붕괴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사고 현장 인근은 주택가인데다 초중고가 위치해 주민과 학생들 통행이 잦은 곳인데요.
노동도시연대는 13일 오후 5시경 사고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이곳 신성주택은 1992년 준공되어 작년 12월 재건축 관리처분계획이 통과되었습니다. 재건축 시공사는 대기업인 D모 건설로 2~6층 짜리 주택 90가구를 지을 예정인데요. 건물은 올 상반기부터 철거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우선 서울시 지침에 따라 부착이 의무화되어 있는 ‘해체공사 안내 표지판’을 찾아보았지만, 어디에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해체공사 안내 표지판은 시민들이 공사를 사전에 인지해 대비할 수 있도록 예고하는 것으로, 공사 관계자 및 공무원 연락처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이에 대해 건축 관련 주무부서인 건축과에 문의했지만, 정비구역과 관련된 업무는 재건축 담당부서에서 처리하고 있다는 답변을 듣고 주거개선과에 연락하였습니다.
담당 공무원은 “공사기간 문의 등 민원이 들어와 안내판 부착을 지도했는데, 사고 이후 안내판을 새로 발주했고 아마 그 사이에 방문하셔서 못보신 것 같다”고 답변했는데요. 공사가 시작될 때 안내판이 부착되었어야 함에도 민원이 들어와서야 지시가 내려갔다는 것을 보면, 철거업체가 지침을 어겼다는 얘기겠죠.
또한 주거개선과 공무원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붕괴가 아니라 가설울타리가 기울어 파손된 것”이라는 입장을 표했습니다. 언론보도에는 벽이 무너져내린 사진과 현장에서 인터뷰한 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의 소견이 방영되었는데 조금 궁색하게도 사실을 축소하는게 아닐까 싶네요.
서초구청은 현재 공사중지명령을 내린 상태입니다.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냐는 질문에 담당 공무원은 즉답을 피하는 눈치였습니다. 다만 “추후 업체 측으로부터 조치계획서를 제출받고, 건축과 지역건축안전센터와 합동점검 후에 공사재개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 답했습니다.
지난 6월 광주 동구 붕괴참사 이후에도 최근까지 철거 현장 붕괴사고가 빈발하여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데요. 과연 이번 사고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고도 앞서 일어난 철거현장 사고들처럼 공사 순서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기둥을 먼저 철거했기 때문에 지붕을 건드리는 과정에서 외벽이 무너진 것이 아니었겠냐는 겁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 현장에 상주감리자 또는 현장대리인이 제대로 근무중이었는지, 그리고 업체가 구청에 제출한 해체계획서대로 철거를 진행했는지 여부가 중요해집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조사되어 만에하나 철거한 업체의 위반행위가 드러난다면, 그에 따른 조치가 있어야합니다. 그렇기에 서초구의 향후 대응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자체에는 위반행위를 관리감독할 의무와 책임이 있지 않을까요? 안타깝게도 현행법에는 최종 인허가권자인 지자체가 현장을 관리감독할 의무가 없습니다. 서초구는 이미 2017년부터 ‘철거공사장 안전관리 개선대책’을 시행중인데 주내용은 인허가 과정에서 사업자와 감리자 의무를 강화한 것입니다. 그래서 2019년 7월 부실감리와 해체계획서 미준수 등 업체의 위법행위로 잠원동 붕괴참사가 일어났어도, 당시 사고 책임에 대해 서초구청 공무원들은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결국 철거업체들이 제멋대로 공사를 해도, 행정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상 이를 단속하고 막을 방법이 없는거죠. 광주 동구 붕괴참사 이후 국토부, 서울시의 강화된 해체공사장 운영 지침도 내용은 이와 비슷합니다. 결국 법률이 바뀌어야 미봉책을 방지할 최소한의 조건이 될 거 같네요.
노동도시연대는 이번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는 물론,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여부도 관심있게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세상에 그냥 일어나는 사고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