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정말인가요? 2021년이 끝났다는게? 이렇게 또 한해가 저물어갑니다. 회원 여러분, 그리고 저희 활동을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 덕택에 노동도시연대는 어려운 상황임에도 강남·서초 곳곳을 누비며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목소리 낼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마음놓고 만나기 어려운 때지만, 조금이나마 회원 여러분 성원에 보답하고자 올해 1월부터 회원 대상 뉴스레터를 매월 보내드리고 있는데요. 최고의 결실은 회원 여러분이 보내주신 소중한 기고와 인터뷰였습니다. 5월에는 특수고용·프리랜서 회원을 위해 종합소득세 신고도우미 이벤트를 열었고, 8월 휴가철에는 온라인 독서모임을 진행하기도 했답니다.
노동, 도시, 그리고 우리, 올해의 10가지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구의회 감시자가 더 필요해! 서초구 정치 흔들리네
주민생활에 가장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현장인 지방의회, 중요한 일정 중 하나가 행정사무감사죠. 지난 1월 노동도시연대는 서초구의회가 3년 연속으로 행감 결과보고서에 ‘시정 및 처리요구내역’을 누락해왔다는 것을 지적하며 민원을 제기, 바꾸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11월, 서초구 행감현장에서 한 의원이 “감사장에 몰카를 설치했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는데요. 사실 서초구의회엔 다른 카메라가 필요합니다. 전국 200여개 지방의회 중 상임위 현장 중계와 녹화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20여곳에 포함되고 있거든요.
한편 서초구는 올해 유난히 정치 변동이 심했습니다. 9월 ‘임차인 코스프레’ 연설이 회자된 윤희숙 국회의원이 가족 투기 의혹으로 사퇴하고, 10월에는 7년간 재임했던 조은희 구청장이 사퇴했습니다. 구의회에서도 12월 한 비례대표 의원이 탈당하며 의원직을 잃기도 했습니다.
어떤 도시가 필요한가…역사유산, 미술관, 고속도로
도시에는 많은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도시를 만들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할지, 무엇을 넣으며 뺄 것인지, 그러한 결정을 누가 어떻게 내릴 것인지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것이 중요하며, 사적인 이익보다 공공성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도시계획·개발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를 접하고 활동했는데요.
우선 강남구는 2월 신사동 ‘스카이브릿지’ 인허가 특혜 의혹과 함께, 안전상 더 위험한 지하층에 구립미술관 건립을 계획하면서까지 모 사업자의 신축 오피스텔 층수 제한을 풀어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노동도시연대는 이 미술관의 설립타당성 연구용역을 정보공개청구, 비공개 통지를 받은 후 이의신청을 거쳐 원본을 입수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구립미술관을 짓겠다는 계획은 지난 9월 보류되었답니다.
서초구에선 국토부의 민자고속도로 건설계획에 교통난이 예상되는 지역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는데요. 주민공청회에서 부실한 자료를 제공해 불신을 키웠다는 점을 노동도시연대가 지적한 바 있습니다.
노동도시연대는 지난 9월부터 ‘서울시 역사유산 흔적남기기’ 방침 백지화를 막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흔적남기기’는 도시계획이나 개발사업뿐 아니라 문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제도이며 앞으로 보완·확대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재건축 중인 개포주공1·4단지 보존동이 철거되지 않고, 역사적 의미를 지닌 시민공간으로 재탄생되길 바랍니다.
여전한 복지사각지대와 민간위탁기관 ‘갑질’
지난 6월, 생활고를 겪었던 모녀가 논현2동 반지하 월세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졌는데요. 숨진 모녀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아니었고, 전입신고도 되어있지 않아 행정에서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최선일까요? 최근 강남구엔 불안정한 일자리를 따라 이사를 반복하는 평균 1년 미만 계약 세입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족집게식 사례 발굴이 아닌, 전수조사 형태의 대책이 시급합니다.
5월엔 시민단체들이 양재2동의 한 불법 아동복지시설을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 서초구청이 그동안 제보를 받았음에도 묵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는데요. 지자체의 아동복지시설 관리감독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절실합니다. 9월에는 자치구 최초로 개소해 23년간 운영됐던 강남구립청소년쉼터가 임대료 예산 부족으로 곧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후 강남구 스스로 더 이상 운영 의사가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것이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추진하는 곳에서 일어날 일인지 비판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편 지자체는 대부분의 복지서비스를 민간위탁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강남·서초에선 이 위탁법인과 기관장들의 ‘갑질’이 큰 문제였습니다. 2월엔 강남푸드뱅크 기부물품 횡령을 공익제보한 직원에 대한 부당징계 소식, 3월엔 서초구 주민들의 공분을 일으킨 건강가정다문화지원센터장의 ‘막말 논란’ 이후 서초 시민사회 공동성명서가 나왔었죠. 6월엔 불교재단이 위탁중인 강남구의 한 키움센터에서 직원들에게 금품 상납을 요구했다는 전국돌봄노조의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생활안전 현장과 ‘어린이놀이터 안전 모니터링단’
올해 강남·서초지역 주민들의 생활안전과 관련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우선 5월부터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으로 지난 2년간 폭발적으로 늘어난 개인형이동수단(PM) 이용과 관련된 교통법규가 마련됐구요. 지자체마다 전동킥보드 이용안전 조례를 통해, 무단방치된 킥보드를 견인 조치할 수 있게 되었는데, 유감스럽게도 강남구는 지난 9월 구의회에서 조례가 보류되어 용산구와 함께 킥보드 견인을 할수 없는 유일한 지역으로 남았습니다.
최근 서울연구원은 강남·서초 지역이 지난 4년간 전동킥보드 사고 가해건수 1·2위를 차지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궁극적으로 보행자, 차량과 분리되어 운행하게끔 하는 방안 및 사고예방설계를 연구하고, 단속 강화가 필요합니다.
서초구에선 구의회가 주축이 되어 잦은 차량통행으로 보행안전을 위협하는 생활도로 교통량과 보행량 조사, 보행권 확보를 위한 도로환경 개선 용역이 진행되었는데요. 그런데 저희가 이 용역결과를 살펴보기 위해 찾아봤지만 자료를 얻는 것이 쉽지 않았고, 최근 정보공개청구 진행중입니다.
생활안전 분야와 관련해 노동도시연대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역시나 (재)숲과나눔 풀씨 공모를 통해 ‘어린이놀이터 안전모니터링단’을 진행한 것이었습니다. 4~5월 9차례에 걸쳐 강남·서초 어린이놀이터 총 43개소를 주민들과 모니터링하고 결과물을 남겼습니다.
강남·서초 거주자 절반이 무주택자, 그리고 종부세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강남구는 51.4%, 서초구는 46.6%가 무주택 가구였는데요. 올해 조정된 종부세율로 인해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선 ‘세부담이 너무 크다’는 주장을 했지만, 강남·서초 주택소유자 80%가 1주택자로 평균세액 27만원인 것을 보면 ‘종부세 폭탄’ 주장은 과장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우리 사회 가장 심각한 화두였던 부동산·주거문제. 재건축이 급속하게 진행중인 서초구는 한꺼번에 이주하는 주민들의 수요가 몰려 전세물량이 급감했고, 10월 반포주공에선 세입자 퇴거 집행이 이어지며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재건축 시 소유주에게 부여된 실거주 의무는 집을 재산증식 수단으로 삼지말라는 의도가 담겨있었지만, 급하게 들어가는 집주인들에 밀려난 세입자들은 호소할 곳 없이 쫓겨나야 했는데요. 반면에 지하에 쓰레기 수백톤이 쌓여있던 대치2동 은마아파트 대청소가 이루어지기도 했었죠.
부동산과 관련해 가장 핫(!)한 곳은 삼성1동 서울의료원 부지였는데요. 원래 이곳은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이 예정되었으나 공공임대주택을 대량으로 짓겠다는 계획이 발표됐고, 최근 확정된 내용이 있으나 강남구는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며 이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사업장 근로자 50만, 거주자의 절반 이상이 세입자인 강남구의 모습입니다.
지역 노동현장 변화와 배달노동자 권리찾기
서초구에선 2월 ‘청소년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가 25개 자치구중 10번째로 제정되었는데요. 노동도시연대는 서울시동남권NPO지원센터 지원으로 11월, 청소년·교육분야 시민활동을 하는 ‘뱅카’, 여성주의 모임 소담과 함께 ‘지역과 청소년노동인권 교육’이란 주제의 온라인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생활임금제도에도 변화가 있었는데요. 서초구는 내년 생활임금 적용대상에 기존의 직고용, 출자출연기관 근로자뿐 아니라 민간위탁 근로자도 포함하게끔 조례를 개정했답니다. 아쉽게도 강남구는 적용 확대를 요구하는 노동도시연대의 주장과는 반대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한편 올해 강남·서초 지역에서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우고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이들은 배달노동자들이었는데요. 지난 2월 이른바 ‘배달갑질’ 논란과 국가인권위 진정이 이어지면서 노동도시연대도 ‘갑질 아파트’ 온라인지도를 만들고, 공동성명서도 발표했고요. 8월에는 선릉역 사거리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분을 추모하는 자리에 함께 했습니다. 그외에도 배달공제회 설립 요구 서명, 서비스일반노조 배민지회의 기본배달료 인상 요구에 함께하기도 했답니다.
기후위기에 맞선 강남·서초 주민들
올해는 세계 각국 지도자들과 기업들을 상대로, 이미 닥쳐온 기후위기에 대응해 대량소비와 탄소배출을 줄이라는 전지구적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는데요. P4G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2030년 온실가스 배출 40% 감량을 목표로 잡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강남구 주민·시민사회는 일찍이 ‘강남기후위기비상행동’을 결성해 주민 대상 기후위기 교육, 캠페인을 활발히 진행하고, 특히 강남구 건물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조사해 1.7%의 건물이 전체 에너지의 45% 이상을 쓰고 있다는 내용을 알리며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고요. 서초구 시민사회는 ‘서초 기후위기대응 시민연대(준)’가 수개월 조사를 거쳐 구청·구의회를 상대로 탄소배출 감소를 위한 정책간담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노동도시연대도 지난 5월 대표적인 ‘기후악당 기업’ 포스코 대치동 본사 앞에서 가톨릭기후행동 규탄행동에 참여하기도 했고요. 서초구 정책간담회에선 탄소중립을 위한 자전거 정책 제언을 발표하기도 했답니다.
그외에도 사실, 여러분을 포함하여, 이름 모를 수많은 시민들이 기후위기와 멸종을 걱정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크고 작은 실천에 나서고 있지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코로나19 집단 감염
여전히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는 코로나19 재난. 지난 7월 삼성1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일어난 수백명 규모의 집단 감염은 환기가 어려운 백화점 노동자들의 열악한 휴게실 사정, 상대적으로 조치가 느슨해 ‘특혜’ 시비까지 일었던 대형유통매장의 방역 현황이 원인이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노동도시연대는 이 문제가 연면적 3,000㎡ 이상 대규모점포 수 2·3위를 차지하는 강남·서초 주민, 노동자의 안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보고 논평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4차 대유행’이 시작된 하반기 이후 주로 학교, 유치원,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은 계속 이어졌고 지금도 선별진료소마다 길게 늘어져있는 줄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오랜 기간 영업제한조치를 받았던 유흥업소들은 단속에도 아랑곳없이 불법영업을 지속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광주 붕괴참사와 건축물 철거안전
6월 9일,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에서 일어난 철거건물 붕괴 사고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요. 강남·서초 주민들에겐 2019년 7월 일어난 잠원동 붕괴참사의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광주 붕괴참사가 일어난지 이틀 후, 반포4동 쉐라톤호텔 개조 현장에서 비계가 무너지고, 8월 방배3동 동덕여고 인근 철거현장 외벽 붕괴, 9월 청담동 철거현장 가림막 붕괴 등의 아찔한 사고가 연달아 일어났는데요.
노동도시연대는 광주 붕괴참사 직후, 잠원동 붕괴참사의 교훈을 되새겨 건축물관리법 개정을 통한 지자체 관리감독 의무 강화 및 현장점검 의무화, 예산·인력 편성, 건설안전특별법 및 중대재해법 제개정을 요구하는 추모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에 앞서 4월엔 삼성1동 GBC, 영동대로 환승센터 건설현장 인근 7층 빌딩에서 건물이 흔들려 근무중인 노동자, 시민들이 대피하는 일이 있었는데요. 과연 이런 불안을 느끼지 않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요.
아파트는 노동권 사각지대인가
10월 21일,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그동안 불분명했던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업무내용이 명확해지고 처우개선을 위한 내용들이 들어갔지만, 아직 현실이 바뀌기엔 시간이 걸릴듯 합니다.
노동도시연대는 올해 서초구 경비노동자 조례 제정 직후, 동남권서울시노동자종합지원센터와 함께 서초구 실태조사를 진행했고, 내년 실태보고회를 준비중입니다. 또한 ‘아파트경비노동자 조직화 서울사업단’과 함께 강남구 아파트를 순회하는 캠페인에 참여하였고, 서울노동권익센터의 근무체계 개편 컨설팅사업을 보조하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아파트 경비노동자 처우와 관련된 여러가지 판례, 중요한 보도가 쏟아졌는데요. 강남의 유명 아파트들에서 일어난 사례가 많았습니다. ‘아파트는 노동권 사각지대’라는 말이 더 이상 들리지 않는 강남·서초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2022, 다가오는 임인년 검은 호랑이의 해! 노동도시연대는 내년에도 여러분과 함께 강남·서초지역 노동권, 도시권을 늘리기 위한 활동을 쭈욱 이어가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