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번째 회원기고는 세무대리업에 종사하셨던 박진선 회원님께서 보내주셨습니다.
최근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수년간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집값. 이를 잡기 위해 정부는 다주택자가 대상이 되는 종합부동산세율을 높였는데요. 한편으론 종부세 적용 기준을 주택공시가격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완화하기도 했죠. 그럼에도 일부 언론은 특정한 사례를 언급하며 ‘종부세는 세금폭탄’이라는 주장을 이어가고, 대선 후보가 “종부세 폐지”를 공약하기도 했습니다.
어쩐지(?) 강남·서초와도 깊은 연관이 있어 보이는 종부세. 이에 대한 박진선 회원님의 생각을 여러분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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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래동 예술가들에게 부가가치세 신고 절차에 대해 설명하는 박진선 회원 ©영등포 레드문래 |
뉴스레터 기고 의뢰를 받고 뭘 쓸까 생각하다가, 내가 가장 잘 아는 세금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세금’이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나랑 상관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골치 아프다고 생각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세금과 관련된 언어들은 우리가 평상시에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게다가 과세당국은 납세자에게 어떤 이유로, 어떻게 정해져서 내게 되는건지 설명할 노력도 하지 않기 때문에, 세금은 본인이 내면서도 자기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그 언어를 알고 있는 나같은 세무대리하는 사람들이 먹고 살고 있다.
세금이란게 무엇일까? 세금은 왜 내게 되었을까? 내가 알고 있는 ‘세금’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각각 조금씩 자기의 사정에 따라 부담하는 것이다. 결국 그 공동체 안에는 각각의 개인들이 모인 그 자신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각자의 사정’만큼이란 결국엔 ‘남는 돈’을 칭하는 것이고, ‘남는 돈’은 회계용어로 ‘이익’이라 말한다. 그래서 과세당국인 국세청의 기조는 “소득이 있는곳에 세금을!”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부가가치세는 일반적인 세금의 틀이 아니다. 소득이 있는지 없는지 알바 없고, 일부 면세 품목도 있지만 어떤 물건이든 10%를 내고 가져가라는 것이다. 눈치 챘겠지만 그렇다, ‘삥’같은 것이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부가가치세가 태초부터 있었을 것 같지만, 부가가치세는 2차세계대전 이후에 나온 개념이다.
1·2차대전의 주범인 독일에서 부가가치세로 세금을 걷어 전쟁배상금을 마련하자고 최초 언급이 되었으나 당시 독일 의회에서 그런 ‘삥’을 어떤 국민이 납득을 하겠냐며 무산되었다.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신박’하다고 판단해서 1954년도에 최초로 실행했다. 한번하기가 어렵지, 프랑스에 도입되는걸 보고 그 이후 유럽국가들이 따라 시행했고 그 이후 알다시피 대부분의 국가들이 부가가치세로 세금을 걷고 있다.
그런 부가가치세가 우리나라에 들어온건 불과 45년 정도 밖에 안되었다. 당연히 우리나라에도 처음 시행될 때, 소상공인들이 갑자기 세금을 10%나 내야 했으므로 당시 동대문 쪽과 경공업을 하는 분들로부터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커져가고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1979년 부마민주항쟁은 대학생들만의 투쟁이 아니였고, 그때 부가세를 내야했던 소상공인들의 목소리가 더해졌기 때문에 항쟁이 힘을 모을수 있었으며 박정희 정권의 몰락에 한 몫을 담당했다고 한다. (부마항쟁에서 나온 부가세 폐지 요구(레디앙, 2009.5.19)
앞에서 말한 세금의 정체성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각자의 사정에 따라 부담한다는 취지이고, ‘각자의 사정’을 무엇으로 판단할 것이냐는 지점은 우리가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주택을 여러채 소유하면서 임대수입도 있는 사람의 사정과, 남한테 빌려서라도 생필품을 사야만 하는 사람의 사정이 같을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남한테 빌려서라도 생필품을 살 수밖에 없는 사람도, ‘구입’이라는 행위가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10% 세금을 내는 마당에, 여러채의 주택으로 임대수입을 올리는 집주인들에게 종합부동산세는 못 걷을 것도 없지 않은가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부가가치세는 세수입으로 2,3위를 다툰다. 그 세금으로 도로를 깔고, 지하철을 내서 그 집 월세가 그렇게 올랐을텐데, 집주인이 뭐라고 이제까지 종합부동산세를 안 걷고 있었다는게 더 황당하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부가가치세도 처음엔 폐지까지도 논의한 적이 있었다. 누군가는 종합부동산세의 그 ‘처음’을 맞고 있을 것이다. 진작에 왔어야 할 그 ‘처음’을.
박진선 회원님은 강남구에 소재한 회계법인에서 세무대리인으로 수년간 근무하였으며 현재는 프리랜서 노동자로 다양한 활동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