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도시연대 뉴스레터는 올해 1월부터 매월 한차례씩 발행되고 있는데요. 3월부터 회원 분들의 기고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회원 분께서 글을 써서 보내주실 여건이 어렵거나, 지역에 대한 생각이나 일상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누어보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요. 그래서 11월호에는 회원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처음 응해주신 분은 방배동에 거주하시는 유금문 회원님입니다.
유금문 회원님은 현재 노들야학(1993년 설립된 한국의 대표적인 장애인 야학. 평생교육시설로 장애인권, 교육권 운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으며 종로구 이화동 소재) 자원교사로,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방배2동 이수역 근처 카페에서 뵙고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방배동에 거주한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 “원래 집이 노량진 쪽에서 오래 살다가 고등학교 때 방배동으로 이사했어요. 방배동에 추억이나 연고가 깊지는 않지만 이쪽 학생들이 많이 진학하는 경문고를 다녔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게 재미있던 생활이었죠. 대학을 경기도 쪽으로 가서 5년 정도 자취했는데, 그동안 이쪽 동네친구들이나 관계들이 다 없어졌어요”
그렇다면 노동도시연대는 어떻게 알게 되신 건가요.
– “졸업 후에 시험 준비하러 집으로 올라왔다가 문득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가 없을까’ 궁금해 찾아보게 됐는데, 작년 6월에 우연히 페이스북으로 알게 됐어요. 주거권 관련 강연을 연다길래 신청을 했죠. 처음엔 ‘여긴 뭐하는 곳이지?’ 싶었어요. 이름이 거창하더라구요 (웃음).”
일반적으로 보통 20대 청년들이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생각하거나 궁금해 하는 경우는 적잖아요.
– “제가 다녔던 대학이 외진 곳에 있었는데, 학생들끼리 가까운 곳에 살고 공동체 분위기가 강했어요. 2016년에 학교 친구들과 인근 지역에서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그때 ‘아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뭔가 해보는 게 재미있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렇지만 지금 방배동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지 않은 상태에요”
유금문 회원님 외에도 노동도시연대에는 20대 회원이 몇 분 더 계시는데요. 지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보이며 단체의 활동을 응원하고 참여해주시는 것에 항상 감사할 따름입니다.
장애인권운동 단체에서 활동 중이신걸로 알고 있어요. 어떤 계기로 그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 “사실 고등학교 때 대학에 갈 생각이 별로 없었어요. 게임을 엄청 많이 했는데 플레이 기록을 보니까 한 달에 250시간 게임을 했더라고요. 하루 평균 8시간 이상이요 (웃음). 그런데 그때 학교 선생님이 권유한 동아리가 인권, 사회참여 관련 동아리였는데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수요집회에도 나가고, 이주여성 노동자를 만나 인터뷰도 하다가 사회복지로 진로를 정하게 됐어요. 입학한 대학 분위기가 진보적이었는데, 학교선배들이 장애인권 분야에서 많이 활동하고 교수님들도 관심이 많으시더라고요. 그때부터 막연하게 ‘나도 그쪽에서 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다가 졸업 전에 노들야학 자원교사를 신청했어요.
사회복지도 다양한 영역이 있지만, 특히 중증장애인들이 운동을 통해 이동권 보장, 탈시설‧자립 요구를 하고 이런 것이 조금씩 정책에도 반영되게끔 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어요. 수업에서 배웠던 정책이 당사자들 운동을 통해 1년 사이에 바뀌어 있다거나 하는걸 보며, 실제 운동의 효과를 체감하기도 하고, 역동적인 모습에 끌리게 되었죠”
어떤 분들에겐 장애인권운동이란 주제가 생소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습니다. 주위에서 장애인을 만나기 어려운 분이라면 왠지 나랑은 멀리 떨어져 있는 분야로 여겨질 수도 있죠.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구가 약 400만, 인구의 10분의 1 이상으로 추산됩니다. 강남‧서초 지역도 2018년 기준으로 등록 장애인의 수만 보았을 때 3만 명 이상입니다. 특히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65세 이상 등록장애인 숫자는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아직도 장애인들에게는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는 권리들이 참 많습니다.
누군가는 회원님의 삶이 신기하다고 여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만약 ‘너는 왜 그런 일을 하면서 살고 있냐’라고 물어본다면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요.
– “’내가 재미있는 일’ 한다고 (웃음). 만약 시설종사자나 복지 공무원이 되었다면 느낄 만족감도 있었겠지만, 장애인권단체에서 평등한 관계로 일하는 활동가들, 야학 학생들과 부대끼며 생활하는 것이 재미있죠”
야학에서 만나는 학생들의 연령대나 거주지는 어떻게 되나요.
– “지역은 워낙 서울 내 장애인 야학이 적으니 온갖 곳에서 다 오세요. 경기도에서 오시는 분들도 있고. 연령은 보통 40~50대 분들. 보통은 학령기에 교육을 못 받으시거나 탈시설하신 분들, 시설이랑 연계해서 탈시설 준비하시는 분들이 수업도 듣고 자립훈련도 하고 준비하시는 분들이 많고요. 저는 자원교사이기 때문에 집중도는 낮지만 이분들과 함께 지내면서 관계도 쌓고 하는 것이 좋아요”
보건복지부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장애인 54.4%가 중졸 이하 학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령기에 충분히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받지 못해 성인이 된 이후 교육을 받으려고 해도 여건상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장애인 평생교육 참여율은 0.2%에 불과하다고 하는데요. 평생교육이 제대로 법제화되어 있지 않은 현실에서 장애인 야학의 존재와 저변 확대는 굉장히 소중합니다.
유금문 회원님이 활동하는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는 지난 4월부터 한국장애인개발원의 복지공간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을 요구하는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회원님도 4월 10일 이룸센터 앞에서 열린 ‘장애인교육권 양대법안 결의대회’에 참석하였습니다.
▲ 지난 4월 10일,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열린 ‘장애인교육권 양대법안 결의대회’에 참석해 발언 중인 유금문 회원 ⓒ본인 제공 |
언론 매체에서 장애인권운동의 활동방식에 대해 ‘다른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과격한 행위’로 비추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회운동 방식에 대해 ‘이제 그렇게 절박하게 할 필요가 없지 않나’는 시선이 많아지기도 했어요.
– “몇 년 전만 해도 명확하게 눈으로 보이던 공권력의 폭력이 있고, 싸워야 할 대상이 있었어요. 지금은 오히려 능글맞다고 해야 하나… 정부에서 겉으로는 되게 좋은 말 많이 하고, ‘완전한 지역사회 통합’이나 장애등급제 폐지, 탈시설 의제 등 메시지가 나오지만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말도 안 되는 것들이 많아요. 기만적인 그런 것들이 오히려 운동을 무력화시키는 것 같아요. 정부가 장애인권운동의 의제를 먼저 장악해버리니 막막하기도 해요.
만약 누가 ‘왜 그런 방식으로 운동하냐?’라고 물어본다면, 실제로 주변 장애인들의 현실이 정부에서 말하는 것과는 다르게,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너도 장애인 야학 한번 해봐라 실상이 어떤지’… 그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여기서부터 조금씩, 지역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가 깊어졌습니다.
혹시 장애활동가가 느끼기에 서초구에서 장애인으로 생활하는 것은 어떨 것 같으세요?
– “사실 서초구는 부자동네라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여건들이 다 잘되어 있는 것 같긴 해요. 그런데 작년 말 ‘방배동 발달장애인 모자 사건’을 접한 뒤 ‘아 마냥 그런 것만은 아니구나’라고 느꼈어요. 계속 그 일이 생각나더라구요”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생계급여를 받지 못한 60대 김 씨가 집에서 사망한 이후, 발달장애인인 그의 아들은 이수역 근처에서 노숙 생활 중 사회복지사에 의해 뒤늦게 발견된 ‘방배동 모자사건’. 재건축 추진 중인 방배3동 방배13구역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노동도시연대도 세상을 떠난 김 씨를 추모하고, 부양의무기준 폐지를 촉구하는 시민사회 기자회견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노동도시연대에서 2019년 서초구 청년아이디어 사업에 선정되어 ‘방배동 식품접객업소 휠체어접근성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요. 당시 조사한 업소가 230여 곳인데, 휠체어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40여 곳 밖에 안됐어요.
– “저만 해도 제가 주로 다니는 길은 이수역 근처, 동작대로 쪽 큰 길인데요. 가끔 골목 골목 다녀보면 생각보다 휠체어가 다니기엔 되게 불편한 곳이 많아요. 언덕도 많고, 이수역에서 내방역 고개 넘어가다 숨넘어갈 거 같고 (웃음). 큰 빌딩들은 접근성이 꽤 있으니까 갈 수 있겠지만 이 동네에 거주하면서 구석구석 이동하기엔 적합하지 않을거에요”
시설이나 제도적인 현황 등 서초구 장애복지 여건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있으신가요.
– “제가 알기로는 장애인자립지원센터(국내에선 2000년대 초반부터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의 ‘탈시설‧자립’ 운동이 시작됐고 서초구에 현재 4곳의 자립지원센터가 있다)나 가족지원센터(양재2동 소재) 등이 있고요. 운영 현황은 사실 모르고, 저는 장애인 야학 활동을 하다 보니까…사실 서울시에 장애인 야학이 많이 없어요. 제도적으로는 장애인 평생교육시설로 등록돼 있는데 서울에 딱 5곳뿐이죠. 종로구에 있는 노들야학, 성동구, 성북구, 또 저기 서쪽 끝 어디 2개… 그래서 강남권에는 장애인 평생교육시설이 없는거죠”
헉, 그럼 강남‧서초 주변에서는 장애인 야학을 볼 수 없는거군요?
– “없어요. 일반 평생교육시설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는 있겠지만 그중에 장애인 대상으로 진행되는 건 5%도 안되니까, 실제로 거의 없고요”
왜 없을까요?
– “일단 접근성을 위해 지하철역이랑 가까워야 하고, 충분히 넓어야 되고, 그래야 되는데 너무… 임대료, 부동산을 생각하면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곳이고요 (웃음). 그리고 통계를 보면 예를 들어 강서구나 은평구 같은 타 지역에 비해 강남‧서초에 장애인 거주 비율, 인구 비율이 적더라고요. 그런 이유도 있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그런 특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낮고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못한 장애인들의 상황을 고려하면, 강남‧서초 지역의 장애인 거주 비율이나 숫자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다 같은 사람 사는 곳인데, 조금 서글퍼졌어요.
사실 우리 지역에서 장애인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은 ‘복지관이 있는 동네’였어요. 강남은 수서동 공공임대주택, 서초는 우면동 주공아파트 근처인 것 같아요. 조금 심하게 말하면 ‘게토(Ghetto)’처럼 지역의 변두리에 모여 사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 “저는 야학이나 이런 것들이 사거리 제일 가운데에 와야 되지 않겠나 싶어요. 큰 도로나 번화가에 장애인들이 많이 다니는 것이 사람들 인식에도 도움이 될 거고요. 노들야학이 대학로에 있는데 임대료가 엄청 비싸거든요. 그럼에도 버티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젊음의 거리’에 나이 많은 장애인들이 지나다니고, 발달장애인들이 다니고 이런 것들이 가져다 줄 효과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우리 지역에 장애인 관련 장소가 있구나’라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하는 게 중요한거죠. 그러려면 가장 비싼 곳에 들어가야 해요 (웃음). 가장 비싼 땅에 센터가 들어가고, 복지관이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작년 말에는 제가 장애인시설 전수조사를 하느라, 대상지 중 한 곳이 서초구에 있었어요. 발달장애인 거주시설이었는데 같은 서초구임에도 차타고 40분 정도, 양재 이쪽으로, 어디 산으로 막 올라가더라고요. (내곡동 다니엘복지원을 말하는 듯) 저는 서초구라고 하니 ‘금방 가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시설은 그냥 다른 곳과 똑같은 거주시설인데, 참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느끼게 됐죠.”
변두리가 아니라 오히려 지역의 중심에 장애인 이용시설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 “사당역 사거리, 이수역 사거리에 세우고, 강남역 사거리에 세우고 (웃음)”
회원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장애인들이 변두리, 구석으로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대낮에 번화가에서 당당하게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살아가는 여건이 어서 마련되었으면 하네요.
강남역 사거리 말씀하시니, 저희가 지난번 휠체어 접근성 조사할 때 보니까 강남역 사거리도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 굉장히 불편하더라구요.
– “저도 지난번 휠체어 사용하는 분이랑 CGV강남 쪽을 지나가는데 엄두가 안 났어요. 경사가 너무 높아서. 그리고 사거리에 횡단보도도 없어서 꼭 엘리베이터 이용해야 하고…”
▲ 모 부동산 정보 온라인플랫폼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서초동 전월세 매물 현황 |
조금 다른 이야기를 꺼내볼게요. 독립을 꿈꾸셨다고 했는데, 만약 독립한다면 살고 싶은 동네는 있으세요?
– “희망사항은 마포구 망원동 쪽이었는데 거기도 임대료가 많이 올라 쉽지 않았어요. 두 번째는 노들야학이나 장애인활동가들이 성북구 쪽에 많이 사는데, 그쪽은 조금 더 싸지만 전세를 알아보니 그나마 형편이 되는 원룸 크기가 제가 대학 때 자취하던 곳 절반밖에 안되더군요. 그걸 보고는 ‘이렇게는 내 짐도 안 들어가겠다’ 싶더라구요”
혹시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서초구에서는요.
– “모르겠네요. 어떻게 상속을 받지 않는 이상은 그게 가능할지 (웃음)”
사실 방 한 칸을 얻기에도 벅찬 이들에게, ‘서초구에서 살아볼 생각 없냐’는 말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과 비슷한 말일테죠. 노동도시연대는 지난 11월 4일 서울시동남권NPO지원센터 서초워킹그룹에서 주최한 포럼에 참석했는데요. ‘서초 지역에 젊고 새로운 활동가들이 유입되려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라는 내용으로 발제를 준비했습니다. 두 말할 것도 없이 1순위로 ‘부동산 문제 해결’을 넣었습니다.
서초구는 유년부양비(생산가능인구 당 유년인구 비율)가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지역이기도 합니다. 자녀 진학문제로 이사를 오고, 그 자녀가 성인이 되면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서초에서 태어나고 자라도, 이곳에 계속 살아가는 청년이 많지 않습니다.
유금문 회원님의 서초구에 대한 인상은 무엇일까요.
“서초동에 학원가가 있어서 학생들이 많이 보이기도 하지만, 제가 반포천 산책길, 서리풀공원에 운동하러 많이 가는데… 어떤 측면에서 서초구는 ‘돈 많은 사람들이 노후를 보내기 좋은 곳’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인구 집단마다 극단화되어 있는 동네 같아요.”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찾아보기 어렵고, ‘입시‧취업 준비 학생’과 ‘유유자적 노후를 보내는 어르신’ 사이 간극에 있는 사람들이 뭔가 자유롭게 모이거나, 활동하거나 다른 어떤 상상을 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군요.
– “지역마다 대안적인 공간들이 있잖아요. 독립서점이라던지, 그런데 서초구에선 많이 본 적 없고. 그런 아지트 같은 곳이 하나 있으면, 거기서 모임이나 세미나를 연다든지 하면 좋을 텐데…”
회원님 말씀을 듣고 노동도시연대가 지역 안에 더 좋은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작년에 회원가입을 하신 뒤 올해는 CMS 후원까지 시작하셨는데요. 굉장히 감사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어떤 마음으로 후원을 시작하셨는지 궁금해요.
– “집에서 술 마시다가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물이 올라와서 봤는데,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지역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곳이기도 하고, 원래 독립이 목표였지만 그게 점점 멀어지고 있어서 (웃음) 앞으로도 계속 살게 될 것 같아 후원해야지 라고 생각했어요”
보게 된 게시물은 혹시 어떤 내용이었나요
– “술 먹어서 기억이 안 나네요. (웃음)”
12월 3일이 UN이 지정한 ‘세계 장애인의 날’인데요. 사실 서초구는 장애인권운동의 역사와 관련이 깊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장애인 당사자들이 권리 증진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1988년 서울 패럴림픽을 앞둔 시기 창립한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방배동에 오랫동안 터를 잡고 있었고요. 1995년 3월 폭력적인 노점단속에 항의하며 서초구청 앞에서 분신한 장애인노점상 故 최정환 열사의 죽음은 당시 장애인 고용, 사회보장제도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일 뿐 아니라 시민사회에 충격을 던져주었습니다.
1999년엔 권익연구소와 녹색교통운동 등이 함께 서초3동 예술의전당 앞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여 ‘승리’하기도 했죠. 2000년대 탈시설‧자립운동이 전개되며 서초구의 자립지원센터가 활동보조인 도입을 요구하는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는데요. 서울지역 자립협회가 양재동에 자리 잡고 있답니다. 그밖에 반포4동 서울고속터미널은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저상 고속버스 도입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이 매년 연좌농성을 벌여온 곳이기도 하고요.
유금문 회원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의 도시가 지향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다양한 방면으로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요. 사람들이 처한 조건은 모두 다르지만 제도적, 물질적 여건을 보편적으로 보장하면서도 다양성이 공존할 수 있는 도시… 그런 의미에서, 강남 한복판 빌딩에 장애인 야학이 들어서고, 강남역 사거리에 전동휠체어가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인도와 횡단보도가 놓일 날을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